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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세 번째 점포 매각... "사모펀드 약탈적 운영 규제해야"

홈플러스 매각 놓고 노사 갈등 고조... "사모펀드, 유통산업만 문제 아니다"

등록 2020.09.14 18:37수정 2020.09.14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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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강서 본점 전경 ⓒ 홈플러스

 
매출이 꾸준히 잘 나오는 한 매장이 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주인은 해당 매장을 잘 유지해 여기서 나오는 이윤을 꾸준히 누리려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홈플러스의 움직임은 그와는 반대다. 홈플러스는 지난 7월 홈플러스 경기 안산점과 대전 탄방점을 매각한데 이어, 지난 4일 대전 둔산점에 대해서도 매각 의사를 밝혔다. 모두 전국 140여개 매장 중 매출 상위 매장이다. 심지어 홈플러스 경기 안산점은 전국 매장 중 2~3위 매출을 기록하고 있던 '캐시카우(Cash Cow, 수입창출원)'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아래 마트노조)은 이같은 홈플러스의 매출 상위 매장 매각 계획이 홈플러스의 실질적 주인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14일 마트산업노조가 주최한 '홈플러스 사례로 보는 먹튀 사모펀드 형태의 문제점' 토론회에서다.

마트노조쪽은 "(MBK가) 오로지 이윤 창출이라는 사모펀드 존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멀쩡한 홈플러스 매장을 팔아 이윤을 챙기고 있다"며 "차입금 회수를 하다하다 이제는 부동산 투기에 나섰다"고 꼬집었다.  

"사모펀드, 홈플러스 팔고 나가면 그만이지만..."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주재현 위원장은 "MBK가 이윤 창출을 위해 연간 수천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던 홈플러스를 거덜내고 있다"며 "MBK는 홈플러스를 어떤 방식으로든 되팔아 막대한 이익을 남기고 나가면 그만이지만, 그 피해는 묵묵히 일해온 노동자들이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MBK가) 투자금 회수를 위해 이제는 부동산 투기에 나서 멀쩡한 매장을 폐점하고 있다"며 "매장이 문을 닫으면 심각한 대량 실업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홈플러스는 실제 지난 9월, 해당 부지에 주상복합건물을 짓겠다고 밝힌 부동산 개발업체(디벨로퍼) '화이트코리아' 쪽에 홈플러스 경기 안산점을 매각했다. 해당 부지의 가용 용적률은 1100%이기 때문에 화이트코리아가 큰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홈플러스 노조쪽 반발이 빗발치자 최근 안산시는 상업시설에 주거시설이 포함된 경우 용적률을 400%로 제한하겠다며 조례를 개정했다. 

안산시장으로 재임했던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재선, 경기 안산시상록구을) 역시 이날 자리에 참석해 홈플러스에 날을 세웠다. 김 의원은 "홈플러스가 안산에 들어와 안산에 있는 소규모 상점들이 그 당시 전멸하다시피 했고 수많은 자영업자들은 몰락의 길을 걸었다"라며 "수십년 간 안산에서 돈을 많이 벌어갔는데 만약 그 돈을 시민들에게 썼다면 이번 홈플러스 매각에 안산 시민들이 이렇게까지 분노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홈플러스가 매각돼 일부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또다른 이익을 남겨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는 '먹튀(먹고 튀다의 약어)'"라며 "공권력을 행사해 안산에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을 지어 수천 억을 벌겠다는 그들의 계획을 막는 일을 막았다"고 자평했다.

소상공인 출신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초선, 비례대표) 또한 "사모펀드 문제는 단순히 유통 산업에만 적용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우리나라 곳곳에 외국 자본이 들어와 산업을 육성한다고 하지만 알짜배기만 빼먹고 노동자들과 지역 경제는 전혀 책임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천박한 자본주의의 민낯"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사모펀드, 약탈적 운영 방식 규제해야"

하지만 홈플러스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는 게 이날 토론회에 모인 참석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사모펀드의 이윤 추구 방식을 그대로 둘 경우 다른 업계에서도 홈플러스 매장 매각과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이동구 실행위원은 "자본시장의 메카인 미국에서조차 사모펀드의 약탈적인 운영 방식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모펀드식 경영의 폐해가 적지 않기 때문"이라며 "세계 최대 장난감 유통업체였던 '토이저러스' 역시 3개 사모펀드에 의해 70여 년의 역사를 마감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 실행위원은 "미국의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임위원이 지난해 7월 의회에 제출한 '월가 약탈금지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사모펀드가 자신들이 선택한 위험에 대해 더 큰 책임을 지고 나쁜 부채를 유발해 돈벌이를 하지 못하게 해야한다, 또 노동자, 소비자들이 농락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이동기 금융정책위원장은 "사모펀드의 구조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EU의 대체투자펀드 운영지침(AIFMD)을 참고할 만하다. EU는 비상장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한 사모펀드가 기업의 주주와 임원 및 노동자 대표에게 펀드 운용자와 인수 기업과의 이해 상충 방지 정책, 노동자와의 소통방법 등 정보를 즉시 알리고 영업과 근로 조건에 중대한 변화를 미칠 사안에 견해를 밝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 측 "노조 행동, 후안무치"

한편 홈플러스쪽은 'MBK가 부동산 투기를 하고 있다'는 마트노조쪽 주장을 반박했다.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은 홈플러스의 자산유동화를 위해 3개 지점의 매각이 불가피했다는 게 홈플러스쪽 주장이다. 홈플러스는 이날 오후 공식 입장문을 내고 "위기 극복을 위해 3개 내외 점포의 자산유동화를 진행 중에 있는데 노조가 홈플러스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홈플러스 측은 "지난 6월 2019 매출액이 전년 대비 4.69% 감소한 7조3002억원, 당기순손실은 5322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며 "올해도 코로나19로 극도의 불확실한 사업 환경이 지속되자 홈플러스는 3개 내외의 점포를 매각해 안정적인 사업 운영과 미래 사업을 위한 유동성 확보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이 현금 확보를 위해 뼈를 깎는 고통으로 부동산시장에 내놓은 대형점포들의 매매계약이 체결되자, (노조는) 매수 기업의 본사 앞에서 계약을 철회하라며 집회를 열고 있다"라며 "수백억 단위의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을 철회하라니, 동네 깡패도 하지 않는 후안무치한 행동"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홈플러스 #홈플러스매각 #마트노조 #민주노총 #김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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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류승연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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