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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에 화학물질 피하는 세 가지 방법

[인터뷰] 최경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물비누 등 항균제품 줄여야"

등록 2020.09.20 11:31수정 2020.09.2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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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균제에는 내분비계 교란을 일으키는 '파라벤'과 '트리클로산' 같은 화학물질이 사용된다. 대표적으로 물비누, 치약, 화장품 등에 사용된다. 과거 '경향신문' 기자들이 직접 이를 실험한 적이 있다. 물비누와 화장품 등 항균 제품을 사용하지 않았더니 소변 검사에서 일부 항균제의 농도가 300배까지 줄어들었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물비누나 항균 비누보다는 일반 고체 비누를 사용하는 게 낫다. ⓒ unsplash

   
코로나19는 바이러스를 통해서만 우리 몸을 위협하지 않았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달라진 생활 방식도 건강에 해를 끼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식생활'이다.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이들이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에서 음식서비스(배달음식) 거래액은 올해 1월~7월 누적 8조 6574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6%가 늘어난 수치다.

배달 음식은 우리 몸에 나쁜 환경 호르몬을 나르고 있다. 음식의 대부분을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배달하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은 첨가제를 넣어 제품을 만드는데, 이때 사용하는 가소제(고온에서 성형가공을 용이하게 하는 유기물질)가 나쁜 환경 호르몬을 내뿜는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은 하루 평균 848톤으로 지난해(737톤)보다 약 15.6% 증가했다.

'포스트 코로나'가 '포스트 플라스틱'을 불러낸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코로나19 감염 예방과 방역에는 촉각을 세우지만, 생활 속 늘어나는 플라스틱 사용량에는 상대적으로 무신경하다. 정부도 코로나19 감염자 확산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늘어나는 플라스틱 량에는 주목하지 않는다.

화학 물질 사용량도 마찬가지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이후 정부가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을 도입했으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가령, 사람들이 위생을 위해 산 항균 제품에 오히려 건강에 해로운 '파라벤(Paraben)'과 '트리클로산(triclosan)'과 같은 위해물질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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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최경호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화상채팅 플랫폼 줌(Zoom)을 이용한 인터뷰에서 일상 생활 속 알아두면 좋은 유해물질 정보에 대해 설명했다. ⓒ 최경호 교수 제공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배달된 뜨거운 음식에 환경 호르몬이 있을까?', '항균 제품은 안전할까?' 이런 궁금증을 풀어줄 전문가를 만났다. 지난 17일, 최경호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와 화상채팅 플랫폼 줌(ZOOM)을 이용해 인터뷰했다. 최 교수는 일상생활 속 알아두면 좋은 유해물질 정보에 대해 설명했다.

"플라스틱 사용, 태아 생식기 발달에 나쁜 영향"

- 코로나19 여파로 배달음식이 증가했다. 배달음식 대부분이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는데, 인체 위해성은 없는가?
"플라스틱 제품은 가소제를 함유한다. 대표적인 게 'DEHP(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와 같은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다. 한국인의 소변을 검사해보면 DEHP의 대사물질 농도가 미국인과 일본인보다 높은 경향이 자주 보이는데, 이 가소제가 내분비계(신체의 항상성 유지와 생식,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호르몬을 생산, 분비하는 선(腺)과 조직들의 모임) 교란을 일으키는 나쁜 환경 호르몬이다. 지금까지 연구된 결과에 따르면, 남성 호르몬 작용을 억제하고, 생식기에도 나쁜 영향을 끼치며 갑상선호르몬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임신 중인 여성의 경우는 DEHP와 같은 가소제에 노출되면 태아의 생식기 발달에도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 편의점 음식들도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한다. 전자레인지를 사용해 음식을 데워서 먹게 돼 있는데, 인체 유해성은 없는가?
"플라스틱과 비닐 용기에 열을 가하면 가소제와 같은 유해물질이 용출되기 더 쉬워진다. 그래서 음식을 오염시킨다. 가소제는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해서 유해한 영향을 일으킨다. 따라서 플라스틱과 비닐 용기에 담은 음식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직접 열을 가하는 건, 좋지 않은 방법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내분비계 교란을 일으키는 나쁜 환경 호르몬이 분비돼 인체에 위해 할 수 있다.


