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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는 코로나보다 더 혼연일체가 되어 이겨낼 수 있다"

'기후위기 시대, 마을이 희망이다' 집담회 열려

등록 2020.09.20 14:39수정 2020.09.2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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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준비하는 건 위기다. 기후위기는 코로나 보다 더 혼연일체가 되어 이겨낼 수 있다."

지난 9월 18일, 대전 관저동 공유공간 시공간 모두에서 열린 <기후위기 시대, 마을이 희망이다> 집담회에서 김소영 마을닷살림협동조합 대표가 한 말이다. 집담회 서두에서 탄소배출 제로는 코로나처럼 나 하나 마스크 잘 쓰고, 손 씻는 것으로 해결 될 일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설명한 말이다.
 

온라인으로 열린 집담회 9월 18일, 관저동 공유공간에서 기후위기와 마을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는 집담회가 열렸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이번 집담회는 대전충남녹색연합과 대전마을작은도서관협의회, 대전마을활동가포럼이 주관하고 대전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주최해 열렸고, 기후위기 문제에 대해 마을활동가들과 이야기를 시작하는 첫 자리였다.

탄소배출 제로에 도전하는 성대골 마을

발제에 나선 김소영 마을닷살림협동조합 이사장은 서울 성대골에서 에너지자립마을을 만들고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어 그 사례를 들려주었다. 성대골은 지금 노후주택 성능개선 사업을 비롯해 마을전환센터, 마을기술학교 등 다양한 방법으로 탄소제로 마을에 도전 중이다. 김 이사장은 "마을에서 많은 것을 해보려 하지만 중앙정부의 권한이 아직은 크다"며 지역에서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음을 토로했다.
 

발제중인 김소영 이사장 탄소배출 제로를 위한 마을활동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는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아직 30년이 남았다고 생각하지만 에너지, 교통, 먹거리 등 다양한 분야를 연결해 탄소를 줄여나가야 하고 사회적 속도를 생각하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며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함을 강조했다.

성대골 마을은 리빙랩을 통해 전환의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2만5000세대가 '가볍게 마음 먹으면 할 수 있는 정도의 내용'으로 해보자 생각해 진행 중인 건물 효율개선 사업이다. 용도별 건축물 수, 노후도 등을 분석해 환경적, 물리적, 사회적 문제를 정의하고 마을의 인적, 물적 자원을 연결해 해결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마을의 기술을 보유한 주민들이 실제로 몇 명이 있는지 조사해 인식교육을 해 마을의 인적자원을 키워냈고, 주택 에너지 성능 개선 대상 가구를 모집해 현황과 실측조사, 가구별 적용기술 등을 꼼꼼하게 작성해 전환의 현장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성대골의 다양한 활동들 마을에서 기술을 가진 주민들과 에너지기술, 가치, 방향에 대해 학습하며 에너지효율 개선사업과 마을기술학교 등을 진행하고 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김 이사장은 마을에서 이와 같은 일을 시작할 때, 펀딩 보다 우리 마을을 긴밀하게 안 다음 어떻게 할 것인가를 전문가, 단체 등과 상의할 것을 당부했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정하고 무엇을 위한 것인지가 정해지면 길은 열리게 된다는 말이다. 돈이 있어도 마을활동에 꼭 필요하고 실효성 있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마을현장도 잘 알아야 하고 끈질겨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실제 자치구를 통해 마을 건물의 전기요금, 도시가스 요금을 요구했지만 시간도 많이 걸리고 절차가 복잡했던 사연을 이야기 하기도 했다. "현장과 책상에서 나온 자료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며 "마을활동에 필요한 자료는 내가 골라야 하고, 사람도 데리고 와야 한다. 내가 영리하게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 마을의 '안녕'을 위한 기후위기 대응
 

관저동 주민들과 함께 일궈내는 에너지전환 같이 활동할 주민들을 모으고 교육해 이들을 주체로 마을의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 임채경

 
2003년부터 마을활동을 해온 모두의에너지자립마을학교 임채경 교장은 "요즘 마을에서 안녕하신가요?"라고 인사하며 두 번째 이야기 문을 열었다. 코로나 상황에서 마을은 여전히 활동 중이었다. 임 교장은 "마을은 삶의 우주이자 변화의 공간"이라며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자립은 이제 너무나 분명한 마을의 과제임을 강조했다.


