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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를 위해서라면... 유칼립투스의 '무서운' 생존 법칙

[자연에서 배우는 삶] 세상 모든 어미들의 이야기는 눈물겹다

등록 2020.09.14 13:40수정 2020.09.1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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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든 동물이든,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들은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로 전하기 위해 노력한다.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것은 사람 뿐만이 아니다. 

새들은 알을 품게 되면 2~3주 이상 먹는 것과 잠자는 것도 희생한다고 하고, 펠리칸은 새끼에게 먹일 것이 없으면 자신의 가슴을 쪼아 살점을 새끼에게 먹인다는 신화를 가질 정도란다. 동물들의 자식 사랑도 사람만큼이나 헌신적이다. 식물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그 중에서도 자기 희생의 끝판왕을 꼽으라면 유칼립투스 나무를 들 수 있지 않을까? 

처음 유칼립투스 나무를  보았을 때 마치 뱀이 허물을 벗듯 줄기의 나무 껍질들이 한 겹 두 겹 벗겨지며 다양한 색깔과 모양을 만들어 내는 것이 신기했다. 어느 날 단추 구멍 같이 독특하게 생긴 열매가 열린 것을 보고 호기심에 깨보려고 하는데 아무리 발로 밟아도 열리지 않았다.

돌로 두드려 깨는 것도 칼로 잘라내는 것도 쉽지 않은 단단한 재질로 쌓여 있는 열매였다. 힘들게 껍질을 열어보니 좁쌀 같은 씨앗들이 들어 있다. 뭐 이런 씨앗이 다 있을까? 바로 인터넷으로 공부를 해보았다. 

코알라가 먹는 나무로 알려진 유칼립투스는 호주가 원산지이지만 세계적으로 700 종이 넘을 만큼 다양한 종류가 분포되어 있다. 일년에 3미터 이상 자라는 높은 성장률과 30에서 50미터 이상 곧게 자라는 특징 때문에 목재를 얻으려는 목적으로 많이 심었다고 한다.
 

산불 원인이 되는 유칼립투스 나무들 유칼링투스 잎과 수액에는 많은 알코올 성분이 있어 건조하고 무더운 날씨 때 자연 발화되어 산불을 일으키곤 한다. ⓒ 김상대

 
미국 캘리포니아 해변가를 중심으로도 엄청나게 많은 유칼립투스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이는 초기 서부 개척을 했던 농장주들이 수익성 좋은 목재를 얻으려고 심은 것들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나무는 잎과 수액에 알코올 성분이 많아서 불에 잘 타는 성질이 있다. 캘리포니아의 덥고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다 보면 어느 날 유칼립투스 나뭇잎끼리 마찰되어 자연발화 되기도 하고, 마른 번개가 떨어질 때 불쏘시개 역할을 하며 산불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그런데 여기에 유칼립투스의 생존 법칙이 담겨 있다. 
 

유칼립투스 열매들 유칼립투스 씨앗은 딱딱한 열매 속에 담겨있어서 안전하게 보호되고 산불이 나서 뜨겁게 되면 껍질이 열려 발아한다. ⓒ 김상대

  

산불이 난 후에도 살아남는 유칼립투스 열매 유칼립투스는 자신의 몸을 태우면서까지 자기 후손들의 경쟁자를 없애버리면서 생존을 이어가도록 진화되어 왔다. ⓒ 김상대


유칼립투스의 씨앗은 모래알처럼 작은데 도토리처럼 딱딱한 열매 안에 씨앗이 가득 담겨 있다. 새들이 쪼아 먹기 힘들게 단단한 껍질로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산불이 나도 두꺼운 껍질 안에서 보호되고 있다가 산불이 끝난 후 껍질이 벌어지면서 씨앗이 발아된다고 한다. 

다른 나무의 씨앗처럼 땅 위에 떨어져 자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산불의 뜨거움이 있어야만 껍질이 벌어지며 발아가 되는 것이다. 무서운 이야기 아닌가? 자기 후손을 번식시키기 위해 어미는 자신의 잎을 마찰시켜 불을 내고, 자기 몸뚱이가 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자기 자식들의 경쟁자가 될 수 있는 모든 나무들을 다 태워버린다니.  

모든 것이 다 타고 재만 남은… 그래서 비옥한 토양이 된 환경 속에서 자기 자식들이 자라나게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어미는 새끼가 더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기를 희망하며 자신의 몸을 불태운다. 세상 모든 어미들의 이야기는 눈물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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