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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가 당신의 일자리를 위협한다

[연속기고-기후위기] 이성우 민주노총 공공연구노동조합 위원장

등록 2020.09.16 09:36수정 2020.09.16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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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집중호우가 내린 대전 서구 정림동의 한 아파트 지난 7월 30일 오전 상황. 조난 당한 사람을 구조하기 위해 119 소방대 보트까지 동원됐다. ⓒ 장재완

 
올해 중부지방 장마는 6월 24일에 시작해서 8월 16일에 끝났다. 역대 가장 길었고(54일), 가장 늦게(8월 16일) 끝났다. 예전 기록을 보면 2013년 장마가 49일간 이어졌고, 1987년 장마가 8월 10일에 끝났다.

올해 또 하나의 기록은 장마 기간 누적 강수량이 예년보다 2배가 넘어 무려 700mm를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연평균 강수량이 1400mm 정도인 것과 견주어 보면 짧은 기간에 엄청난 비가 쏟아진 셈이다. 장마 기간 지역별 누적 강수량을 보면 강원 산간 지역은 2000mm가 넘는 곳도 있고 부산, 거제, 광주 지역은 1300mm 안팎을 기록했다.

인류 절멸시킬 기후위기

날씨에 관한 최근 몇 년 통계들을 보면 평균값이 무색할 정도로 극단을 치닫는다. 2018년에는 한 달 넘게 폭염이 이어졌다. 2018년 8월 1일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은 39.6℃로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111년 만에 가장 높았다. 그 날 강원도 홍천은 41℃를 기록함으로써 1942년 8월 1일에 대구가 기록한 최고 기온 40℃를 뛰어넘었다. 지난 겨울에도 기록은 이어졌다. 2020년 1월 7일 저녁 6시 기준으로 서울의 일 강수량은 30.2mm로, 1월 상순 강수량으로는 관측이 시작된 지 113년 만에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이것은 어쩌다가 한 번 겪는 이상 기후가 아니다. 이대로 가면 인류를 절멸시킬 수도 있는 기후 위기가 현재 진행형으로 제 모습을 하나하나 드러내고 있다. 해수면 상승, 가뭄과 홍수, 극한의 추위와 폭염이 더 이상 먼 나라 일이 아니다. 지난 7월 말 환경부와 기상청이 공동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을 보면, 지구 평균 지표 온도가 1880~2012년 동안 0.85℃ 상승한 반면, 우리나라는 1912~2017년 동안 약 1.8℃ 상승했다.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벚꽃이 피는 시기는 2090년에 현재보다 11.2일 빨라지며, 소나무숲은 2080년대에 현재보다 15% 줄어들 것이다. 폭염일수는 연간 10.1일에서 21세기 후반에 35.5일로 크게 늘어나며, 온도상승에 따라 동물 매개 감염병, 수인성 또는 식품 매개 감염병도 증가할 것이다. 이미 체감하고 있지만, 결국 사계절이 뚜렷한 한반도 기후는 사라지고, 푹푹 찌는 아열대 기후가 우리 미래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생존을 위한 자원과 에너지, 식량 등을 모두 수입하는 나라다. 기후 위기가 심화되면 언제라도 식량 위기에 처할 수 있고, 기후 난민이 대거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기후 위기가 초래할 고통이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지 않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생존의 문제가 그러했듯이, 기후 위기는 우리 사회 불평등 구조를 그대로 드러낼 것이고, 사회적 약자들이 가장 먼저 생존의 벼랑 끝으로 밀려날 것이다. 기후 위기는 생존권과 직결된다.

기후 위기는 결국 인권의 문제이다. 그 중에서도 생명권 자체에 대한 위협이 가장 심각하다. 폭염으로 인해 고통을 당하고 죽음까지 이르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이다. 폭염속에서 쪽방 거주자, 홀로 사는 노인, 에너지 빈곤층의 죽음이 늘어나는 것이 그것을 입증한다. 기후 위기는 건강권을 직접 침해한다. 이상 고온, 물 부족, 사막화 등은 인간의 건강을 해치고, 만성 호흡기 질병과 각종 전염성 질환으로 인간의 몸을 위협한다.

