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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도서정가제' 개입설, 노영민 비서실장이 해명하라"

[인터뷰] 김학원 휴머니스트 출판그룹 대표(한국출판인회의 회장)

등록 2020.09.14 07:08수정 2020.09.14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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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원 휴머니스트 출판그룹 대표. ⓒ 권우성


출판계가 술렁이고 있다. 석연찮은 이유로 '도서정가제'가 개악될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이런 위기 상황을 만든 '보이지 않는 손'이 청와대 최고위층인 노영민 비서실장이라는 얘기도 공공연하게 퍼지고 있다. 이에 한국출판인회의와 전국동네책방네크워크는 물론 한국작가회의도 '도서정가제 개악에 반대한다'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도서정가제는 2003년 2월 27일 '출판 및 인쇄 진흥법'에 따라 처음 시행됐다. 당시에는 온라인서점에 한해 출간 1년 이내의 신간 서적에 대해 10% 가격할인을 주되, 출간 1년이 지난 책의 할인 폭은 제한이 없었다. 과도한 책값 인하 경쟁의 폐해가 나타나자, 2007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과도한 책값 할인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관련 조항을 고쳤다.

현행 도서정가제는 지난 2014년 11월 21일에 개정된 것이다. 이에 모든 도서는 종류에 관계없이 10% 가격 할인에 (포인트 적립 등) 간접 할인 5%를 더해 최대 15%까지 할인할 수 있다. 다만, 3년마다 제도의 타당성을 재검토해 폐지·완화·유지할 수 있는 단서 조항이 붙어있을 뿐, 강화 조항은 없다. 지난 2017년에는 '유지'로 결정됐고, 올해는 11월 20일까지 결론을 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도서정가제 타당성 재검토를 위해 지난해 7월 출판·전자출판·유통·소비자 단체 등 13곳 대표가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했다. 참석자에 따르면, 이후 16차례 회의가 진행된 뒤 지난 6월 '도서정가제 유지'에 합의하고 단체 대표들의 서명만 남겨둔 상태였다. 최종 결정권자인 문체부 장관도 동의했고, 청와대 관련 비서관도 이의가 없었다고 한다.

문체부 장관도 동의한 '합의문'을 갑자기 왜 재논의 하나?

그러다 돌연 문체부가 7월 29일 구체적인 설명 없이 참여 단체들에게 "(민관협의체 합의안에 대해) 재협의, 재논의를 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단, 하나 추가된 것은 '소비자 후생'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판계에서는 이를 '책값 할인 폭'을 높이라는, 현행 도서정가제를 완화하라는 압력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출판관련단체에서는 '도서정가제 개악'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사실상 문체부 장관까지 동의한 합의안이 엎어진 데에는 청와대 최고위층의 개입과 압력이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논란이 거듭되고 있는데도, 문체부는 묵묵부답이며 지금까지 민관협의체는 열리지 않고 있다. 출판계에서는 여러 정황 증거를 종합한 결과, 도서정가제 개악의 배후에는 청와대 노영민 비서실장이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한국출판인회의가 최근 전국 서점과 출판사를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7.3%가 '도서정가제가 (서점·출판사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응답(16.3%)보더 4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도서정가제가 경쟁 완화(58%), 공급률 안정(54%)에도 도움이 됐고, 동네서점 활성화(64.7%)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도서정가제 개정 방향과 관련해서는 출판사(강화 39.4%, 유지 32.2%)나 서점(강화 68.9%, 유지 23.8%) 모두 강화·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 압도적이었다. 

도서정가제가 연간 5~10권 신간을 발행하는 '중소 출판사 창업에 도움이 됐다'는 응답도 57%로 높게 나타났다. 전국의 출판사는 2014년과 비교하면 2018년에는 38%가 늘어났고, 신간 발행 종수도 2013년에 비해 2017년에는 33%가 늘었다. (※ 이 여론조사는 리얼미터에 의뢰해 8월 17~20일 전국 출판사·서점 4500여 곳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조사했으며, 1001곳이 응답에 참여했다. 신뢰도는 95% 오차범위는 ±3.1)

'도서정가제'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일 오전 서울 서교동 '휴머니스트' 사옥에서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김학원 휴머니스트 출판그룹 대표를 만나 출판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김학원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김학원 휴머니스트 출판그룹 대표. ⓒ 권우성


- 코로나 여파가 출판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1차적으로는 오프라인 서점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동네 서점의 경우에는 코로나 초기에 매출이 90% 가량 줄어든 곳도 있다. 그보다는 덜 하지만 대형 오프라인 매장인 교보문고도 타격을 받았다. 동네 서점은 다양한 문화 행사를 하는 곳도 많았는데 그런 활동도 중단돼 안타깝다."

