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기간 평가표'만으로 근로자 해고할 수 있을까?

노동위원회, 수습근로자의 해고에도 정당한 사유 필요

등록 2020.09.09 15:04수정 2020.09.09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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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근로자의 해고에 정당한 사유를 필요 요건으로 정하고 있다. 사회 통념상 해고를 할 수밖에 없을 정도의 근로자 귀책 사유가 있을 경우에 한해 회사가 정당하게 해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 수습근로자 역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이므로 당연히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보호를 받는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사업장에서는 근로계약에서 수습 기간을 정하였다면, 이를 근거로 수습 기간의 만료와 함께 근로계약을 정당하게 종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최근 수행한 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구제신청의 사례에 비추어 이에 대한 법리를 간단하게 정리해 본다.

법원이나 노동위원회는 수습 기간의 취지를 고려하여 통상의 정규직 근로자에 비해서는 다소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기는 하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크게 달리 볼 것은 없고, 회사가 본채용을 거절할 수밖에 없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유에 대해 입증하지 못하면 부당해고라고 판단한다.

구체적인 법리를 살펴보면 법원은 수습근로자의 해고에도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여 사회 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한다는 엄격한 원칙하에(대법원 2001. 2. 23. 선고, 99두10889 판결 ; 대법원 1994. 1. 11. 선고, 92다44695 판결 등), 회사가 직원의 본채용을 거부한 사안에서 "근무성적평정표만으로는 직원들의 업무수행능력이 얼마나 부족했는지, 그로 인해 업무수행에 어떠한 차질이 있었는지를 알 수 없다"고 하여 부당한 해고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6. 2. 24. 선고, 2002다62432 판결).

즉, 수습 기간의 만료에 의해 회사가 당연히 근로관계 종료 통지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수습 기간 평가표를 작성하여 본채용 거부를 결정한다고 하더라도 평가표만으로 정당한 사유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상기 언급한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례에서 역시 노동위원회는 ①회사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수습평가표에 객관적인 근거가 없는 점, ②수습평가표만으로 근로자의 구체적인 업무 부적합 내용을 알기 어려운 점을 이유로 당해 본채용을 거부한 해고통지를 부당해고라고 판정하였다.

물론 회사로서는 수습계약의 취지에 따라 수습 기간이 만료될 때 수습근로자의 본채용을 거부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 적어도 ① 회사가 수습평가에 대한 별도의 기준을 근로자에게 미리 알리고, ② 회사가 이에 따라 정기적으로 근로자와 수습평가와 관련한 면담을 한 결과에 따라 수습평가표를 작성하고, 근로자에게 시정을 요구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며, ③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작성된 수습평가표의 결과가 제3자가 보더라도 비교적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질 정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해당 글을 작성한 기자는 공인노무사입니다.
#부당해고 #수습근로자해고 #노동위원회 #부당해고구제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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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노무사로서 '노무법인해결'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노무자문, 급여관리, 근로자들의 부당해고, 체당금 사건 등을 수행하면서 널리 알리면 좋을 유용한 정보를 기사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blog.naver.com/lhr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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