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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돈으로 환심사려" 통신비 지원, 4차추경 발목잡나

"바로잡겠다"며 야당 일제히 비판... 승수효과 예측 없이 1조원 지원 결정

등록 2020.09.12 16:00수정 2020.09.1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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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왼쪽)와 김태년 원내대표(오른쪽)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통신비 2만원 지원'이 추석 전 지급을 목표로 추진되는 코로나 4차 추경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제1야당 국민의힘은 통신비 지원을 "바로 잡겠다"고 공언했고, 정의당과 기본소득당 등 다른 야당들도 부정적이다. "2만원 지원이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통신비 2만원 지원'은 정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코로나 긴급재난지원 대책(2차 긴급재난지원)에 담겼다. 만 13세 이상, 4640만 명 국민들에게 9월 한 달간 통신비 2만원을 지원해준다는 내용이다. 당초 정부는 연령별 차등 지원을 제시했지만, 당정 협의에서 만 13세 이상 국민으로 대상이 확대됐다. 통신비 지원에는 1조 원(9300억 원)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된다. 

통신비 지원 방안은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통신비 지원에 대해 "자녀 용돈 수준에도 못 미친다"며 "예결위 심사 과정에서 이 점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제정신 가지고 할 일이 아니다"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2차 긴급재난지원과 관련해 전 국민 보편적 지원을 주장해온 정의당 등 다른 야당도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코로나 선별지원에 따른 비판 여론을 막기 위한 생색내기용'이라는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 10일 "맥락도 없이 끼어들어 간 통신비 2만원 지원 계획은 황당하기조차 하다"며 "두터워야 할 자영업자 지원은 너무 얇고, 여론 무마용 통신비 지원은 너무 얄팍하다"고 지적했다.

기본소득당도 지난 11일 "2만원짜리 통신비 지원이 경제 효과가 없다는 비판과 별개로 푼돈으로 여론의 환심을 사려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도 확실한 반박 논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11일 CBS라디오에서 통신비 논란과 관련해 "그래도 안 받는 것보단 낫지 않냐"고 말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안 의원에 발언에 대해 친문재인 성향 커뮤니티의 한 이용자는 "전 국민이 2만원 받으면 기뻐서 표를 주는 거지로 아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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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 타격 대응을 위해 4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 중이다. 9일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 한 점포에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안내문이 걸려있다. ⓒ 연합뉴스


승수효과 예측 없이 1조원 지원 결정…. 여당 소속 이재명도 "아쉽다"


통신비 2만원 지원에 따른 경제 활성화 효과도 분명하지 않다. 홍남기 부총리는 10일 브리핑에서 한 취재진이 통신비 지원에 대한 경제 효과를 묻자 "가계 부담을 덜어드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경제적 승수효과는 분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당은 물론 정부에서도 통신비 지원으로 인한 타 분야 수요증대나 고용 창출 효과에 대한 예측 없이 정책을 정했다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청년층이라든가 노년층에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제기했지만, 대통령과 당 대표 간의 간담회에서 최종적으로 13세 이상 국민들에게 드리는 걸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승수효과에 대한 고려 없이 1조 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하기로 한 데에는 여당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 보니 여당 내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민주당 소속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10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통신비 같은 경우 돈이 직접 통신사로 들어가 버리니까 승수효과가 없다"며 "그게 영세 자영업자나 동네 골목 매출을 늘려주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점이 조금 아쉽다"라고 말했다. 통신사들에게 돈이 흡수되면서, 돈이 돌고 도는 순환 효과가 없다는 얘기다.

'통신비 경감'이라는 측면에서도 체감 효과가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최근 통계를 보면, 국민들의 무선 데이터 이용량이 늘어나고 있지만, 통신비 부담은 오히려 줄고 있다. 데이터를 많이 쓰는 게 반드시 통신비 부담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

통신비 부담 줄어드는데... 코로나로 통신비 늘었다는 통계도 없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민 1인당 무선데이터 이용량은 2018년 6395MB에서 2019년 8831MB로 38.1%나 급증했다. 하지만 통신비 부담은 오히려 줄었다. 지난해 월평균 가계 통신비는 12만3000원으로 2018년에 비해 8.3%(1만1100원)나 감소했다. 이중 통신서비스 비용만 별도로 들여다보면 2019년 서비스 비용은 9만4500원으로 전년보다 4100원 줄었다.

가계 소비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줄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연간 지출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당 통신비 지출 비중은 5.9%로 전년(5.3%)보다 0.3%포인트 감소했다.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스마트폰 교체 주기도 길어진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비대면 업무로 전환하면서 데이터 사용량이 늘었지만, 통신비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는 통계는 찾아볼 수 없다. 집에서 비대면 업무를 할 경우, 대부분 스마트폰 데이터가 아닌 '와이파이'를 연결·사용하기 때문에 통신비 부담이 크지 않을 거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코로나 사태와 별다른 인과관계가 없는 분야에 대한 지원책이 나오면서 그 결정 과정에 대한 의구심만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통신비 논란, 4차 추경안 발목 잡힐까 우려

통신비 논란이 계속되면서, 2차 긴급재난지원을 위해 급히 편성한 4차 추경 예산안이 국회에서 발목 잡히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은 "통신비에 대해 야당이 확실하게 잡겠다고 선언한 마당에, 여당이 통신비 원안을 고집하게 되면, 추석 전 신속히 처리해야 할 4차 추경 예산안의 국회 통과가 늦어질 수 있다"고 했다.

권 국장은 이어 "취약계층에게는 통신비가 지원이 되고 있고, 정말 통신비를 많이 쓴다고 하는 계층에게도 2만원이라는 돈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통신비 지원은 1조 원에 가까운 돈이 들어가는데, 막대한 예산을 의미 없게 쓰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추경 #통신비 #4차추경 #2차 긴급재난지원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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