- 도서정가제를 이해하려면 책 판매(유통) 구조를 알아야 한다. 독자가 산 한 권의 책값은 어떤 식으로 분배되는가.
"한 권의 책을 펴냈을 때 출판사 기준으로 보면 - 분야와 장르마다 다르지만 - 저자(작가)에게 통상 정가의 10%를 인세로 지급한다. 도서정가제 할인 규정에 따라 온라인-오프라인 서점에선 10%를 독자에게 할인해준다. 서점에 도서공급 마진 비용으로 30% 가량 책정한다. 종이, 인쇄, 제본 등 제작 공정에 드는 비용이 대략 20~25% 정도다. 출판사의 편집·디자인·마케팅 등의 인력과 임대료, 운영비 등으로 20% 정도가 나간다. 그밖에도 배본, 물류, 창고비용 등에 10% 가량이 소요된다.

서점의 경우 출판사로부터 정가의 70% 가격으로 책을 받아서 할인도 해주고, 인건비와 임대료 등 운영비에도 쓴다. 책은 면세품이라 부가가치세(정가의 10%)가 붙지 않는다. 독자는 부가가치세 10%와 책값 할인 10%로 현행 도서정가제에서도 20%의 할인 혜택을 받고 있다. 도서 할인율이 커지면 결국 출판사와 서점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인터뷰 도중 김 대표는 '책을 사서 읽는 사람은 소비자냐, 독자냐'고 물었다. 그는 책은 일반적인 물건과 다르기 때문에 '독자'라고 스스로 답했다. '유료로 판매되면서 책처럼 도서관에서 불특정 다수가 언제든 공짜로 볼 수 있는 상품이 있냐, 책은 심지어 대출해서 가져가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건 이 사회가 책을 '문화적 공공재'라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미국 일부 주에서는 도서관에서 책 무료 대여 횟수를 제한하고, 그 이후에 유료로 걷은 돈은 저작·출판지원금으로 쓴다고 한다.

개정 도서정가제가 '소비자'를 '독자'로 만들었다

- 2014년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기 전과 후 어떻게 달라졌나.
"도서정가제 시행 전 책값 할인 폭이 컸을 때는 '독자'가 아니라 '소비자'로 만드는 환경이었다. 보고 싶은 책을 사러 갔는데도, 할인 폭이 큰 책을 충동구매하게끔 비문화적 소비 행위를 부추긴 것이다. 최근 설문조사 결과에도 나타났지만, 독자가 책을 고르는 첫 번째 기준은 가격이 아니라 내용이다. 두 번째는 저자(작가)다. 그리고 누군가의 추천으로 책을 선택한다.

도서정가제 이후에는 서점의 풍경이 달라졌다.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어느 서점이나 10% 할인이니까, 내용과 저자를 보고 자신이 원하는 책을 산다. 도서정가제 이전처럼 소비자가 아니라 독자로 돌아오게끔 만들었다. 국제도서전이나 독서페스티벌에서도 예전에는 할인을 많이 하는 쪽에 사람이 많았는데 도서정가제 이후에는 그런 현상이 사라졌다."

- 한국출판인회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현행 도서정가제가 경쟁 완화에 도움이 됐고, 도서 공급률 안정에도 도움이 됐다는 응답이 많았는데.
"지난 6년 동안의 변화는 상당히 놀랍다. 2014년 개정 도서정가제가 시행될 때 상당수 출판사들이 미온적인 반응이었다. 특히, 어린이책 출판사들은 재고가 많고 주부가 주요 구매층이기 때문에 할인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발간한 책 종수가 많은 중견 출판사들도 구간(舊刊) 할인 때문에 그랬다. 그러나 이번 조사결과를 보면, 이들 출판사도 2014년에 비해 15% 이상 찬성 비율이 높아졌다.

