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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언론은 '세금폭탄' 용어를 발명했다

[부동산은 있고 주거는 없다 ②] 누가, 왜 욕망을 왜곡하는가

등록 2020.09.09 08:28수정 2020.09.09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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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부동산 대책은 왜 중산층 대상 서울 수도권 아파트 임대차 시장을 중심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는지 주택시장의 형성과 기원에서 그 역사-구조적 맥락을 살피고, 이를 둘러싼 개인의 욕망이 어떻게 언론과 미디어에 의해 재구성 되는지 짚어본다. 나아가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는 단기대응을 넘어 새로운 주거체제를 모색한다. - 참여사회 [편집자말]

언론매체별 '부동산' 연관어 순위 ⓒ 참여사회

 
언론이 7.10 부동산 정책을 어떻게 보도했는지 파악하기 위해 언론재단의 빅카인즈 시스템을 이용해 초보적인 분석을 해보았다. 이 분석은 한 기사 내에서 '부동산'이라는 키워드가 어떤 단어와 주로 연관되어 나타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대충 보아도 전국종합-보수지(조선·중앙·동아), 전국종합-경제지(한국경제·매일경제·헤럴드경제), 전국종합-진보지(한겨레·경향), 그리고 지역종합지(경남도민, 부산, 광주, 충청, 강원도민 등 전국 10개)는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연관어에서 기관이나 단체를 우선 제외하면, <조선> <중앙> <동아>는 '세금부담', '온라인 시위', '피청구'와 같은 단어가 눈에 띈다. 경제지에서는 '소급적용 피해자', '조세저항 촛불집회', '임대인'이 부동산과 연관된 주요 단어로 나타나고 있으며, <한겨레>와 <경향>은 '공동체', '토지공개념', '주거 안정'이 주요 연관어로 분석되었다. 지역종합지는 '임대주택', '일반재개발', '공공지원'이 연관어 순위에서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역종합지는 분석 대상 매체의 개수에 비해 기사 수 자체가 매우 적었다. 

연관어가 가진 의미를 잘 드러내고 있는 기사들을 매체 유형별로 하나씩 살펴보자. <조선일보>는 "사유재산 강탈 독재 정부! 빗줄기 뚫고 신발이 날았다"(8월 1일 자), <헤럴드 경제>는 "온·오프라인 달구는 '부동산 조세저항' 시위"(7월 27일 자), <경향신문>은 "부동산 불로소득이 공동체 와해시켜"(8월 1일 자), 그리고 <부산일보>는 "신뢰 잃은 부동산 정책에 설 자리 잃은 임대주택"(7월 15일 자)과 같이 보도하였다.

한편 지역종합지 중 대구의 <매일신문>은 다른 지역신문과 다르게 보수종합지와 유사한 (그러나 더 감정적인) 프레임을 보였는데, 표에 나타난 지역종합지 검색어 연관어 중 '증오심'(8월 2일 자), '네이버 검색어 총공격'(7월 20일 자)은 <매일신문>에서 추출된 것이다.

이 분석은 우리가 하나의 사회에 살고 있지 않음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정확히는 적대하는 세계들 속에 우리를 위치시키는 담론 권력들 속에 살고 있음을 증거하고 있다. <매일신문> 사례는 지역도 (당연히) 동일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하나의 시공간을 물리적으로 공유만 하고 있을 뿐 자신들의 담론 공간 세력이 아닌 자들은 단순하게 '아닌 자'일 뿐이며 그런 자들을 위한 공간은 증오와 파면으로 소멸시켜야 할 대상일 뿐이다. 그런데 이는 부동산이 만든 대치가 아니라 부동산으로 상존해 있던 자본과 정치권력의 욕망, 이념적인 전선이 명징하게 떠올랐을 뿐이다. 한국 사회에서 예외 없이 정치와 자본의 이익과 관련된 모든 이슈는 언제나 이러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우리의 욕망이 실은 언론사의 욕망이라면
 

언론의 부동산 보도 프레임은 누구에게나 드러나 있지만 언론이 만드는 정의와 작동원리는 애써 담론을 해체해야만 드러나는 법이다 ⓒ framewalk

