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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자체로 '국보급' 물고기, 금강서 찾았다

[금강 물고기 조사] 수문 연 금강엔 어떤 물고기가 살고 있을까

등록 2020.09.24 12:06수정 2020.09.2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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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시 우성면 옥성리 유구천 하류 200m 지점에서 족대를 물고기를 채집하고 있다. ⓒ 김종술

 
10여 년 전 4대강 사업을 준공한 뒤 물고기들이 보 수문에 갇혀 떼죽음을 당했던 악몽이 아직도 생생하다. 금강 수문을 개방하기 시작한 지 2년 반이 지났다. 세종보의 수문 전면 개방 일수는 900여 일이 흘렀고 공주보도 800여 일이 됐다. 백제보는 이에 미치지 못하지만 최근 들어 계속 개방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금강엔 어떤 물고기들이 살아 있을까?

4대강 사업 이후 4대강에서 종적을 감췄던 것은 여울성 어종이었다. 여울성 어종은 죽은 강에서는 볼 수 없는 산 강의 상징이었다. 특히 여울에 살아가는 물고기 중 흰수마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전 세계를 통틀어 우리나라에서만 사는 고유종이다.

최근 <뉴스타파> 최승호 PD로부터 금강 물고기 조사에 참여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망설임 없이 승낙하고 날짜를 잡았다. 그러나 연이어 태풍이 올라오고 금강 수위가 오르면서 물속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됐다. 두세 차례 미룬 끝에 19일 오전 9시로 날을 잡았다.

해마다 두세 차례 진행하는 조사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금강 물고기 조사에 필요한 인맥을 총동원했다. 민물고기 전문가인 순천향대학교 생명시스템학과 방인철 교수와 보령민물생태관 조성장 관장에게도 도움을 요청했다. 다들 좋다고 했다.

[공주보 하류] 흰수마자 17마리... "경이롭다"
 

뉴스타파 최승호 PD가 경이롭다고 감탄했던 충남 공주시 우성면 옥성리 강변 모래톱이다. ⓒ 김종술

 
첫 번째 조사 장소로 정한 곳은 공주보 하류이자 백제보 상류인 천안논산고속도 다리 밑 지점 유구천 합수부(충남 공주시 우성면 옥성리)다. 태풍을 이겨낸 금강의 너른 들녘엔 나락의 노란 물결이 넘실거렸다. 낚시를 막 끝내고 나오던 낚시꾼의 물고기 통이 묵직했다. 무슨 물고기를 잡았는지 궁금해서 물었다.

"쏘가리 한 마리 잡았어요. 어제는 대여섯 마리 잡았는데 오늘은 30cm 크기의 한 마리밖에 잡지 못했네요."

낚시꾼이 든 통 속에는 얼룩무늬 군복을 입은 것 같은 커다란 쏘가리가 지느러미를 쫙 펴고 첨벙거리고 있었다. 물고기 조사팀 일행이 도착하고 방 교수와 함께 온 성무성 학생과 조성장 관장이 장화 바지를 입고 기다란 족대를 들고 앞장섰다. <뉴스타파> 최승호 PD와 카메라를 든 오준식 기자도 가슴까지 올라오는 장화 바지를 입고 서둘러 뒤따랐다.
 

물고기 조사를 위해 뉴스타파 최승호 PD가 경이롭다고 감탄했던 충남 공주시 우성면 옥성리 강변 모래톱을 걷고 있다. ⓒ 김종술

 
"지난번 다녀갈 때하고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경이롭다."

앞서 걷던 최승호 PD가 감탄사를 연발했다. 지난번 방문 했을 때보다 모래톱이 하류 200m 지점으로 더 내려가고 길이는 짧아졌지만 면적은 더 넓어진 상태다. 지난밤 다녀간 동물들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발톱까지 찍어놓은 수달부터, 고라니와 삵의 발자국까지 가지런히 찍혀 있다. 삼각형 형태의 커다란 왜가리와 백로의 발자국도 보였다.