도서정가제가 정착되니까 출판사들도 책 가격 책정을 할 때 좀더 낮은 가격으로 정하려고 노력한다. 자칫 가격 책정을 잘못해 독자가 외면하면 판매도 부진하고 재고 부담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서정가제 이전보다 책값이 훨씬 더 안정화됐다. 예전에 소설은 1만5000원 이상도 많았는데, 지금은 대부분 1만3000원 내지 1만4000원이다. 심지어 끝자리가 500원 단위의 가격도 등장했다. 더 낮은 가격으로, 더 많은 책을 공급하겠다는 출판 본연의 자세로 돌아온 것이다.

서점의 변화도 주목할만하다. 최근 출판인회의 여론조사 결과 전국 서점(585곳) 응답만 놓고 보면, 도서정가제에 대한 긍정 평가가 74.7%로 나왔다. 현재 프랑스는 100% 도서정가제다. 오히려 동네 서점에만 5% 할인할 수 있게 해준다. 이번에 응답한 서점들의 약 68%가 제도를 더 강화해서 할인 없는 도서정가제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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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 놓인 대형 테이블에서 책을 보고 있는 사람들 ⓒ 연합뉴스


- 조진석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이 "도서정가제가 없어지면 동네책방 90% 이상이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 정도로 심각한가.
"매우 심각하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이후 전국에 동네책방이 500개 이상 새로 생겼다. 이런 독립서점은 대개 50평 이하의 소규모에다 주로 3040 젊은층이 운영한다. 이전과는 달리 주민들과 소통하면서 책을 선별하는 큐레이터 역할까지 맡는 문화 거점 역할을 해오고 있다. 독립서점이 많이 늘어난 것은 과도한 할인 정책을 없앤 도서정가제 영향이 컸다. 2014년 도서정가제 때는 잘 나서지 않았던 동네서점이 이번에는 도서정가제를 지키자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만큼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거다."

- 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출판단체는 어디인가. 웹툰·웹소설 등 전자책 분야와 온라인 서점인가.
"도서정가제를 처음 시행할 때 온라인 서점들은 극명하게 반대했다. 그런데 지금은 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온라인 서점은 한 군데도 없다. 도서정가제가 안착되니 책값이 안정되면서 책 판매가 늘고, 온라인 서점의 이익률도 안정됐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 일부 온라인 서점에서는 도서정가제가 무너지면 자신들의 수익률도 급격하게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대다수 중소형 디지털콘텐츠 업체들도 도서정가제를 찬성한다. 주로 대형 디지털콘텐츠 플랫폼이 도서정가제를 반대하고 있다."

- 도서정가제 폐지를 주장하는 단체는 2014년 도서정가제 개정 이후 지역서점 감소, 출판사 매출 위축, 초판 발행부수 감소, 평균 책값 상승, 독서인구 감소 등 출판·독서 시장이 망가졌다고 주장하는데.
"대부분 가짜뉴스다. 그래서 동네책방들이 팩트체크한 내용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리고 있다."

"똑같은 책은 전국 어디서나 똑같은 가격으로..."

- 책을 구매하는 독자 입장에선 도서정가제 시행 전 큰 폭의 할인 제도에 대한 향수가 있을 수 있지 않나.
"지난해 9월 노웅래 의원실이 '출판문화 생태계 발전을 위한 도서정가제 개선 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당시 일년에 책을 한 권 이상 구매한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9%가 '동일한 책은 전국 어디서나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도서정가제에 찬성했다. 책은 문화 상품이기 때문에 독자들이 가치로 판단한다."

- 서점이나 출판사의 규모와 관계없이 공급률을 통일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렇게 되길 동네책방들이 간절히 원하고 있다. 공감한다.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책을 언제 어디서 구입하더라도 같은 가격으로 공급하고 같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려면 동네책방에 동일한 공급률로 책을 공급할 수 있는 유통기구나 유통회사가 필요하다. 그래야만이 작은 책방들이 소량의 책을 주문하더라도 빠르게 공급받을 수 있다. 작은 책방을 살리는 공적 유통 인프라 구축에 정부가 나서주면 좋겠다."

