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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장 속 빈칸, '이재용의 이사들' 주목한 고발자들

참여연대 기자간담회 "회사보다 이재용 승계 위해 뛴 삼성물산 이사진, 별도 수사 필요"

등록 2020.09.16 18:16수정 2020.09.16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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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주노총·참여연대 주최로 '이재용 부회장 불법승계 혐의 공소장 분석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공소장을 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자로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대목이 많다. 가장 핵심은 바이오 사업이다."

홍순탁 회계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그룹 고위 간부들의 불법 경영권 승계 작업 공소장에서 이 부회장의 '직접 개입'을 다룬 결론 중 눈에 띈 대목을 언급했다. 16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열린 '이재용 부회장 불법승계 혐의 공소장 분석' 간담회 현장에서다. 그는 2016년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 고위 간부들의 총수 일가 불법 경영권 승계 작업을 분석해온 인물이기도 하다.

"이재용, 불법행위 깊숙이 개입됐다고 보는 게 합리적"

홍 회계사는 특히 이 부회장이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아래 로직스)와 로직스의 자회사 삼성에피스에 대한 능동적 개입을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승계 작업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변호인 측의 논리를 뒤집는 정황들이었다. 검찰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과정에서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로직스 분식회계 등 범법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홍 회계사가 언급한 공소장 속 대목 중 일부는 아래와 같다.

"피고인 이재용은 지분구조나 합작조건 등을 직접 결정해 로직스와 에피스를 설립한 이후에도, 로직스 대표인 김태한과 에피스 대표인 고한승으로부터 2~3개월 마다 주기적으로 또는 수시로 사업 현안 및 계획, 수주, 공장 증설, 바이오시밀러 개발, 상장 등 주요 경영상황을 보고받고 관련 지시를 내리는 등 바이오 사업의 주요 운영 사항에 직접 관여하였다."

"이후 고한승은 2015. 4. ~ 5.경 바이오젠 CEO 조지 스캔고스(George Scangos)와 수회 면담하여 나스닥 상장 추진 의사를 타진하고, 피고인 이재용은 2015. 4.경 조지 스캔고스를 직접 만나기도 하였으나, 원론적 수준의 답변 외에 상장의 선결 조건인 콜옵션 행사 및 지분 재매입에 대한 구체적 협의는 진행조차 못하였다."


홍 회계사는 "바이오젠과 초기 지분을 어찌 할지 등 지시도 구체적으로 한 것으로 나온다"면서 "(이 부회장이) 바이오만은 자신의 성과로 가져가기 위해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고 그 과정에서 분식회계 등 불법행위에 깊숙이 개입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라고 말했다.

"회사 이익보다 이재용 이익 신경쓴 이사들... 삼성증권 대주주 심사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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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 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뇌물공여, 특정경제가중처벌법(횡령),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위증) 위반 혐의에 대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당시 이사진들에 대해선 별도의 수사가 필요하다."

참여연대 정책위원인 김남근 변호사는 같은 자리에서 검찰이 기소하지 않은 '조력자들'을 언급했다. 이와 함께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이 나서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공소장에서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전신인 에버랜드를 키우기 위한 목적으로 미래전략실 등의 지시를 받아 로직스 증자에 불참하게 한 대목을 언급했다.

그는 "삼성이 미래전략으로 바이오산업을 이야기하면서  큰 투자를 언급했을 때, 왜 작은 회사인 에버랜드의 자회사로 만들었냐는 의문이 있었다. 삼성물산처럼 큰 규모의 회사로 투자할 거라고 봤기 때문이다"라면서 "결국 이 부회장의 승계를 위해 물산이 더 이상 (로직스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한 것으로, 물산의 입장에선 많은 이익이 나올 사업에 투자를 못하도록 한 것은 업무상 배임죄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공소장에 나온 부분은 이렇다.
 
"피고인들은 위 방안 대신 에버랜드에 회계상 손실이 반영되지 않도록 하면서도 에버랜드의 로직스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2013. 8.경부터 2015. 2.경까지 5회에 걸쳐 물산으로 하여금 로직스의 증자에 불참하게 함으로써 물산의 로직스 지분율을 4.25%로 낮아지도록 함과 동시에 에버랜드의 지분율은 46.97%로 높아지게 하였다."
 

김 변호사는 "또 (미전실은) 합병 후엔 신규 순환출자가 발생해 삼성물산 지분을 처분해야할 상황이 나타날 것으로 분석하고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을 매각, 삼성 SDI와 삼성전기가 보유한 에버랜드 주식을 매입할 자금을 확보하도록 했다. 합병 과정에서 (이 부회장을) 지원하도록 조치한 것으로, 회사의 이익이 아닌 이재용 개인의 이익에 초점을 맞췄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결국 각 (계열사) 이사들이 회사 이익을 위해 충실 의무를 다하는 게 아니라, 총수를 위하고만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또한 공소장에 언급된 삼성증권의 '합병 지원'을 언급하며 대주주 심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삼성증권의 대주주 적격성도 진단해야 한다. 금감원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면서 "금감원은 공소장에 드러난대로, 삼성증권이 삼성물산 주주들을 설득한 행위를 검증하고, 그 결과에 따라 대주주 심사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재판 과정을 전망하며 기나 긴 사실관계 다툼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그는 "나스닥 상장 문제 등 자세한 사실관계를 공소장에 썼다는 것은 증거와 증언을 많이 확보했다는 것"이라면서 "수사기관이 확보한 증인들만 2~30명이 넘을 것으로 보이는데, 아무리 집중 심리로 하루 몇 명씩 한다고 해도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큰 산을 하나 넘어섰고, 재판 과정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이번 재판은) 기업이 총수 일가를 위해 활용돼선 안 된다는 원칙을 세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단죄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경제정의와 사법정의가 무너지는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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