모래톱을 지나 물속을 첨벙첨벙 걸어 들어갔다. 발길에 흙탕물로 변한 강물이 순식간에 사라지면서 반짝이는 모래알이 빛났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황금빛 초록빛 재첩들이 떠올랐다. 느린 걸음으로 물 속 모래 속에 그림을 그리던 말조개도 보였다.

이날보다 앞선 사전 조사는 지난달 22일에 했다. 당시 학부모들과 아이들이 함께한 조사에서는 흰수마자 17마리, 중고기 1마리, 붕어 1마리, 납자루 8마리, 몰개 150마리, 참마자 12마리, 모래무지 30마리, 돌마자 40마리, 됭경모치 10마리, 피라미 1마리, 강준치 1마리, 밀어 6마리, 납자루 8마리가 채집됐다.

물속 모래밭에 대나무 족대를 펼치고 첨벙거리며 족대 안쪽으로 물고기를 몰아넣다가 건져 올리기를 반복했다. 손가락만한 물고기부터 손톱만한 물고기까지 촘촘한 그물망에 잡혀 올라왔다. 발목 깊이부터 허리춤까지 잠기는 곳까지 오가면서 물고기 잡이에 열중했다.

물고기가 잡혀 올라올 때마다 오준식 기자가 뒤따르며 카메라에 담았다. 방인철 교수는 물가에 서서 오른쪽, 왼쪽을 가리키며 진두지휘했고 성무성 학생과 조성장 관장이 물고기 채집에 집중했다. 첨벙거리는 몰이 소리에 놀란 커다란 물고기가 화들짝 놀라 물 밖으로 튀어 올랐다. 
 

두 사람이 족대로 강바닥을 훑으면서 잡은 물고기. ⓒ 김종술

 
오전 10시부터 12시 30분까지 잡은 물고기는 납자루 42마리, 누치 1마리, 참마자 13마리, 밀어 3마리, 점줄종개 12마리, 강준치 1마리, 모래무지 9마리, 피라미 23마리, 갈문망둑 3마리, 붕어 1마리, 배스 1마리, 납지리 1마리, 돌마자 8마리다. 이외에도 더 많은 물고기가 잡혔지만 폐사의 우려가 있어 일부는 잡은 즉시 방류해 숫자에는 제외됐다.

물고기 조사가 있을 때마다 참석했던 복권승씨가 커피를 가지고 왔다. 시원한 얼음물까지 가져와 따라주며 지난번 조사의 무용담을 펼쳤다. 다시 일행이 합류했다. '물고기 아빠'로 잘 알려진 해양생물학자 국립해양생물자원관 황선도 관장과 김지현 군산대학교 교육연구부장이 응원차 방문했다.

잠시 휴식을 겸해 신발을 벗고 모래톱을 함께 걸었다. 발가락 사이로 고운 모래알이 파고들었다. 발길이 닿는 자리마다 크고 작은 재첩들이 하나둘 고개를 내밀고 반겨줬다. 모래 웅덩이마다 구불구불 말조개가 지나간 흔적이 역력했다. 황선도 관장은 사진을 찍으면서 감탄했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는 페루의 나스카 라인이다. 비행기를 타고 하늘에 올라가기 전에는 보이지 않는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ET의 모티브가 된 그림부터 다양한 형태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조개가 물속 모래 바닥에 그려놓은 그림도 나스카 문양과 비슷한 형태다."

[세종보 하류] 흰수마자 24마리... '산 강'의 귀환 알리는 전령 
 

충남 공주시 백제큰다리 아래쪽 조사에서 찾아낸 우리나라에만 사는 고유종이자 멸종위기종인 흰수마자. ⓒ 김종술

 
두 번째로 찾은 곳은 공주시 백제큰다리 밑이다. 이곳은 교각 밑으로 아래쪽은 유속이 빠르다. 물가 가장자리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래가 아닌 자갈이 많다. 60m 아래쪽에는 자갈이 쌓여 하중도(하천 가운데 생긴 퇴적지형)가 생겨났다. 이곳에서는 공주보 수문개방 후 두 차례에 걸쳐 흰수마자가 발견됐다.