- 3년마다 제도의 타당성을 검토해야 하는 도서정가제는 폐지·완화·유지 조처는 있는데, 강화해야 한다는 문구는 없는데.
"현재 도서정가제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어 손봐야 한다. 현재는 프랑스의 사례처럼 별도 법률로 규정된 게 아니라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조항으로 들어가 있고, 3년마다 재검토를 해야 한다. 도서정가제는 유럽처럼 점점 더 강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최종적으로는 할인 없는 완전 정가제가 돼야 한다. 이건 공정경제의 핵심이다. 3년마다 다시 논의해야 하는 한시법이니 매번 분쟁과 갈등이 벌어진다."
 

김학원 휴머니스트 출판그룹 대표. ⓒ 권우성


출판사와 서점은 물론 작가들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작가회의는 지난달 31일 '도서정가제 개악에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내고 "도서정가제를 포기하는 것은 그나마 되찾은 작가들의 권리를 빼앗기는 셈"이라며 "(문체부에 의해) 건강한 출판문화를 훼손하는 사태가 계속된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왜 문체부가 거론된 것일까?

문체부는 규정에 따라 3년마다 시행되는 도서정가제 타당성 재검토를 위해 지난해 7월 13개 출판·전자출판·유통·소비자 단체로 만들어진 민관협의체를 구성했다. 민관협의체는 그동안 16차례의 공식 회의를 갖고 도서정가제와 관련한 논의를 벌여왔다. 지난 2017년에도 문체부 장관이 민관협의체의 논의 결과대로 '도서정가제 유지'를 결정했다.

출판계 대표로 이번 민관협의체에 참여한 한국출판인회의 박성경 유통정책위원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지난 6월 사실상 합의점을 도출하고 단체 대표들의 서명만 남겨놓은 상태였는데 7월 들어 문체부가 갑자기 판을 깼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7월말 "(민관협의체의) 합의안 추진을 중단한다고 구두로 통보해왔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오는 11월 20일 재검토 마감 시점을 얼마 안 남겨둔 상태에서 문체부가 민관협의체의 도서정가제 합의안을 별다른 이유 없이 깬 배후에는 청와대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면서 "출판계에서는 청와대 노영민 비서실장이 도서정가제에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고 전했다. '청와대 개입설'에 관해 김학원 대표에게 물었다.

"민관협의체 13개 단체는 입장이 변화된 게 없다"

- 청와대가 개입해 민관협의체의 합의(가안)에 브레이크를 걸고 도서정가제를 개악하려고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구체적으로 노영민 비서실장이 주도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6월에 서명만 남겨둔 민관협의체 합의안이 마련됐고, 민관협의체에 참여한 단체들로부터 이 합의안에 대해 문체부 장관과 청와대 관련 수석들도 반대하지 않았다고 들었다. 장관도 동의하니까 청와대에 올린 거 아니겠는가. 이는 문체부의 책임있는 관계자로부터도 들었다."

- 문체부는 민관협의체 단체들 사이에 '입장 차이가 현저한 쟁점'이 있었다고 말한다. 핵심 논점 가운데 하나가 도서 할인율 문제이기도 했다고.
"민관협의체 13개 단체는 (합의안 마련 이후) 입장이 변화된 게 없다. 설령 입장 차이가 있다면 문체부가 민관협의체 회의를 소집해 의견을 들어보면 된다. 그런데 합의안이 마련된 뒤 문체부가 회의를 소집한 적이 없다. 그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져 도서정가제에 관한 입장을 돌연 바꾼 것인지는 문체부와 청와대만 알고 있을 것이다."

- 출판인회의에서는 박성경 위원장이 민관협의체에 참석했는데, 문체부가 합의안 추진을 중단한다는 통보를 언제 들었나.
"구두로 통보 받았고, 7월 29일이다."

- 문체부가 구두로 통보한 내용은 무엇이었나.
"(민관협의체 합의안에 대해) 재협의, 재논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민관협의체에서 1년 넘게 16차례나 협의·논의한 결과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재논의를 하자고 통보한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래서 출판인회의에서는 곧장 문체부 장관에게 공개 질의서를 보냈다. 단 하나 추가된 것은 '소비자 후생'이었다. 그 이후 문체부가 의견 수렴이나 회의 등 공식적인 재논의 과정을 진행하지 않았다."