가능하면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인스턴트 음식들은 사기 그릇에 옮겨 음식을 데워야 한다. 간혹 'PVC(폴리염화비닐)' 등이 함유된 플라스틱도 있는데 암을 유발시키는 화학물질이다. 학용품과 가방 등에도 PVC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어린 학생들은 이 점도 주의해야 한다."

- 플라스틱 제품의 인체 위해성을 낮추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해야 할 일이 있는가?
"근본적인 방법은 유해한 재질이나 제품을 퇴출시키는 것이다. 재사용이 가능한 용기를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가령 배달 우유의 경우 불과 30~40년 전, 병에 담아서 배달됐다. 그리고 다 마시고 집 문밖에 놔두면 수거해갔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한 번 쓰고 버리는 것들로 대처 됐다. 독일에선 회의 때 플라스틱 용기에 든 생수를 나눠주는 게 아니라 재사용이 가능한 유리병에 담아 나눠준다. 플라스틱 없는 세상을 상상해보면 좋겠다. 미국 뉴욕의 경우 최근 택배 물품을 배달한 후 용기를 회수해가서 재사용한다고 한다. 이런 시스템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

차선책은 독성이 적은 제품을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다. 가령 '비스페놀A'를 유아용 젖병이나 영수증에 사용하다가 지금은 위해성 문제로 다른 물질로 대체해서 사용하고 있다. 다만 유해 물질을 대체하는 화학물질을 개발해도 독성이 전혀 없다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훗날 더 큰 독성이 발견되기도 한다. 기업은 생산단계에서부터 안전성을 꼼꼼히 확인한 물질을 사용해야 하고, 정부는 화학물질 '생산-제조-유통'을 깐깐하게 관리해야 한다."

- 마스크와 손소독제, 등 코로나19 방역제품의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다. 일부 제품에선 유해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 시 주의할 점과 처리 방법은?
"마스크는 일회용품으로 주성분이 플라스틱이다. 천 마스크도 제대로 착용한다면, 방역효과가 일회용 마스크 못지않다. 따라서 천 마스크를 사용하는 게 환경 오염을 줄인다는 측면에서도 권장되어야 한다.

일회용 마스크는 '감염성 폐기물'로 여기고 처리해야 한다. 길거리에서 버려진 일회용 마스크를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데, 이를 매개체로 감염이 확산할 수 있다. 쓰레기봉투에 버린다면, 봉투를 잘 밀봉해야 한다. 그리고 소각해야 한다. 유럽 몇 개 나라에선 지침을 만들어서 일회용 마스크는 반드시 소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몇몇 지자체(지방자치단체)에서 (소각)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안다.

손소독제는 크게 문제가 없다. 다만 에탄올이 아니라 메탄올을 사용한 제품은 인체 위해성이 있다. 손소독제는 알코올 성분이 있어 환기를 잘 시키는 것이 좋고 직사광선을 직접 받게 되면 화재의 위험이 있다. 그래서 자동차 안에 손소독제를 놓아두는 것은 위험하다."
  
- 항균제품의 사용량도 증가했다. 일부 항균 제품에 유해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는데, 사용 시 유의해야 할 유해물질은 무엇이며 이를 대처할 방법은 없는가?
"항균제에는 내분비계 교란을 일으키는 '파라벤'과 '트리클로산' 같은 화학물질이 사용된다. 대표적으로 물비누, 치약, 화장품 등에 사용된다. 다만 시민들이 오해하는 게 항균제는 해당 제품에서 미생물이 자라는 걸 막아줄 뿐, 우리 몸에 묻은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것은 아니다. 가능하면 덜 노출되는 것이 좋다.

항균제품을 사용하면 우리 몸에 항균제 성분이 들어온다. 몇 년 전에 <경향신문> 기자들이 직접 이를 실험한 적이 있다. 물비누와 화장품 등 항균 제품을 사용하지 않았더니 소변 검사에서 일부 항균제의 농도가 300배까지 줄어들었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물비누나 항균 비누보다는 일반 고체 비누를 사용하는 게 낫다.

환경호르몬 성분은 노출되는 양보다 언제 노출되는지가 더 중요하다. 성장기 어린아이, 임산부 등은 되도록 사용을 줄이는 게 좋다."