 
이해는 안 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조세정의(租稅正義)가 법률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❶. 조세정의와 관련한 개념 규정이 부재한 상황에서 조세정의는 언론사들이 단순히 '주장'함으로써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납세자들의 세금 정책과 세금 납부에 대한 저항의 정도는 납세 의식(Tax Moral)에 의해 좌우된다. 납세 의무에 대한 순응 동기와 의사는 심리적 요인이며 조세 정의가 사회적으로 실현되고 있다는 믿음은 그러한 심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다.➋ 

언론은 그러한 믿음의 종류와 정도를 좌우하는 담론 권력의 헤게모니를 가지고 있다. 놀랍지 않겠지만 이 사실을 우리 언론은 정확히 꿰뚫고 있다. 수구보수 언론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헌법이 보장한 사유재산권을 유린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시장자유주의 경제지는 '그러한 정권에 저항해야 한다'고 부추기고, 지역의 보수 언론은 '그러한 정부를 증오한다'는 프레임으로 보도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런데 이는 그다지 새롭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발견이다. 그러한 프레임은 단지 언론의 자본과 정치권력에 대한 욕망을 가감 없이 순수하게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반드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사실이 있다. 그것은 각 언론사가 지향하는 욕망 자체가 정의이며 그것의 실현 방식은 분열과 대결, 정복과 소멸, 그리고 저항과 증오에 의해 가능하고 그것이 우리가 - 실제로는 그들은 서민들과도 다른 세계에 있기에 '너희가'가 더 정확할 듯하다 - 살고 있는 사회라는 믿음을 틀(프레임) 짓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언론사들의 프레임 자체가 아니라 그 프레임들로 인해 우리의 무의식을 잠식하는 정의의 내용과 방식이라는 것이다. 조세정의는 사회적 갈등과 논의 과정에서 역사적으로 정립되어야 하며 부동산과 같은 공공적 성격의 자원은 시장 정의가 아닌 사회정의에 의해 생산과 분배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기본적 전제 자체가 언론들의 욕망이 만들어낸 프레임에 의해 정복되고 소멸됨을 알 필요가 있다.

언론은 결코 사회를 반영하지 않는다. "언론이 사회를 만든다➌". 이를 위해 언론은 주관적 욕망을 객관적 현실로 재생산하는 장치들을 개발해 오고 활용하고 있다. 언론은 모든 사회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고려하는 차별화된 집단과 개인들을 위한 주장을 "일리" 있으며 "의미" 있게 보도하는 "정당화"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항상 고민한다.

이를 위해 언어를 발명하며 (예를 들면 '세금폭탄'), 초보적인 수준에서의 이론 언급(예를 들면 '재산권 침해'), 그리고 차별화된 지식체계(예를 들면 '공산주의')를 만드는 것이다. 

정의 없는 힘은 전제적임을 언론사들은 명징하게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정의롭게 되기보다 그들의 정의를 만들며 담론의 권력으로 힘을 가지려 하고 그것을 통해 세상의 정당한 법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정당한 것이 강해지거나 강한 것이 정당해져야 한다➍"는 교훈을 그들은 보도로서 체화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언론의 부동산 보도 프레임은 누구에게나 드러나 있지만 언론이 만드는 현실과 그 현실 속 정의와 작동원리는 애써 담론을 해체해야만 드러나는 법이다. 


❶  유호림 (2019). 우리나라의 조세정의(租稅正義)에 관한 고찰. 조세연구, 19(4), 267-295
❷  강민조 (2018). 조세공정성에 대한 인식이 적정 조세부담률 판단에 미치는 영향. 회계, 세무와 감사 연구. 60(2). 307-330
➌  Berger, P. & Luckman, T. (1966). The Social Construction of Reality. (하홍규 역). 문학과 지성사.
➍  파스칼, 자끄 데리다 재인용. 2004, p.27: Derrida, Jacques, Gesetzeskraft. Der "mystische Grund der Autorität", Ffm, 1991. 자크 데리다, 법의 힘, 진태원 옮김, 문학과지성사, 2004.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채영길 님은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입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 2020년 9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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