- '소비자 후생'은 무슨 뜻인가.
"정부의 주장에 따르면 '소비자 후생'은 '책값의 할인 폭'을 높이는 것이다. 도서정가제를 만들어놓고 '소비자를 위해 할인을 더 하라'는 역방향 정책을 편다는 게 말이 되는가. 소비자 후생이 아니라 독자 후생을 생각한다면 출판 생태계를 살리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문체부 장관이 자신의 법적·윤리적·문화적인 공적 책임 아래 진행해온 민관협의체의 16차례 회의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소비자 후생의 관점에서 다시 논의해보자고 했을 리는 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장관직을 걸어야 할 문제다. 결국 합의안을 청와대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뭔가 뒤틀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
  

김학원 휴머니스트 출판그룹 대표. ⓒ 권우성


- 문체부 장관도 동의했고, 청와대 관련 비서관도 문제가 없다고 했던 도서정가제 합의안을 갑자기 재검토하라고 한 데는 문체부 장관보다 더 힘이 센 청와대 고위층이 개입했다고 보는 것인가. 그 당사자가 노영민 비서실장이라고 믿을만한 정황이 있나.
"(노영민 비서실장이 개입해 도서정가제를 개악하려고 하고 있다는 얘기는) 이미 출판계, 서점계, 작가회의 등에서는 파다하게 퍼진 이야기다.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는 정황도 알고 있다. 청와대가 개입해 도서정가제 합의안을 파기하게 만들었다면, 어떤 이유에서 그랬는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만약 청와대가 개입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청와대는 무관하니 소관 부처인 문체부가 알아서 판단하라고 공식 입장을 밝히고 이 문제에서 손을 떼야 한다."

김 대표는 "여러 통로를 통해 이야기를 들었는데 청와대가 '도서정가제 합의안을 재검토하라'고 문체부 장관에게 지시하거나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판단된다"면서 "노영민 비서실장이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누구보다도 소중하게 여겨야 할 촛불 민심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며 개탄했다.

김 대표는 "가능한 한 저렴한 가격으로 널리 보급한다는 취지의 '사회적 추천가' 개념인 도서정가를 온전하게 보장해줘야 더욱 건강한 도서문화가 싹틀 수 있다"면서 프랑스의 사례와 우리의 현실을 거론했다.

"프랑스는 100% 도서정가제, 오히려 동네서점만 5% 할인 가능"

"프랑스는 1981년에 완전 도서정가제를 법률로 만들었다. 우리나라처럼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 구속된 조항이 아니라 독자적인 법률을 제정했다. '모든 국민은 언제 어디서나 동일한 가격으로 책을 구입할 수 있고 읽을 수 있도록' 법으로 도서문화를 보호한 것이다.

프랑스는 문화상업주의의 최첨병인 아마존 열풍이 불자, 도서정가제를 보강했다. 온라인 서점은 정가로 팔아야 하지만, 동네서점은 5%를 할인하고 무료 배송을 할 수 있도록 '동네서점 보호법'으로 한층 강화한 것이다. 아마존(미국)은 도서정가제를 무너뜨리려고 하고, 상당수 유럽 국가는 자국의 문화 보호 차원에서 도서정가제를 굳게 지키고 있다.
  
도서정가제는 단순한 책값 할인 이상의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영어가 아닌) 자국의 언어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제도다. 도서정가제가 무너지면 우리나라 문화예술인들의 창작 활동도 위축될 뿐만이 아니라 마구잡이로 할인된 외국서적들이 범람할 수밖에 없다. 시장경제의 논리에 따른 과도한 할인 경쟁때문에 그렇다.

완전하진 않지만 그나마 큰 폭의 할인을 막고 있는 도서정가제가 있기 때문에 3040 젊은층이 운영하는 독립서점들이 크게 늘었다. 뿐만 아니라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에는 그 이전에 비해 2030 젊은 작가들이 몇 배나 많이 등장했다. 첫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젊은 작가들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도서 가격이 안정됐기 때문에 그러한 출판 시도가 가능한 것이다.

지금 정부든 차기 정부든 문화의 상징이자 핵심인 책만큼은 문화의 논리로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 소비자를 핑계 삼아 시장의 논리나 자본의 논리를 앞세우면 안 된다. 국민들에게 책값을 더 할인하도록 해서 더 싸게 살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하는 게 과연 정부가 할 일인가. 더욱이 민주와 문화의 가치를 높게 여긴다는 문재인 정부가 할 일인지 반문하고 싶다. 청와대가 개입해 도서정가제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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