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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시 채석장 결국 '불허가'... 1년 넘은 갈등 종지부 찍었다

[현장] 소규모환경영향평가 석산 부지로 '바람직하지 않다' 판단

등록 2020.09.08 11:05수정 2020.09.08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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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충남 공주시 정안면 주민들이 석산 추진을 반대하며 공주시청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 김종술


충남 공주시 정안면에 추진 중인 채석장(아래 석산)이 금강유역환경청 소규모환경영향평가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 내려지면서 공주시는 지난 7일 자로 '불허가' 결정을 내렸다. 석산을 놓고 1년 넘게 진행된 갈등이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상황은 이렇다. 2018년 12월 28일, 한 개발회사가 충남 공주시 정안면 내문리산 19외 5필지 9만1132㎡ 면적에 쇄골재용, 토목용, 조경용 석재 토석채취허가를 신청했다. 사업자는 개방공사 및 내부도로건설공사와 관련된 건축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천안시와 아산시에 공급하겠다는 것이었다.

갈등의 시작
 

2019년 금강유역환경청 소규모환경영향평가 심의 위원들의 현장방문을 앞두고 석산 개발에 찬성하는 주민들이 마을 입구에 내건 현수막이다. ⓒ 김종술


공주시는 지난해 1월 서류 미비로 보완을 요청했고, 사업자는 지난해 5월 서류를 보완해 재신청했다. 공주시는 행정절차법 제46조(제44조 준용) 등에 의해 정안면사무소 및 내문리 마을회관에 '석재 채취로 인하여 주거·환경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주민'을 상대로 의견수렴을 받아 부서 협의를 끝내고 금강유역환경청에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의뢰했다. 평가 과정에서도 보안이 내려지고 다시 심의가 진행됐다.

석산이 추진되는 과정부터 주민 간 찬성·반대로 인한 갈등이 발생했다. 우선 반대하는 주민들은 석산 부지로 향하는 길목인 정안면 소재지부터 석산개발에 반대하는 현수막을 걸었다. 604번 지방도를 따라 울긋불긋 한복을 걸친 허수아비에는 석산반대라는 붉은색 머리띠와 어깨띠를 두른 100여 개를 도로 양쪽에 세워졌다. 공주시청과 금강유역환경청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통해 석산이 추진되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석산을 찬성하는 주민들도 '석산개발 유치를 환영한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지난해 7월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위한 심사단의 현장 방문을 앞두고 몰려든 주민들  사이에 석산 반대·찬성을 놓고 몸싸움까지 치달았다.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서로 밀치면서 결국 피켓이 깨지고 걸렸던 현수막의 끈을 풀어 헤치면서 감정의 골은 깊어졌다. 결국 경찰이 중간이 끼어들어 중재하면서 상황을 뜯어말렸다.

그러나 지난해 심사단의 현장 방문에서 이번 결정이 내려졌다고 볼 수 있다. 당시 현장을 돌아봤던 심사단은 "수치만 맞추느라 평가가 부실하다"라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평가를 맡은 업체로부터 사업에 대한 설명이 끝나고 심의 위원들이 당시 평가 업체에 내놓은 질문이다.

부실한 평가
 

2019년 금강유역환경청 소규모환경영향평가 심의 위원들이 석산 개발을 요청한 사업장 부지를 돌아보고 있다. ⓒ 김종술


"이곳은 홍길동이 활동했던 무성산의 같은 자락으로 알고 있다. 도로가 8m로 설계되었는데, 1m 넓어지면 소규모평가가 아닌 환경영향평가대상이다. 교행 차로 두 곳이면 기준치를 넘는다. 딱 경계점에 있다는 것에 의심이 드는데, 인위적으로 줄이기보다는, 평가는 정당해야 한다."(A 위원)


"지형상으로 보면 단차가 매우 급하다. 경사도가 30~45도까지 된다. 이런 경우 채굴량이 얼마 안 된다. 우리나라 산은 어떤 곳이든 1m만 파면 다 암반이다. 이곳은 암반이 좋은 질도 아닌데, 굳이 이렇게 깊은 산속까지 들어와 암을 채굴해야 하는 사유가 있는지 알고 싶다. 퇴적암이 많아서 끝나고 사면복구 유지할 때도 보호가 잘 안 된다."(B 위원)

"대기오염 자료를 보면 이곳의 자료가 없어서 천안 것을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곳은 천안과 전혀 다른 형태의 분지다. 분지는 바람이 약하다는 것이다. 밤에는 (사업장) 이곳에서 골짜기로 불어서 마을로 간다. 이것으로 재산정해야 할 것 같다. 암석 판매가 천안쪽으로 간다고 하는데, 10년 동안 천안으로만 갈 것인지 가까운 세종시와 공주시에 판매가 이루어진다면 영향평가 범위가 전혀 달라지게 된다. 대기오염, 수질오염 극한 현상에서 계산해야 한다. 평균은 무의미하다.