- 일회용품이 더 위생적이란 생각이 널리 퍼지면서 사용량도 증가하고 있다. 일회용품 사용량 증가로 두드러지는 환경성 질환이 있는가?
"일회용 플라스틱에는 환경 호르몬이 함유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물질은 내분비계 교란을 일으켜 환경성 질환으로 이어진다. 성호르몬 분비에 나쁜 영향을 끼쳐 생식 장애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갑상선 호르몬 분비에도 영향을 끼친다. 또한, 비만과 당뇨 등의 위험성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학계에선 최근 내분비계 관련 질환의 발생이 증가하는 이유 가운데 일회용품 등 다양한 생활화학제품에 포함된 화학물질이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 어린아이와 임산부 등이 화학물질에 노출될 경우 건강 피해가 더 우려된다. 이들이 일상생활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유해물질은 무엇이며, 이유는?
"어린아이들은 일상생활에서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제품에 노출되는 걸 주의해야 한다. 체중 킬로그램(kg)당 유해한 화학물질의 섭취량은 어린아이가 더 많다. 또한 태아나 성장기의 어린아이는 화학물질 노출에 매우 취약하다. 내분비계 질환과 신경발달, 심지어 지능에도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임산부도 마찬가지다. 태아에게 전달되어 성장 발달과 지능, 생식기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으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하다가 실패해도 아예 시도하지 않았던 것보다는 낫다"
   

CNN이 보도한 경북 의성 쓰레기산. 온갖 종류의 폐비닐과 폐플라스틱 뿐만 아니라 건설폐기물이 혼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불법 방치·투기 쓰레기산이 전국에 가득하다. ⓒ 최병성

 
- 일상생활에서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대안은 무엇인가?
"사회적인 대안은 기업이 안전한 제품을 생산하도록 촘촘히 안전망을 만드는 것이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이후 정부가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과 '화학물질관리법'을 도입한 것이 그 예이다. 그러나 아직 미흡한 부분이 있다. 가령, 제품에는 여러 화학물질이 사용되는데 개별 물질의 독성만을 따로따로 확인하고 관리하는 것만으로는 제품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 정부는 혼합물 독성의 안전관리를 더 강화해야 한다. 또한 환경성 질환 감시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즉, 생산단계에서 걸러내지 못한 유해 물질이 있다면 나중에라도 추적하는 환경보건관리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시도할 수 있는 대안은 첫째, 안 쓰는 것이다. 어떤 제품을 사용하기 전에 '이걸 반드시 사용해야 하나'라고 스스로 물어봤으면 좋겠다. 가령 한여름에 집에 모기가 있다면, 모기살충제를 뿌릴 게 아니라 방충망을 교체하는 것이다. 선크림도 마찬가지다. 긴바지, 긴 팔 등의 옷을 입으면 (몸에) 바르지 않아도 된다.

두 번째는 덜 쓰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화학물질이 포함된 제품을 사용한다면, 지금보다 덜 사용하는 것이다. 치약의 경우 TV 광고처럼 많은 양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샴푸도 여러 번 눌러 사용할 게 아니라 1~2번이면 (머리를 감을 수 있는 양이) 된다. 이렇게 꼭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는 방식으로 사용량을 줄이면 된다.

세 번째는 닦아내기다. 불가피하게 노출이 되었다면 빨리 청소하는 거다. 화장했다면, 반드시 그날 얼굴을 닦자. 집 안에 있는 먼지도 화학물질의 노출원이므로 청소를 하고, 환기한다면 유해 노출 빈도를 줄일 수 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화학물질의 위해성에 대해)를 하면, 노출을 완전히 줄이려고 노력한다. 그러다가 지쳐서 금방 포기를 한다. 화학물질에 노출을 피하는 게 간단치 않다. 발상을 바꾸자. 일회용품 사용을 하나라도 줄이고 재활용품 사용의 빈도를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높이는 것부터 실천하자.

하다가 실패해도 아예 시도하지 않았던 것보다는 낫다.  이렇게 하다 보면 최소한 지금보단 덜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고, 독성 화학물질에 덜 노출되게 된다. 이런 작은 변화부터 만들어보자. 그게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한 일이고, 지구를 위한 길이다."
#생활속유해물질 #화학물질정보 #최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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