관저동은 해뜰마을어린이도서관 절전운동을 시작으로 마을주민들이 주체적으로 환경운동을 시작했고 에너지자립마을을 목표로 모두의에너지자립마을학교를 비롯해 품앗이생협 관저매장 안 에코샵 운영, 코로나 중에도 마을돌봄, 아이들과 자전거동호회등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임 교장은 "마을 주변 여러 네트워크를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바로 확장성"이라고 말하며 "관저동 에너지자립 활동이 대전을 변하게 하고, 그 변화가 서울로 전국으로 연결되면 결국 그것이 에너지 민주주의라는 큰 그림에 다가서는 것"임을 강조했다. 또 마을 활동이 어떤 세상을 만들고, 어떤 삶을 가능하게 할까 라는 질문을 남기기도 했다.
 

월평공원 민간특례사업 반대 집회 중 발언 중인 김수왕 관장 주민들을 주축으로 월평공원을 훼손하는 아파트 건설사업을 막아냈다. ⓒ 이경호

 
토론으로 나선 갈마동 땅콩마을어린이도서관 김수왕 관장은 마을에서 주민들과 민간특례사업으로 훼손될 위기에 처한 월평공원을 지켜낸 경험을 통해 주민자치의 중요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갈마1동은 지난 8월 열린 제2차 주민총회에서 '재활용 정거장' 운영을 비롯한 마을의제 10개 사업을 두고 주민투표를 거치는 등 주민자치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 관장은 "아직 주민의 자발적 참여는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환경문제를 통해 마을, 행정, 국가의 역할을 함께 생각한 계기"였다며 "주민들의 주체적인 참여와 실질적 변화를 위해 교육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발언 중인 석은자 대덕구 덕암동 자치지원관 주민자치의 현장에서 다양한 성과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석은자 지원관. ⓒ 대전충남녹색연합

 
대덕구 덕암동 석은자 자치지원관은 "예산과 권한이 있는 사람들이 마을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현장에서 직접 경험했음을 밝히며 "정책의 전환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주민들의 요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석 지원관은 주민자치회의 역할이 마을의 자원들을 잘 파악하고 연결하는 일임을 새삼 절감한다며, 현장에 목표와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마을의 인적자원, 물적자원을 목적에 맞게 연계하고 행정이 거기에 협력하고 역할을 나누는 것이 자치분권으로 연결되는 길임을 강조했다.

대전마을활동가포럼 조미림 운영위원은 쓰레기 문제가 기후위기와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되면서 마을활동가로서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밝혔다. 주식회사 재작소 활동을 통해 재활용 만들기로 주민들과 소통하고 기후위기 대응의 방법을 찾아가 볼 수 있겠다고 강조했다.
 

집담회 참가자들과 함께 마을의 희망을 이야기 한 참가자들과 함께! ⓒ 대전충남녹색연합


각자 생활과 행정 '현장'에서 주민들을 만나 활동하는 사례들을 토대로 참가자들은 기후위기 대응이 이제 시급한 마을의 과제이고, 마을 자원들을 잘 연결해 나가는 활동이 중요함을 공감했다. 그리고 그 답이 다른 곳이 아닌 바로 '현장'에 있음 또한 공감했다. 

주관단체인 대전충남녹색연합 박은영 사무처장은 마지막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환경교육과 개인실천을 넘어 이제는 마을의 구조와 시스템을 바꾸는 일이 필요한 시기"라며 "마을활동가들이 주체가 되어 마을별 탄소독립선언이나 기후위기 대응 마을네트워크 등으로 뭔가 해내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인프라와 시설로 가득해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온실가스 감축 의지 없는 정부와 대전의 그린뉴딜 앞에 오늘 집담회는 답을 내 놓았다. 지역의 자원들을 파악하고 어떻게 연결할지,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현장을 파악하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거기부터가 그린뉴딜의 시작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대전충남녹색연합 소속입니다. 이 기사는 대전충남녹색연합 홈페이지 및 SNS에도 실립니다.
#대전충남녹색연합 #대전지속가능발전협의회 #대전마을활동가포럼 #대전어린이작은마을도서관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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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 글쓰는 사람. 남편 포함 아들 셋 키우느라 목소리가 매우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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