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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당 1300만원 배당... 섬마을 장고도의 기막힌 기본소득

이것이 진짜 어촌 뉴딜이다... 1983년 시작, 주민들 스스로 실험하고 성공시켜

등록 2020.09.16 20:10수정 2020.09.1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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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의 장고도는 스스로 어촌 뉴딜에 성공한 섬이다. 2019년 기준 해삼 69.4톤, 전복 1.5톤을 채취해 약 16억 원의 매출액이 산출돼 해녀 작업비와 기타 운영비를 제외하고 가구당 1300만 원씩 돌아갔다. ⓒ 강제윤


서해에 참으로 놀라운 섬마을 공동체가 있다. 주민 공동체 스스로 '기본소득', '주민연금' 기능을 하는 경제적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살아가는 섬이 있다. 스스로 어촌 뉴딜에 성공한 섬이다. 이 섬 주민들은 2019년에 가구당 1300만 원의 기본 소득을 배당받았다. 이는 해삼과 전복 두 가지 품목만의 배당금이다. 채취할 노동력이 있는 주민에게는 그 외의 또 다른 품목의 배당도 더해진다.

또 한 품목은 바지락이다. 바지락 작업에 참여한 주민에게는 평균 가구당 2천만 원의 기본 소득이 보장되는 셈이다. 그래서 장고도에서는 팔순의 노인들도 노후 불안이나 돈 걱정 없이 살아간다. 반찬거리는 바다에서 나오고 농토가 있어 쌀농사도 지으니 자급자족이 가능한 섬이다. 그래서 배당금은 각자의 주머니에 거의 그대로 쌓인다.

그렇다고 고된 노동을 하는 것도 아니다. 무슨 대단한 시설 투자를 한 것도 아니다. 돈은 바다가 알아서 벌어준다. 그야말로 바다가 저금통이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그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정부가 아니라 주민들 스스로 탄생시켰다는 것은 더욱더 놀라운 일이다. 주민들 스스로 기획하고 실천해서 만들어낸 자립공동체, 보령의 장고도다. 지심도 주민들이 거제시의 도움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지심도를 연간 15만 명이 다녀가는 관광지로 만들어 관광업으로 경제적 자립을 이룬 것과 비슷한 사례다.

요즘 해수부는 어촌 뉴딜 하겠다고 3조 원의 예산을 어촌과 섬들에 쏟아붓고 있고, 전남도는 가고 싶은 섬 가꾸기, 경남도는 살고 싶은 섬 가꾸기, 인천은 애인 섬 프로젝트 등으로 소외되고 노쇠해 가는 섬을 살리기 위한 사업 들을 진행 중이다. 정부 부처들도 '가보고 싶은 섬'이니 '명품 섬' 이니 해서 수많은 사업을 시도했다. 대부분 결과는 신통찮았고 전망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장고도는 주민들 스스로 어촌 뉴딜을 성공시켰고, 가고 싶은 섬, 살고 싶은 섬, 명품 섬을 만들어냈다. 정부와 지자체들의 정책이 장고도 공동체를 십 분의 일만 따라가도 그 사업들은 성공 가능성이 커지겠지만 현실은 난망하다.
  
청년 어촌계장, 장고도를 변화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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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의 장고도는 스스로 어촌 뉴딜에 성공한 섬이다. 2019년 기준 해삼 69.4톤, 전복 1.5톤을 채취해 약 16억 원의 매출액이 산출돼 해녀 작업비와 기타 운영비를 제외하고 가구당 1300만 원씩 돌아갔다. ⓒ 강제윤

 
장고도의 오늘은 하루아침에 이루진 것이 아니다. 1983년, 당시 장고도의 25살 청년 편삼범이 어촌계장을 맡으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당시 장고도 주변 해역의 해산물 채취권은 장고도 어촌계에서 연간 50만 원에 업자에게 임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임대료도 비싸다고 업자는 25만 원으로 인하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래서 청년 어촌계장은 주민들을 설득해 해산물 채취 사업을 '어촌계 직영'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수도 없이 많은 고민과 주민 회의를 통해 1993년부터 해삼 전복 등 해산물 채취 사업으로 거둔 이익을 주민들에게 배당하기 시작했다.

