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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건설, 강남 노른자땅 받으려 계열사 총동원 '벌떼 투찰'

호반 "중견건설사는 대부분 그렇게 해"... 건설업계 "입찰 취소 등 강력 조치해야"

등록 2020.09.16 18:47수정 2020.09.16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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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건설(호반산업)이 서울 송파구 공공택지 입찰에 참여하면서 계열사를 동원, 벌떼 투찰을 벌인 사실이 확인됐다. ⓒ 연합뉴스


호반건설(호반그룹)이 서울 강남의 공공택지를 분양 받기 위해 '벌떼 투찰'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분양한 이 땅은 전자추첨으로 낙찰자를 뽑았는데, 당시 30여개에 달하는 호반 계열사가 동시에 입찰에 참여했다.

호반건설과 호반산업은 지난해 12월 서울 송파 위례신도시(A1-2블록, A1-4블록)에 '호반써밋송파'란 이름의 아파트 1389가구를 분양했다. 호반건설은 김상열 호반건설그룹 회장 장남이 최대주주이고, 호반산업은 김 회장의 차남이 최대주주인 회사다. 문제는 호반이 공공이 조성한 토지를 분양 받는 절차였다.

호반건설, 전자추첨에 계열사 30곳 총동원령

SH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는 지난 2016년 7월 27일 위례신도시(A1-2블록, A1-4블록) 공공택지를 분양한다고 공고를 냈다. 당시 SH공사는 해당 토지의 낙찰자는 '전자추첨'으로 뽑는다고 명시했다. 토지 분양 관련 특혜 의혹 등 잡음을 없애기 위한 나름의 조치였다.

그러자 호반건설과 호반산업은 택지 입찰에 계열사를 총동원했다. 대규모 아파트 건설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광주방송(KBC), 베르디움리빙 등도 입찰에 참여했다. '주택건설사업자로 등록한 자'라면 누구나 입찰에 참여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위례공공택지 입찰 현황에 따르면 당시 위례 A1-2 블록의 입찰 경쟁률은 200:1, 위례 A1-4블록 경쟁률은 199:1이었다. A1-2블록 입찰에는 호반건설 등 호반 계열사(관계사) 15곳, A1-4블록에는 계열사 18곳이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대우건설과 쌍용건설 등도 입찰에 참여했지만, 계열사를 동원하지는 않았다.

호반건설은 계열사를 대거 동원하면서 경쟁업체에 비해 유리한 위치를 점한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호반건설과 중흥건설 등 당첨 상위 5개 건설사가 수십 개 계열사를 동원해 벌떼 투찰로 전체의 분양 토지의 30%를 독점해왔다"고 꼬집었다.

형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희창 변호사는 "계열사 수십 개를 동원해 입찰에 참여한 사실을 보면 형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입찰은 공정하게 진행돼야 하는데, 그 공정성을 해쳤다는 측면에서 위계에 의한 입찰방해죄가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호반건설 관계자는 "중견 건설사들은 대부분 그렇게 해왔던 일"이라면서 "주택사업을 주로 해왔던 회사 입장에서 토지 낙찰은 생존의 문제였다"고 해명했다.

관행이라는 호반... "분양 받은 공공택지 전매 막아야"

어쨌든 호반의 벌떼전략은 맞아 떨어졌다. 호반 계열인 '베르디움하우징'과 '호반건설주택'이 위례신도시 토지의 낙찰자로 선정된 것. 호반건설주택은 호반건설 계열사이고, 베르디움하우징은 지난 2017년 호반건설산업에 합병된 회사다.

결국 이 땅에 들어설 아파트의 시공은 호반건설과 호반산업이 맡았고 단지 이름도 '호반써밋 송파'로 정해졌다. 송파 호반써밋 1차는 689가구 모집에 1만1123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16.14 대 1, 송파호반써밋2차는 700가구 모집에 2만3701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33.86 대 1을 기록하면서 모두 판매가 완료됐다.

그러면서 호반은 톡톡히 이득을 챙겼다. SH공사가 호반에 3.3㎡당 1950만원을 받고 토지를 넘겼다. 그런데 호반써밋 분양가는 1차(A1-2블록)가 3.3㎡당 평균 2205만원, 2차(A1-4블록)는 3.3㎡당 평균 2268만원에 책정됐다. 당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분석에 따르면 호반이 얻은 이익은 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벌떼 투찰 문제가 지속되자 국토교통부도 뒤늦게 대책을 냈다. 지난 2월 공공주택용지에 대한 전매제한 요건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택지개발촉진법' 및 '공공주택특별법' 시행령 개정(일부)안을 마련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토지 공급계약 체결 후 2년이 지나더라도 공급가격 이하의 전매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또 부도 등 법령이 규정하는 합리적 사유가 있는 경우 외에는 소유권 이전등기 전까지 전매할 수 없도록 했다. 

하지만 이 정도 대책으로는 벌떼 투찰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은 "전매 요건을 강화했더라도 공공택지를 분양 받은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에 전매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자회사를 동원한 편법 입찰은 계속될 것"이라며 "공공택지 낙찰자가 낙찰 받은 땅을 다른 곳에 파는 전매 행위를 원천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국토부 대책으로는 중견사들의 벌떼 투찰 행위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며 "지분이 엮여 있는 페이퍼컴퍼니나 특수관계인 관련 회사들이 복수 입찰을 했을 경우 나중에 입찰을 취소하는 등의 강력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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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소속입니다. 주로 땅을 보러 다니고, 세종에도 종종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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