기후 위기로 인하여 과테말라에서 수십만 명의 농민들이 미국 등 다른 나라로 이주했다고 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동남아시아에서는 800만명 이상의 농민들이 기후 위기로 농사를 포기하고 중앙아시아, 유럽, 북미 지역으로 이주했다.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수백만 명의 농촌 인구가 해안가나 도시로 주거지를 옮기고 있다.

그 문제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나라마다 고심하고 있다. 호주에서 과학자가 아니라 안보 전략가들이 기후 위기를 분석하는 보고서를 쓴 이유이다. 기후 위기는 안보의 문제로 부각되고, 국가간 분쟁을 격화시킨다. 난민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접경 지역마다 무참한 죽음은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이다.

늘어나는 온열질환 사망 노동자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기후위기대전시민행동'은 대전시도 '기후위기 비상선언'에 동참해 줄 것을 촉구했다. ⓒ 기후위기대전시민행동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6년(2014~2019년) 동안 온열질환(열사병, 열 탈진, 열 실신 등)으로 산업재해 피해를 입은 노동자는 모두 158명이고 그 중에서 27명이 죽었다. 27명 중 19명은 건설 노동자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서 노동자가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도록 작업중지권(작업대피권)을 명시하고 있지만 노동자들이 실제로 현장에서 행사하기는 어렵다. 어떻게든 빨리 공사를 끝내 공사기간 단축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려는 건설업체는 폭염 대책 등이 안중에도 없다. 임시, 일용직 노동자가 많은 건설업의 특성 때문에 임금 보전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폭염을 무릅쓰고라도 일을 강행하려는 노동자들이 많기도 하다. 기후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노동 인권도 악화될 것이다.

고용노동부 통계와는 달리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여름동안 4526명이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았고, 48명이 죽었다. 사용자 책임과 산재보험 부담을 피하려고 산업재해를 가능하면 축소하는 경향이 통계에도 드러난다. 질병관리본부 통계조차 전부는 아니다.

각 병원 응급실에서 질병관리본부에 보고한 수치를 집계한 것인데, 병원 보고가 자율적이라서 누락되는 수치가 상당하다. 응급실에도 못가고 죽은 경우는 아예 빠져 있기도 하다. 2011년 호주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24℃ 이상에서 1℃ 오를 때 65세 이상 연령에서는 사망자 수가 3.7% 늘어났고 전체 연령에서는 3.5% 늘어났다.

미세먼지, 폭염과 극한의 추위, 홍수와 가뭄, 태풍, 산불 등은 모두 자연재해처럼 보이지만 인간 활동의 결과로 야기된 기후 위기의 증상들이다. 그 중에서 무엇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지 파악조차 하기 어렵다.

거듭 말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기후 위기에 똑같이 노출된다 해도 피해는 약소국과 사회적 약자들이 먼저 당한다. 코로나19를 통해서 우리는 기후 위기에서 사회적 약자들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앞당겨 뼈저리게 체험하고 있다. 일자리를 잃고, 소득은 끊어지고, 건강은 해치고, 가난은 대물림된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여 우리 사회가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이미 제시되어 있다. 온실가스를 대규모로 배출하고 있는 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에너지 전환에 온힘을 쏟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와 서민, 사회적 약자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여 정의로운 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공공성을 확대하고, 민주성을 강화하며, 에너지, 교통, 돌봄 등 필수 공공 서비스에 대한 보편적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 기후 위기가 그대로 끔찍하고 참혹한 기후 재앙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이러한 요구를 내걸고 모두 함께 싸워야 한다. 그것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보편적 인권을 지키며 지구와 더불어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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