1993년 장고도 주민 전 가구 1년 배당금은 85만 원에 불과했다. 그러다 새만금 사업으로 전복들이 거의 멸족하고 해삼이 많아지자 해삼에 주력하기로 했다. 자연산 해삼을 채취만 하던 데서 벗어나 해삼 종묘를 바다에 뿌려 키우는 양식으로 전환시킨 것이다. 지금도 해마다 1억 원씩의 종묘를 넣어 해삼을 키우고 있다. 해삼 양식은 크게 어려울 것도 없다. 종묘만 뿌리면 저희가 알아서 자란다. 사료를 줄 필요도 없다. 채취 시기에 해녀들을 불러오면 채취도 해녀들이 해준다. 섬사람들은 해산물 훔쳐가는 해적들만 잘 감시하면 된다.

해삼 양식 배당금은 해마다 증가하기 시작했고, 근자에는 가구당 연평균 배당액이 1천만 원대를 유지해 왔다. 2019년 기준 해삼 69.4t, 전복 1.5t을 채취해 약 16억 원의 매출액이 산출돼 해녀 작업비와 기타 운영비를 제외하고 가구당 1300만 원씩 돌아갔다. 해삼 양식과 전복 채취 배당금은 진입 장벽이 있어서 장고도 20년 이상 거주자만 받을 수 있다. 그래도 전체 75가구 중 70가구가 혜택을 받는다.

뒤늦게 입도한 나머지 가구들도 20년이 되면 배당이 시작된다. 노인 가구가 많은 섬에서 노인들도 가만히 앉아 가구당 1300만 원을 받는다. 먹거리는 거의 자급자족이 가능하니 돈은 고스란히 남는 셈이다.
  
공동작업 공동분배가 정착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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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의 장고도는 스스로 어촌 뉴딜에 성공한 섬이다. 2019년 기준 해삼 69.4톤, 전복 1.5톤을 채취해 약 16억 원의 매출액이 산출돼 해녀 작업비와 기타 운영비를 제외하고 가구당 1300만 원씩 돌아갔다. ⓒ 강제윤

 
장고도가 해산물 채취 배당금으로 섬 주민들의 복리를 증진하자 인근의 섬들도 장고도를 따라 배우고 있다. 그래서 장고도와 같은 보령의 섬들, 외연도, 호도, 녹도, 삽시도 등의 주민들도 해산물 채취 배당금을 받고 있다. 정부가 시작도 못 한 기본소득을 섬 주민들이 실현해 내고 있다. 정부가 선도하려고 하지 말고 섬주민들에게 배워야 한다. 

장고도의 경우 해삼이나 전복이 다가 아니다. 바지락 수입이 보태진다. 장고도 주민들은 썰물 때가 되면 갯벌 어느 곳에서든 바지락을 캔다. 하지만 마을에서 종패를 뿌려가며 공동으로 관리하는 바지락 양식장은 정해진 날에만 작업할 수 있다. 가구마다 한 사람씩 작업에 참여한다. 인근의 다른 섬들은 일정한 작업량을 정해두고 각자 캔만큼 수익을 올린다. 하루 40㎏ 이하 채취가 기준이면 근력이 좋은 사람은 40㎏를 다 캐가지만 힘없는 노인들은 20㎏도 채 못 캐갈 수 있다.

하지만 장고도는 철저하게 공동작업·공동분배다. 한 사람이 70㎏을 캐든 20㎏를 캐든 모두 모아서 공평하게 분배한다. 그렇다고 부러 게으름을 부리는 사람은 없다. 힘 있는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은 양을 캘 뿐이고 힘없는 노인들은 적게 캘 뿐이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도 불만이 없다. 자신도 언젠가는 늙을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런 공동작업·공동분배 시스템을 만들기까지는 위기도 있었다. 힘이 좋은 젊은 사람들이 한때 불만을 표출했었기 때문이다. 각자 캐는 대로 가져가자고 주장했던 것이다. 그래서 마을 회의에서 그 방식을 도입해 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2년 동안 시험해 본 뒤 재논의하기로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각자 캐는 만큼 개인 소득으로 가져가는 방식의 전체 산출량이 공동 작업, 공동 분배 작업 전체 산출량의 70% 밖에 안 나왔다. 공동체 소속감이 적어지자 개인적 사정을 핑계로 바지락 작업에 빠지는 날이 많았던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공동생산·공동분배 방식으로 바지락 채취도 전환됐고 지금껏 유지되고 있다.