암석은 비중을 따진다. 현재 암석 계산법을 보면 1.8로 계산했다. 15톤 트럭으로 간다고 하는데 입방미터로 나누면 차량 대수가 현재 곱하기 1.8배 증가한다. 채산성 때문에 다 25톤 차량을 사용하지 15톤 차량은 이용하지 않는다. 25톤 차량을 이용하면 또 달라진다. 석산을 개발하기 전과 후의 오염량이 전혀 없다. 그렇다면 국가에서 돈 들여서 환경영향평가를 할 이유가 없다. 영향이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인데 숫자만 맞춘 것으로 보인다. 환경영향평가를 전면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C 위원)

"1시간에 15톤 덤프 13대가 운행한다고 되어 있다. 생산량과 딱 맞아떨어지게 계산한 것 같다. 지금 도로에 다니는 차량도 누적해서 담아야 한다. 차량에 15톤을 실어야 하는데 15세제곱미터를 싣는다고 해 놓았다. 1세제곱미터당 암석의 비중이 3.0이라고 하면 차량 대수가 지금보다 2.5배 올라간다. 숫자를 역으로 환상해보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 현장에 맞는 숫자를 넣어야 하는 데 문제가 많다."(D 위원)

"사업장 연결을 보면 생태등급도 1등급지와 맞닿아 있는 구간에 간벌(수목을 솎아내는 일)이 되어 있다. 소규모 사업인데 갈등이 많다. 평가에 민원 현황은 잘 파악했는데 어떤 민원 대책이 있느냐? 교통 관련해 주민들이 이용하기에 불편하고, 차량 대수에도 예측이 필요하고, 도로를 넓힌다든지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E 위원)

"작업 일수를 300일로 산정했다. 요즘 52시간 근로조건에 여러 가지 제약조건이 많다. 최근 기후변화에 따라 집중 호우와 폭설이 발생한다. 300일 운행이 안 된다고 보면 상황에 따라 1시간에 4~50대의 차량이 다닐 수 있다. 1~2분에 한 대의 차량이 다닌다는 계산이다. 그런데 평가에 나와 있는 자료는 전혀 다르게 심각한 문제가 있다."(F 위원)


"갈등 봉합해야"
 

2019년 충남 공주시 정안면 주민들이 석산 추진을 반대하며 공주시청 앞 집회에서 ‘내문리 채석장 반대 대책본부’ 김영진 공동대책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 김종술

 
금강유역환경청은 지난달 소규모환경영향평가 결과를 공주시에 통보했다. 공주시는 지난 7일 사업자에게 불허가 사유를 통보했다. 불허가 사유는 다음과 같다.
 
사업부지는 보존적 가치가 뛰어난 생태자연도 1등급지와 연접하고 있어 이와 동일한 생태권역에 속하며, 산림·하천은 주된 서식역으로 하는 다수의 동물상이 확인되어 환경적 영향이 클 것으로 판단되며, 토석채취 진입로 계획이 마을을 관통하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어 진입도로로 인한 생활환경에 피해가 예상되나, 실효성 있는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 상태에서 본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음. 토석채취허가 신청에 따른 보완요구 사항이 해소되지 않았고, 환경영향평가법 제44조 규정 등에 따라 소규모환경영향평가에 대한 협의결과 사업추진은 바람직하지 않는 것으로 협의됨에 따라 본 건 불허가 처분함을 알려드린다.

사업자는 처벌에 대해 불복이 있을 경우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제35조 규정에 따라 불허가처분을 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문서로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아울러 처분이 있음을 알게 된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처분이 있는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행정심판법 제27조에 따라 행정심판 또는 처분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소송법 제20조에 따라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공주시 담당자는 "금강유역환경청 소규모환경영향평가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라는 판단이 내려왔다. 법상 지방산지 관리위원회 심의를 걸쳐야 하는데, (금강유역환경청) 동의하지 않는 상태에서 심의할 수가 없다. 그래서 7일 자로 문서를 통해 공식적으로 불허가 통보를 했다"라고 설명했다.

석산 반대를 외쳤던 한 주민은 "석산 추진을 놓고 같이 살아가는 주민들이 갈등을 겪으면서 지역공동체는 파괴되고 몸도 마음도 망가진 상태다. 너무 많이 신경을 쓰느라 건강까지 해쳤다. 다행히 많은 분이 도움을 주어서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보존할 수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다. 잘 보존하고 가꾸어서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겠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주민들과 함께 석산반대를 주장했던 대전충남녹색연합 김성중 활동가는 "지난해 방문한 사업 예정지에서 수달 배설물과 양서류 및 다슬기, 반딧불이의 서식까지도 확인했다. 특히 사업장은 참나무류가 군락 형태를 띠고 있어 보존 가치가 상당히 높은 곳이었다. '적절하지 않다'라는 것은 금강유역환경청의 적합한 판단으로 생각한다. 한 사업자로 인해 승자도 패자도 없는 싸움의 종지부를 찍었다. 지금은 찬성·반대로 나뉘어 갈등을 겪고 갈라진 지역의 민심을 봉합해야 할 때다"라고 조언했다.

한편, 석산이 추진됐던 공주시 정안면 내문리는 천년고찰 마곡사로 향하는 길목으로 90호 정도가 살아가는 곳이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정안밤'이 생산되며 인근 7개 마을이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70억 원을 지원받아 1년에 (지역주민 주장) 1만 5000명이 다녀가고 공주시로부터 38억을 지원받아 농촌체험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채석장 #공주시 #금강유역환경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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