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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을 키우고 싶다면, 이것부터 해야 합니다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얽매이지 않고 나를 대면하는 방법

등록 2020.09.15 11:20수정 2020.09.1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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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때부터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했다. '착하다'라는 말을 듣고 자랐기에 그 '착하다'라는 테두리 안에서 나를 의식적으로 가둬두려고 했다. 어릴 때는 착하다는 말이 칭찬이라 여기며 자랐으니까. 그 칭찬에서 부응하고 싶은 말 그대로 '착한 아이'였으니 말이다.

고백건대, 나는 지금껏 말썽을 일으켜서 부모님이 학교에 오셔서 고개를 단 한 번 조아린 적도, 방문하신 적도 없었다. 심지어 진로를 결정할 때에도 그랬다. 그래서 부모님은 "우리 아이들은 크면서 단 한 번도 말썽부린 적이 없었어요"라는 말로 자식들의 착함을 으레 자랑삼아 늘어놓으셨다.


성인이 되고, 특히 부모가 되면서 결코 이런 말은 좋지 않음을 깨닫고 있다. 뭐,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는데 타인과의 조화나 시선에 대한 의식 없이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는 것 또한 잘 안다. 하지만 나는 지나치게 의식했다. 나의 남편이자, 오빠이자, 친구이자, 아버지이자 남편과 살면서 깨달았다.

나와 십 년 이상 부대끼며 가장 가까이서 산 남자가 나에게 담담하게 조언해 줄 정도면 말이다. 그는 너 자신을 속이며 (내 관점에서는 착하다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행동으로), 결국 너 자신을 괴롭히지 말라고 조언해줬다.

아니다, 난 내성적이다 

신기하게도 부모가 되면서 나 자신을 들여다볼 기회가 더 많아졌다. 과거 미혼 시절에는 저녁이면 학업, 혹은 모임 약속을, 평일에는 업무를, 뭘 깊이 고심하고 통찰할 만큼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혼자라는 이름은 곧 외로움을 뜻하는 것 같아 마치 혼자 있기를 두려운 사람처럼 무조건 약속을 만들고 바쁘게 움직였다.

타인과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두루두루 만나고 둥글둥글하게 말이다. 그래서 난 내 성격이 싹싹한지 알았다. 외향적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보는 낯선 이에게도 먼저 스스럼없이 친절하게 대할 줄도 알고 대화를 이끌어 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난 내성적이다. 겉모습과 다르게 속마음은 내성적이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나를 찾고 싶어지는 시간이 필요했고, 그 시간이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혼자서의 시간은 쉽지 않았다. 매번 '혼자서 청승맞게 뭘 하는 건가?'라는 타인의 처량한 눈빛이, 정확히 말하면 날 처량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두려워 혼자서는 모든 행동을 주저했다.

하지만 작은아이 출산 후 완모하는 시간 동안 더더욱 허락되지 않는 시간이었다. 아이의 단유가 성공하자마자 혼자서 산책을, 혼자서 영화를, 혼자서 술집을, 혼자서 식사를 이제는 거리낌 없이 실행하고 있다. 제대로 표현하자면, 혼자서 할 수 있는 용기가 강해졌다. 얼마 전, 부서 팀장이 되면서 밀양지사 시외 고속도로 운전에 도전한 것처럼 말이다.
 

단골 국밥집 혼자만의 점심 식사 중입니다. 서글픈 나를 달래고, 우울한 나를 위로해봅니다. 이 순간 가장 사랑해야할 이는 나 자신이니까요 ⓒ 김은영

이제는 과거의 착하다는 굴레 따위는 벗어던지고, 눈치 보지 말고(=타인 시선 의식 말고) '마이웨이'로 살자고 다짐했는데 참 쉽지 않았다. 내 업무, 내 일만 잘하면 되지 뭘 또 필요해! 라고 외쳐봤지만, 또다시 관계의 어려움, 눈치, 시선 의식 등으로 또다시 나 자신을 옭아매고 있었다. 정확히 표현하면 나를 갉아먹고 있었다.

'내가 뭘 잘못했나?', '내가 이렇게 해서 기분 나쁜가?', '나 때문에 기분 나쁜 걸까?' 등 그 결과에 대한 원인의 주어를 '나'를 두고 있었다.

아! 이런 날에는 나를 만나야지. 오늘 저녁 남편은 늦고, 퇴근 후 시간은 오직 나의 몫이고, 나를 만날 시간은? 점심시간뿐이다. (오늘은 늦잠 잤다.) 내 새끼(=나 자신)한테 단골 국밥집 가서 국밥 한 숟갈 떠먹여 주며 속으로 외친다.

'눈치 보지 마. 네 일만 잘하면 되지. 남들이 뭐라든 지금 여기 식당에서 혼자 내 새끼 (=나 자신) 밥 먹이는 그 마음처럼 넌 너 마음한테 따뜻한 밥 한 끼 먹어주면 돼.
다른 사람들? 나 예뻐하지 않아도 돼. 나만 너 예뻐하면 되니까.'



오늘, 나와 대면하기 

예전에 EBS 프로그램 <60분 부모>에서 '자존감'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 어느 날 친하게 지내던 이웃 엄마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했는데 무시하고 지나친 상황을 두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여기서 자존감이 높은 엄마는 '어? 나를 못 봤나 보네. 그래서 지나쳤네'라고 여기고 자존감이 낮은 엄마는 '혹시 내가 뭘 잘못했나?'라고 여긴다고 했다. 멀리서 봤으니 나 자신을 보지 못하고 지나쳤을 수도 있는 건데 말이다.

나는? 또다시 그 원인을 '나'라는 주어를 두고 있었다. 여기서 멈춤이 필요했다.

어제 유튜브에서 내가 좋아하는 정우열 작가님이 타인과의 관계가 불편하면 자신과의 관계를 돌이켜 보라고 했다. 미라클 모닝이니, 일기 쓰기니, 감사일기니 결국 나 자신과의 관계를 돌이켜보는 거다. 내가 지금 어떤 일상을 감사했는지, 내가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 혼자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 그런 사소한 행동이 결국의 초점은 '나'에게 향해있다는 거다.

결국은 오늘 하루 나 자신과 얼마나 만났느냐의 차이다. 어느 정도의 깊이로 만났느냐의 문제다. 이렇게 혼자서 이런 내 감정을 글로 끄적거리는 것조차 아주 작고 사소한 행동 같지만, 결국은 나는 오늘 나와 대면한 거다.

자존감 떨어질 때 만나야 할 사람은 옆 동 엄마도 아니요, 친구도 아니요, 나 자신이라. 요즘의 나는 '착하게 살지 말자'로 신념으로 삼고 싶다. 단, 남에게 폐 끼치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거기 있는 그대, 나 싫어해도 괜찮습니다. 난!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은영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keeuyo) 및 브런치(https://brunch.co.kr/@keeuyo)에도 실립니다.
#혼밥 #자존감 #인간관계 #사회생활 #워킹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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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은 회계팀 과장, 부업은 글쓰기입니다. 일상을 세밀히 들여다보며 기록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취미로 시작한 글쓰기가 이제는 특기로 되고 싶은 욕심 많은 워킹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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