바지락 배당금도 평균 500만~600만 원이다. 2020년 바지락 배당금은 가구당 700만 원이 예상되고 있다. 해삼과 달리 바지락 작업은 노동력이 들지만, 바지락은 해삼처럼 진입 장벽도 없다. 어촌계원이면 누구나 채취 가능하다.

소라나 홍합도 많이 잡히는데 이것들은 주민 누구나 자유롭게 채취 가능하다. 아무튼 해삼과 전복, 바지락 등의 배당금만으로도 주민들은 연 소득 2천만 원 정도가 보장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기본소득이고 연금이다.

팔순, 구순의 노인도 정년퇴직 걱정 없이, 경제적 불안 없이 생활이 보장되는 것이다. 이 복지 시스템을 섬 주민들이 스스로 만들어냈다는 것은 기적이다. 정부도 지자체도 못 한 것을 섬 주민들이 이루어낸 것이다. 장고도 주민들이야말로 섬 재생의 전문가들이고, 어촌 뉴딜의 정책가들이다. 정부가 장고도로부터 배워야 한다. 그래야 어촌뉴딜도, 섬 가꾸기도, 섬 살리기도 성공할 수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장고도에서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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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의 장고도는 스스로 어촌 뉴딜에 성공한 섬이다. 2019년 기준 해삼 69.4톤, 전복 1.5톤을 채취해 약 16억 원의 매출액이 산출돼 해녀 작업비와 기타 운영비를 제외하고 가구당 1300만 원씩 돌아갔다. ⓒ 강제윤

 
현재 섬에 투자되는 예산들은 대부분 물량장, 선착장 등의 기반 시설 아니면 낚시 체험장, 펜션, 카페, 식당, 특산품 판매장 등 관광 시설들이다. 오염과 남획으로 바다는 텅 비어 있는데 물량장 만들고 선착장 넓힌들 무엇에 쓰겠는가. 물고기가 없는데 낚시 체험장은 또 어디에 쓰겠는가. 바닷속이 혼탁한데 해중 전망대로는 무엇을 볼 수 있겠는가? 바다 살리기도 없는 어촌 뉴딜은 무망하다. 거기다 둘레길에 등산로, 캠핑장만 주야장천 만든다고 그들은 섬에 푼돈도 잘 쓰고 가지 않는다. 도시락까지 싸 들고 가 그냥 쓰레기나 버리고 간다. 방 팔고, 음식 팔고, 커피 팔아서 무슨 소득을 얼마나 올리겠는가? 운영비 충당도 어렵다.

어촌 뉴딜은 엔지니어링과 토목 업체들 돈 벌게 하고, 관광 개발 사업은 극소수의 관광업 종사자만 이득을 보게 하는 사업으로 귀결된다. 섬을 살리고 섬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는 거의 도움이 안 된다. 해수부의 어촌 뉴딜은 뉴딜이 아니라 '헌딜'일 뿐이고 지자체와 부처들의 섬 개발 사업들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런데도 반성 없이 관성적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장고도 주민들과 지심도 주민들이 만들어온 진짜 뉴딜을 제대로 연구하고 이를 전범 삼아 사업들을 재추진하는 것이 옳다. 지금처럼 탁상머리 정책을 고집한다면 실패는 불을 보듯 환하다. 아까운 세금만 낭비하고 끝날 가능성이 크다. 섬은 토목이나 관광업이 아니라 바다에 답이 있다. 바다가 살아야 섬이 살고 바다를 잘 경영해야 섬도 부흥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해수부도, 지자체들도 장고도나 지심도를 모범 삼아 섬 개발 사업들을 전면 재검토하고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섬을 살리는 길이고 나라를 위하는 일이다.
덧붙이는 글 페이스북에 실린 강제윤 섬연구소 소장의 글을 필자의 동의를 받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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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섬 활동가입니다.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당신에게 섬><섬을 걷다><전라도 섬맛기행><바다의 황금시대 파시>저자입니다. 섬연구소 홈페이지. https://cafe.naver.com/isla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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