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연재코로나193118화

확진자만 세 번 나왔는데... '비대면 국회' 왜 안되나

[이슈] 영국·미국은 이미 시행중... 국회법이 걸림돌... 개정안 나왔지만 여야 이견에 불투명

등록 2020.09.08 07:02수정 2020.09.08 16:39
7
원고료로 응원
a

국회의원들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마친 뒤 자리를 나서고 있다. 이날 박명석 국회의장은 국회에서 또다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것 관련해 “방역 지침을 준수해주고 동선 최소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 유성호

 
[기사 수정 : 8일 오후 4시 21분]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이렇게 만나기조차 부담스러운 것 아닙니까. 국회법에 전자회의와 전자의결이 가능할 수 있도록 조속히 조치하는 게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7일 오전 9시 30분께 가족돌봄휴가연장법(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을 처리하고자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이 말했다. 1시간 반가량 뒤, 그의 우려가 적중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홍구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투표 중간에 "방금 국회출입기자 중 한 분이 코로나19 확진자로 확인됐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국회의원 가운데 그 누구도 자리를 뜰 수 없었다. 이들은 곧이어 각자 자리에서 가족돌봄휴가연장법 찬반여부를 표시해야 했다. 아직 국회법에는 원격투표나 원격회의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회도 지금 코로나19 대유행을 직면하고 있다. 국회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로 연달아 세 차례나 방역조치를 위해 문을 닫았다. 7일에도 국회 본관과 의원회관, 소통관 일부가 폐쇄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미 9월 1일부터 정기회기가 시작됐고, 국정감사에, 2021년도 예산안 처리 등 국회가 할 일은 켜켜이 쌓여 있다. 하지만 언제 또다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할지 모른다.

코로나가 바꾼 국회 풍경... 영국은 원격회의, 미국은 대리투표도
 
a

국회에서 또다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 국회공보실 제공

 
몇몇 나라들은 이 상황에 대비해 '비대면 국회'를 운영 중이다. 국회사무처 국제국이 발간한 <각국 의회의 코로나19 대응사례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은 지난 3월 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외출금지조치(Lockdown) 시행 직후 차례로 상·하원에 원격회의 체계를 마련했다. 상원의회는 6월 15일 이후 모든 안건을 원격표결로 다루고 있다. 물론 상임위도 원격회의로 진행 중이다. 


미국에선 민주당이 다수당인 하원의회가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이들은 원격회의뿐 아니라 필요하면 일부는 회의장에서, 일부는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혼합형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미 하원의회는 또 의원이 확진 판정을 받는 경우 등에는 본회의 대리투표를 할 수 있도록 의사규칙 변경 결의안도 처리했다. 다만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의회는 최대한 코로나19 확산 이전처럼 회의를 하고 있다.

한국도 기술상으로는 얼마든지 원격회의가 가능하다. 단 전제조건이 있다. 국회법 개정이다. 현행법에는 원격회의와 원격투표에 관한 근거규정이 없다. 특히 국회법 111조 1항은 "표결을 할 때 회의장에 있지 아니한 의원은 표결에 참가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법률 개정안은 있다. 8월 19일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대전 유성구갑)은 국회법 73조의2 원격출석과 111조의2 비대면 표결을 신설하는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같은 달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은 국정감사와 국정조사 때 참고인이 원격출석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냈다. 두 법안이 처리되면 본회의와 상임위, 10월 국정감사 모두 원격으로 진행할 수 있다. 

국회사무처는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때 관련 예산을 확보했고, 9월 하순부터 공사에 들어가 10월 중 완료할 계획이다. 다만 법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청사 등 국회 밖과 국회 회의장을 연결하는 수준으로 시스템을 구축한다. 정당별 의원총회는 원격으로 가능하도록 의원실마다 헤드셋과 웹캠도 지급했다. 사무처는 미국 하원의회처럼 자신들이 승인한 시스코사 웹엑스(Webex) 계정을 의원실 등마다 부여하는 방식으로 원격회의를 지원할 계획이다.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은 "지금이라도 법만 개정되면 의원실에 지급해놓은 장비를 갖고 상임위 화상회의시스템에 접속해 회의할 수 있다"며 "기술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법이 바뀔 경우 추가예산소요 역시) 거의 없을 것"이라며 "법 개정 문제가 제일 걸림돌이다, 여야가 최대한 빨리 합의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여야가 손을 잡아야 한다. 그런데 국민의힘 표정이 언짢다. 지난 1일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던 국회의장-여야 원내대표 회동에도 불참했다. 왜일까?

국민의힘, '날치기 표결' 우려... 민주당 "납득 어렵다"
 
a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부터)와 김태년 원내대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2회국회(정기회) 제2차 본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김성원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7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비대면 국회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회의와 표결은 분리해야 한다"며 "대리투표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아직 해결 안 된 상황이니 신중하게 접근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비대면 국회를 하는 나라들은 여야관계가 정상이지만 (우리나라는 여당이) 다수결에 의해서 날치기 표결처리한다"며 "자꾸 여당이 비대면 국회한다고 언론에 알리는데, 야당에 설명하고 협조를 구한 적이 있냐"고 말했다.

국회법 개정안을 만든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그런 논리라면 국민의힘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등의 일방독주를 막기 위해선 원격회의를 하면 안되지 않겠냐"고 반박했다. 그는 "비상한 상황에서 의사결정의 공백을 메우자는 법인데 (야당이 반대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번 확진자 추가 발생을 계기로) 비대면 국회법이 더 필요해졌다, 빨리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비대면 국회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댓글7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니, 소파가 왜 강가에... 섬진강 갔다 놀랐습니다
  2. 2 "일본정치가 큰 위험에 빠질 것 우려해..." 역대급 내부고발
  3. 3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4. 4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5. 5 '김건희 비선' 의혹, 왜 자꾸 나오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