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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재난지원금 200만 원? 건물주만 배부르게 하는 일"

[인터뷰] 김경민 안양군포의왕 노래연습장협회 지회장 "경제 돌게 할 정책 필요"

등록 2020.09.10 18:16수정 2020.09.1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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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으로 수도권 지역 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고 있는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노래방에 집합금지 행정명령으로 인해 휴업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 유성호

    
"2차 재난지원금 200만 원? 건물주만 배부르게 하는 일이다."

경기도 안양과 군포, 의왕 지역에 산개한 650여 개 노래연습장의 업주들을 지원하는 일을 하는 김경민(안양군포의왕 노래연습장협회 지회장)씨가 10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긴 한숨을 쉬며 한 말이다.

김씨는 "정부에서 노래방 업주들에게 200만 원을 지원해준다고 해도 과연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냐"면서 "200만 원은 한 달 임대료와 관리비밖에 안 된다. 강제로 영업이 중단된 업주들은 이미 가게 하나 살리겠다고 식당에 나가고 야채가게에서 야채를 팔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솔직히 받아서 뭐 할 거냐'고 말하는 업주도 있다. 기본적으로 경기가 살아나도록 조치해야 하는데, 지금은 돈을 받아도 밀린 임대료 말고는 어떤 조치를 취할 수도 없는 상태다."

서울시 기준으로 노래연습장(코인노래연습장 포함)은 지난 3월 21일부터 4월 5일까지 14일, 5월 22일부터 7월 10일까지 50일 동안 집합금지 명령으로 운영이 중단됐다. 지난 여름 코로나19가 잠시 소강돼 영업을 재개했지만, 광복절 광화문 집회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시 강화되면서 8월 19일부터 9월 10일까지, 23일째 영업을 못 하고 있다.

정부는 노래연습장을 비롯해 유흥주점, 단란주점, 감성주점, 헌팅포차, 콜라텍, 실내 스탠딩 공연장, 실내 집단운동시설, 유통물류센터, 300인 이상 대형학원, 방문판매 직접판매홍보관, 뷔페 등 12개 업종에 대해 고위험시설로 지정해 관리해 오고 있다. 고위험시설로 분류된 이들 업종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발동하면 자동으로 운영이 중단된다.

"재난지원 사각 존재... 이대로면 정말로 다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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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으로 수도권 지역 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고 있는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젊음의 거리 일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2차 긴급재난지원금 7조 8000억 원 규모의 4차 추경을 편성하기로 했다. ⓒ 유성호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8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정부는 긴급대책으로 7조 8천억 원 규모의 4차 추경을 편성하기로 했다"면서 "코로나 재확산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집중지원하겠다. 전체 추경 규모의 절반에 이르는 3조 8천억 원이 투입되면 377만 명이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12개 고위험 업종(유흥주점, 콜라텍, 단란주점, 감성주점, 헌팅포차, 노래연습장, 실내 스탠딩 공연장, 실내집단운동, 뷔페, PC방, 대형학원, 방문판매업소) 중 유흥주점과 콜라텍은 이번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됐다. 다만 단란주점은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유흥주점과 콜라텍을 제외한 것은 유흥 및 사행성산업에 정부 지원을 하지 않던 기조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식품위생법 시행령 21조을 보면, 단란주점은 '주로 주류를 조리·판매하는 영업으로서 손님이 노래를 부르는 행위가 허용되는 영업'으로 정리됐다. 반면 유흥주점은 '유흥종사자(접대부)를 두거나 유흥시설을 설치할 수 있고 손님이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행위가 허용되는 영업'으로 명시됐다. 즉 유흥종사자 여부에 따라 이번 2차 재난지원 여부가 나뉘었다.

그러나 김씨가 활동하는 경기도 안양에서는 지난 8월 30일 유흥주점을 운영하던 60대 자매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언니가 끝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이 운영하던 가게는 방 2칸만 있는 소규모 업소였다. 지난 5월부터 집합금지 행정명령으로 문을 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노래방의 경우 문을 열지 않아도 최소 200만 원에서 250만 원 정도는 평균적으로 고정지출이 나간다"면서 "업주들 대부분이 비싼 권리비 주고 들어온 상태다. 다들 힘겹게 버티며 애들 공부시키고 있다. 이대로라면 정말 다 죽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지금은 임대료를 감해주거나 면제해주는 건물주도 찾을 수 없다"면서 "고통을 감내하려면 특정 업종만 하는 게 아니라 전 업종이 다 같이 고통을 감내해 코로나19를 이겨내야 했다"라고 강조했다.

"정말로 업주들은 최선을 다해서 방역하고 예방했다. 그런데 운영중단으로 살길이 다 막혔다. 문제는 노래연습장과 유흥주점이 문을 닫으니 시민들이 어디로 갔는지 아나?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된 7080라이브카페였다. 그곳으로 가서 노래하고 술 마셨다. 7080라이브카페는 코로나에서 안전한가?"

한국신용데이터가 전국 소상공인 사업장 65만 곳의 카드 결제 정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됐던 지난 8월 31일부터 9월 6일까지 서울 소상공인 매출 지수는 0.63으로 올해 들어 가장 낮았다. 이 수치는 지난해 대비 같은 기간 매출이 63%밖에 올리지 못했다는 뜻이다.

또 부동산114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가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2분기에만 서울 지역 상가의 수가 1분기 대비 2만 1178개 줄어들었다. 서울의 상가 수는 1분기에 39만 1499개, 2분기에는 37만 321개로 집계됐다. 폐업한 상가 중에는 노래연습장 및 PC방 등이 포함된 관광·여가·오락 업종 상가가 1260개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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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으로 수도권 지역 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고 있는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젊음의 거리 일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2차 긴급재난지원금 7조 8000억 원 규모의 4차 추경을 편성하기로 했다. ⓒ 유성호

 
#노래방 #노래연습장 #코인노래방 #2차재난지원금 #지원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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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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