지난달 22일 야간 사전 조사에서는 흰수마자 11마리, 떡납줄갱이 1마리, 납자루 35마리, 납지리 25마리, 큰납지리 2마리, 몰개 70마리, 누치 1마리, 참마자 6마리, 모래무지 12마리, 돌마자 15마리, 피라미 20마리, 끄리 200마리, 눈불개 1마리, 치리 1마리, 강준치 2마리, 배스 6마리, 밀어 1마리가 발견됐다.

다시 족대를 들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깊은 물속에 들어가 족대질을 했으나 유속이 빨라 잡히는 물고기는 없었다. 4~5차례 족대질을 하다가 상대적으로 낮고 모래가 쌓인 가장자리로 이동했다. 발목 깊이의 10평 정도의 물속 모래톱을 3~4차례 훑었다. 6~8cm 크기의 낯익은 물고기가 올라왔다.
 

충남 공주시 백제큰다리 밑에서 족대로 물고기를 채집해 종을 확인하고 있다. ⓒ 김종술

 
처음엔 3마리, 다시 6~7마리, 또다시 같은 어종의 물고기가 나왔다. 방인철 교수가 최종 확인한 결과 흰수마자였다. 우리나라에만 사는 고유종이자 멸종위기종으로 채집해서는 안 되는 종이기에 사진만 찍고 곧바로 방류했다.

이날 흰수마자 24마리를 비롯해 됭경모치 9마리, 모래무지 17마리, 끄리 1마리, 피라미 13마리, 참붕어 3마리, 누치 2마리, 가시납자루 2마리, 큰납자루 2마리, 납자루 34마리, 몰개 1마리, 밀어 1마리 등이 채집됐다. 야간 조사 때보다 마릿수는 적었지만 종은 다양했다.

4대강 사업 이후 수문이 닫혀 있을 때는 단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던 흰수마자였다. 하지만 이날과 사전 조사를 통해 세종보 하류 학나래교 아래쪽 모래톱과 공주보 상류 백제큰다리 밑, 백제보 상류 유구천 합수부까지 금강의 수문이 개방된 모든 곳에서 흰수마자의 존재를 확인했다.

이곳은 4대강사업 이후 녹조가 창궐하고, 강바닥에 쌓인 시궁창 펄 속에서 최악 수질 지표종인 붉은 깔따구와 실지렁이들이 득실거렸던 죽은 강이었다. 수문을 개방한 뒤 곳곳에서 발견되는 흰수마자는 '산 강의 귀환'을 알리는 전령과도 같다.

[현장 인터뷰] 방인철 교수 "멸종위기종의 가장 큰 가치는 존재 자체" 
 

물고기 조사가 끝나고 순천향대학교 방인철 교수와 강변에서 현장 인터뷰를 했다. ⓒ 김종술

 
하지만 이곳에서 멸종위기종인 흰수마자를 계속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오는 9월 말에 백제보 수문이 닫히기 때문이다. 흰수마자의 생활터전인 유구천의 모래톱도 다시 물속으로 모습을 감출 수 있다. 이날 함께한 국내 흰수마자 최고 전문가 방인철 교수에게 물었다.

- 이번에 발견된 흰수마자는 강의 생태에 어떤 변화를 의미하나.
"금강 본류에서 흰수마자가 확인된 것은 3번째다. 지금까지 흰수마자는 지류의 모래 여울에 사는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본류에서 발견된 것은 (4대강 수문 개방 후) 올해가 처음이다. 보 수문을 닫아 놓았을 때는 수심이 깊어서 흰수마자가 살기에는 적절하지 않았을 것이다. 수문 개방 후 자연스레 모래 여울이 형성되어 이 종이 살기 좋은 여건으로 바뀌었다."

