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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 초등학생 성폭행... 스포츠계에선 흔한 일이었다

[그 코치 봐준 그 판결 ①] 스포츠 폭력·성폭력 판결 163건 분석을 시작하며

등록 2020.09.21 07:16수정 2020.09.22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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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폭력·성폭력 문제는 그 심각성에 비해 우리 사회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2019년 심석희 선수의 성폭력 피해 폭로, 올해 최숙현 선수의 죽음을 거치며 스포츠 폭력·성폭력 문제가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올랐다. <오마이뉴스>는 최근 20년 동안의 스포츠 폭력·성폭력 판결문 163건을 입수해 분석했다. 판결문에 담긴 사건의 심각성·특수성, 법관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른 양형사유 등을 여러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이 기사는 그 첫번째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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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입구 ⓒ 연합뉴스

  
테니스 선수 출신 김은희(29)씨가 남자 코치한테 첫 성폭행을 당한 건 2001년 여름 10살 때의 일이다. 당시 23살의 남자 코치는 탈의실에서 여자 초등학생 선수였던 김씨에게 이렇게 말했다.

"죽을 때까지 너랑 나만 아는 거다. 말하면 보복을 할 거다."

테니스 코치는 평소 기분이 좋지 않으면 운동을 더 힘들게 시키고 더 많이 때리곤 했다. 김씨는 보복이 두려워 어떠한 저항도 못 했다. 집을 떠나 합숙하고 있어 부모님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다. 그 코치는 그렇게 강간했다. 김씨는 1년 동안 네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 그 코치는 김씨 말고도 많은 선수의 몸을 만졌다.

학교는 그 사실을 눈치채고 코치를 해고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김씨는 외상 후 스트레스를 장애를 안고 살아야 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2016년 5월 김씨는 테니스 대회에서 그 코치를 우연히 만났다. 그날 30분 동안 소리 내어 울었다. 그는 코치를 법정에 세우기로 마음먹었다. 자료를 모으고,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고, 당시 사건을 증언해줄 사람을 만나러 다녔다.

"10명이면 10명 모두 안 된다고 말했다. 저 또한 안 된다고 생각했다. 기소도 안 되고 기소되더라도 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꼭 이겨서 저와 같은 피해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김씨는 2016년 7월 코치를 고소했고, 검찰의 기소와 재판이 이어졌다. 이듬해 10월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1심 재판부(재판장 민지현)는 코치에게 강간치상을 적용해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를 그를 엄히 꾸짖었다.
  
피고인은 자신의 왜곡된 성적 욕망을 해소하고자 평소 자신의 지위 하에 있어 반항하기 어려운 점을 이용해 만 10~11세에 불과한 피해자를 특별보호영역인 학교에서 지속적으로 강간했다. 이는 보호받아야 할 약자인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서 범행의 경위와 내용에 비추어 죄질이 매우 무겁고, 사회적·도덕적으로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

법조계에서는 15년 전의 성폭행을 인정한 이례적인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판결 이후 김씨는 블로그에 이런 글을 썼다.

"정말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었지만,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힘을 주기 위해 악착같이 싸웠습니다. 그리고 이겼습니다. 이제는 여러분이 용기를 낼 차례입니다. 힘이 되어드리겠습니다."

2심(항소심)과 대법원 모두 김씨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김씨는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김씨는 8~9월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거나 여러 차례 연락을 하면서, 자신이 돕고 있는 어린 피해 선수들을 떠올렸다.
 
"운동하는 후배들이 2001년 제가 겪은 문제를 2020년에도 똑같이 겪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

2019년 1월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전 코치로부터 4년 동안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언론에 밝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심석희 선수는 당시 법무법인을 통해 아래와 같은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는 대한민국 체육계에서 유사한 사건이 절대로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 달리, 스포츠 폭력·성폭력은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6월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 최숙현 선수가 폭행·가혹행위에 시달리다 23살의 나이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근에는 대구시청 여자핸드볼팀 감독과 코치가 선수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고 있다.

스포츠 폭력·성폭력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일까. 2019년 인권위가 6만 3211명의 초·중·고등학생 선수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5만7557명 중 14.7%(8440명)의 선수가 신체폭력을 경험했다고 답변했다. 3.8%(2212명)는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밝혔다. (관련 기사: 성폭력 피해 학생 선수 2200여 명, 성관계 요구-강간도 24명 http://omn.kr/1lk4m)

대학생 선수 4924명 조사에서는 전체의 1/3인 32.8%(1613명)가 신체폭력을 당했다고 밝혔다. 성폭력을 당한 선수의 비율도 9.6%(473명)에 달했다. 실업팀 선수 1251명 조사에서는 신체폭력 경험자는 15.3%(192명)였고, 성폭력 경험자는 1/10을 넘는 11.4%(143명)였다. (관련 기사: 실업팀 '직장 내 성희롱' 심각한데... 여성 지도자가 없다 http://omn.kr/1lpwe)

인권위는 지난 7월 '스포츠계 인권보호체계 개선을 위한 권고' 결정을 내놓으면서 "체육계의 폭력·성폭력 사건들이 지속·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사건 발생 시의 미온적 대처 등은 체육계 인권보호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확대해 신고 자체를 주저하게 만들고, 사건이 은폐되는 요인으로까지 작용하게 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오마이뉴스>가 판결문을 분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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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모습. ⓒ 이희훈

   
스포츠 폭력·성폭력이 끊이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로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이 꼽힌다. 사법부가 성적 지상주의 하에서 지도자가 권력 관계에 있는 선수를 때리고 성폭력을 저질러도 선수들이 저항하기 힘든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권위 상임위원 출신의 문경란 스포츠인권연구소 대표는 "경찰도, 판사도, 검사도 스포츠 쪽은 으레 때리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민주화 이후 스포츠계만큼 저렇게 야만적인 폭력과 성폭력이 횡행하는 곳이 어디 있느냐"라고 지적했다. 그의 말이다.

"가해자 편에 서서 가해자를 걱정해주는 판결이 많다. 폭력과 성폭력을 저지르면 언제나 처벌이 된다는 것을 확실히 하면, 예방 효과가 클 것이다. 안 그러면 '내가 재수 없어서 걸렸고, 잘 피해 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일이 계속 반복적으로 일어난 것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9년 10월 인권위에 제출한 용역보고서 '스포츠 분야 성폭력/폭력 사건 판례분석 및 구제방안 연구'에 따르면, 분석한 87건의 성폭력 사건 가운데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가 82건이었다. 아래는 연구진의 분석이다.

"전문체육의 경우 교육자의 지위가 직업적 진로와 결부되어 성적, 진학, 취업, 시합 출전 기회 부여, 국가대표 선정 영향력 등에 있어 아래와 같이 더 많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해자 선수들이 가해자의 성적 요구나 성적 침해에 대해 거절하거나 거부감을 표현하기 어려워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기 쉽고, 침해의 정도 또한 클 수밖에 없다."

연구진은 또한 재판부가 체육교사의 연금, 선수의 장래 등을 고려해 가해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등 부당한 영향 사유를 지적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는 인권위 용역보고서를 바탕으로 163건의 스포츠 폭력·성폭력 판결문을 입수했다. 판결문에는 우리 사회의 외면과 스포츠계의 비뚤어진 인식 속에서 고통받은 선수들의 외침이 담겨 있었다. <오마이뉴스>는 판결문에 나와 있는 사건 내용과 양형사유를 분석했고, 이를 오늘부터 10차례에 걸쳐 매일(휴일 제외) 보도한다.

☞ [그 코치 봐준 그 판결] 특별기획 바로가기 (http://omn.kr/1oz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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