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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올챙이 시절 실제로 기억 못 한다"

[김창엽의 아하, 과학! 84] 사람과 달리 올챙이와 개구리는 별개 동물처럼 독립적으로 진화

등록 2020.09.07 16:04수정 2020.09.0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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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는 속담이 있다. 초심을 잃거나, 힘들고 미약했던 과거 시절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에 흔히 하는 말이다.

그러나 개구리들은 사람들과는 달리, 올챙이 적을 떠올리지 못하는 게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연구 결과 드러났다. 단순히 기억력이나 지능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보다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올챙이와 개구리는 서로 다른 존재라고 할 만큼 차이가 큰 탓이다.



인간은 동물들 가운데서 유생(유아)에서 성년에 이르기까지 변화가 아주 적은 예외적인 사례에 속한다. 꿈틀꿈틀 애벌레가 멋진 날개가 달린 나비로 변하고, 모습이 딴판인 올챙이가 개구리로 탈바꿈하는 등 대다수 동물은 어린 시절과 성체 간의 차이가 사람보다는 훨씬 크다.

미국 애리조나 대학 존 위언스 교수팀은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해도 지구상에 7200종이 넘는, 사람들 주변에 가장 흔한 동물 가운데 하나인 개구리과 동물들의 유년과 성년의 변화상에 주목했다. 개구리과 동물은 일반적인 개구리와 청개구리, 두꺼비 등을 모두 아우른다.  

연구팀의 여러 궁금증 가운데 하나는 예컨대, 덩치 큰 올챙이는 나중에 개구리가 되면 역시가 덩치가 클 것인가와 같은 문제였다. 무엇보다 진화라는 측면에서 올챙이와 개구리는 서로 맞물린 존재인가 하는 점이 핵심적인 관심사였다.
 

남미에 서식하는 패러독스 개구리. 올챙이 크기가 보통 성체 개구리보다 3~4배 가량 크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연구팀에 따르면, 큰 개구리 종은 올챙이도 클 확률이 높고, 이 올챙이는 자라면 어미를 닮은 큰 개구리가 되는 게 일반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는 대체적인 추세일 뿐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는 개체도 있었다.

예를 들어, 쟁깃날발 두꺼비(spadefoot toad) 중 어떤 종류는 올챙이가 작은 것들이 오히려 성체가 컸고, 반대로 어떤 종은 올챙이가 크면 성체가 작았다. 한 예로, 패러독스 개구리는 성체가 보통 크기인데 올챙이는 어미보다 3~4배 덩치가 크고, 거대한 남미 두꺼비들 가운데는 올챙이 적 크기가 성체의 1/ 10분에 불과한 종류도 있다.


위언스 교수 "유년과 성년은 서로 다르게 진화한다는 학계의 기존 가설이 어쩌면 맞을 거 같다"고 말했다. 종마다 올챙이 때와 개구리 때 진화 패턴이 너무도 다른 것 자체가 올챙이와 개구리의 진화가 '연계 없이'(decoupling), 독립적으로 이뤄진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올챙이와 성체 개구리는 가장 흔한 동물 가운데 하나지만 진화적 특징이나 성체로 변할 때 기관이나 조직 형성 메커니즘 등에 대해서는 학자들도 지금도 모르는 게 수두룩하다. 예를 들어 다양한 올챙이들이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먹고사는지도 낱낱이 규명이 안 된 상태이다. 

일부 올챙이들은 커서 개구리가 되면 같은 개구리를 잡아먹지 않지만, 이들이 올챙이 시절엔 다른 올챙이들을 잡아먹기도 한다. 또 어떤 올챙이들은 이빨을 이용해 바위에 붙은 이끼 같은 걸 떼어먹기도 하고, 어떤 올챙이들은 썩은 나무 등의 유기물을 흡입하는 방식으로 생존하기도 하다.   

연구를 주도한 박사과정 학생인 텅 풍은 "개구리들은 생태계에서 해충을 잡아먹는 등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환경 파괴로 급속도로 개체가 줄어들고 종의 다양성이 파괴되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에 42개 개구리과 걸쳐 있는 542종의 개구리를 상대로 주로 진화적 관점에서 성장 양태와 생활상 등을 비교했다. 
#올챙이 #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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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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