- 흰수마자가 서식하려면 계속 수문을 개방해야 하나.
"흰수마자뿐만이 아니고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멸종위기종은 여울성 종들이 많다. 여울과 소가 반복되는 하천의 형태를 만들어 준다면 멸종위기종을 지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 임시 개방중인 백제보를 다시 닫을 수 있다고 한다. 수문이 닫히면 흰수마자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나?
"수위가 높아지면 지류로 피신을 해야 할 텐데 지류로 이동하기에는 여러 가지 장애물이 많다. 흰수마자가 살기에 어려운 조건이라 복원 가능한 최소한의 개체가 살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 오늘 채집된 흰수마자는 몇 년생인가?
"크기로 보아 작년에 태어난 개체들이다. 내년쯤 되면 알을 낳고 후대를 생산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수문이 계속 개방된다면 내년에는 더 풍부하게 서식할 수도 있나?
"희망사항이다. 흰수마자라는 종이 멸종위기종에서 제외되는 순간까지 노력해야 한다. 흰수마자가 멸종위기종 목록에서 제외된다면 행복하겠다."

- 흰수마자의 학명에는 낙동이 들어 있다. 낙동강에서 발견되던 종인데 지금은 어떤 상태인가?
"최초로 종을 등록할 때 낙동강 고유종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금강, 한강, 임진강에서 발견되면서 우리나라 하천에 분포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낙동강에 많은 보가 건설되고 상류에 댐까지 만들어져 예전에 확인할 수 있던 장소에서 흰수마자가 관찰이 안 되고 있다. 낙동강 본류와 지류에서 흰수마자를 확인하려면 보 수문을 열거나 보 수위를 낮추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흰수마자는 우리에게 어떤 가치가 있나?
"멸종위기종의 가치를 논할 때 흔히 경제적 가치를 생각한다. 흰수마자는 크기가 작다. 그래서 경제적 가치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지만 멸종위기종의 가장 큰 가치는 존재 그 자체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사는 흰수마자가 공주시 이곳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가치다.

지금 당장 이용가치가 없다고 하더라도 자연에 분포하는 이 생물종을 잘 지켜서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책임이 있다. 우리에게 마음대로 환경을 훼손하고 이용할 수 있는 권리와 자격은 없다. 잠시 빌려 쓰는 만큼 잘 보존해 후대에게 물려줘야 한다."

방 교수의 말을 들어보니 멸종위기종을 만났다는 기쁨도 잠시 앞으로는 다시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조사를 끝내고 금강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청벽산에 올랐다.

[청벽] 흰수마자가 석양 속을 꼬리치며 유영하듯
 

물고기 조사가 끝나고 국립해양생물자원관 황선도 관장, 김지현 군산대학교 교육연구부장관 함께 오른 청벽산에서 내려다본 금강. ⓒ 김종술

 
조선시대 문장가인 서거정이 '중국에 적벽이 있다면 조선에는 창벽이 있다'고 논했던 청벽(지금은 청벽으로 불린다)의 기암괴석은 그대로였다. 세종시를 타고 흘러내리는 강물은 푸르고 깊어 보였다. 울창한 소나무와 참나무가 우거진 산자락에는 먼저 온 사람들이 카메라를 설치하고 금강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와, 아름답다"

S자 형태로 굽이굽이 흘러가는 금강에서 불어오는 강바람이 시원했다. 붉게 물들어가던 태양이 산자락 사이로 숨어들 때는 온 산에 불을 놓은 듯 붉게 타올랐다. 금강에 불이 났다고 흥얼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핸드폰에 고개를 대고 사진을 찍느라 넋을 놓고 있다.

이렇듯 아름다운 금강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가까이서 보아도 좋고 멀리 떨어져서 보아도 아름다운 금강의 멋진 풍경에 잠시 빠져들었다. 흰수마자가 석양에 물든 물속을 꼬리치며 유영하는 듯한 모습이다. 누군가는 이 강을 후대까지 물려줘야 한다.

하루 종일 물고기 잡이로 시름하고 청벽에 올라 머리를 식힌 뒤 석양을 뒤로하고 내려오는 길.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금강을 지키려는 마음이 간절할수록, 아직도 강에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는 세력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했다. 낮에 보았던 흰수마자에 대한 기억이 아련해지고 머리가 지끈거리면서 두통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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