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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면, 저는 선택적 차별주의자였습니다

[서평] 김지혜 지음 '선량한 차별주의자'

등록 2020.09.23 09:26수정 2020.09.2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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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어느 날 타 도시에 사는 언니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야, 너네 식품클러스터 단지에 할랄식품단지 들어선다는데 알고 있었어?"

난 금시초문이었기에 "아니, 몰랐는데"라고 하니 지역 소식에 관심 좀 가지라는 질타와 함께 할랄식품단지가 조성될 경우 지역사회에 퍼질 이슬람 종교와 무슬림 사람들의 공포에 대해 속사포 쏘듯 내 귀에 쏟아내었다. 요즘말로 '귀에서 피 날 것'같았다. 

그러면서도 듣는 내내 나 또한 그들에 대한 공포를 떠올렸다. 그 당시 IS테러조직에 관한 기사들은 언론매체의 단골 기사 거리였고 '무슬림 남성'하면 떠오르던 연상 단어는 잔혹함, 악랄함, 성폭력, 성착취였을 정도였다. 언니의 계속되는 무슬림 이야기에 나 또한 속으로는 동조하며 분노했지만 생각을 멈출 브레이크가 필요했다.

"언니, 그 사람들이 다 범법자는 아니잖아. 극우단체와 일부 무슬림 남자들의 이야기를 전체인 것마냥 확대 해석했을 뿐이야.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도 다른 나라 가서 한인사회 이루고 살잖아."

통화를 마치고 지역소식에 관심 좀 가지라는 언니의 일침과 무슬림에 대한 불안을 증폭시킨 원인을 확인코자 지자체 사이트를 접속해 보았다. 역시나 불안을 느낀 건 나만이 아니었다.

지자체 사이트 안에서는 할랄식품단지 조성 반대 의견들이 넘쳤고 밖에서는 개신교와 시민단체가 반발하며 반대를 외치고 있었다. 결국 지역 여론이 심상치 않았음을 인지해서인지 한 달쯤 후 조성을 잠정 중단한다는 발표를 하였다.
 

선량한 차별주의자, 겉표지. ⓒ 창비

 
때도 한참 지난 이 통화 내용을 나에게 다시 복기시킨 책이 있다. 바로 김지혜 교수의 저서인 <선량한 차별주의자>이다. 이 책의 내용에는 그 당시 피 토하듯 열성을 토했던 언니와 나의 공포가 왜 조성될 수밖에 없었는지 답해주고 있다. 저자는 2018년도에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제주 예멘 난민' 수용에 관한 여론조사를 예로 제시하고 있다.

'남성은 46.6퍼센트가 수용에 반대하고 48.0퍼센트가 찬성했다. 비슷했지만 찬성이 조금 더 많았다. 그런데 여성의 입장은 많이 달랐다.  60.1퍼센트가 이들의 수용에 반대했다.  찬성은 27.0퍼센트에 불과했다.  압독적인 반대였다.  이상한 일이다.  연구에 의하면 약자의 지위에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다른 약자와 잘 공감한다고 했다.  약자는 불이익을 당한 자신의 경험을  반추하여 다른 약자의 상황을 이해하고, 그래서 주류 집단보다 더 관용적인 태도를 가진다.(.....) 그런데 왜 한국 여성은 전쟁을 피해 제주에 온 난민에 대해 관용보다는 배척의 태도를 보인 것일까?(....)그 이유는(...) 제주도에 온 예멘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이 '난민'보다는 '남성'이었기 때문'이라 해석했다.

그랬다. 저자의 해석처럼 그들을 '난민'이 아닌 '남성'으로 인지함으로써 무슬림이란 단어에서 느낀 감정은 공포 내지 혐오의 반응이었다. 여성은 사회 구조 안의 약자이기에 난민이었던 그들을 주류인 남성의 위치로 바라봤던 것이다. 난민의 수용 반대나 할랄식품단지 조성 반대는 약자인 여성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정당한 요구라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는 여기서 질문을 던진다.
  
과연 이들이 한국사회에서 '큰 노력 없이 신뢰를 얻고, 나를 있는 그대로 표현해도 안전하다고 느끼며,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느낌을 가질까?  난민 인정을 받는다고 해도 그런 특권을 누리게 될까?  한국인 여성이 이들을 한국인 남성과 같은 지위 혹은 더 힘이 있는 지위로 보는 것이 타당한가?

이 질문 속에는 그들이 서있는 곳과 우리가 바라보며 서 있는 곳이 다르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저자는 이것을 '평범해 보이는 특권'이라 말한다. 우리가 마음 편히 대중교통과 공공시설을 이용하고, 타인의 시선에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하며 소통할 수 있는 것, 이러한 일상의 평범한 생활들이 하나의 '특권'이라 말하고 있다.  
 

누구를 거부하는가 ⓒ pixabay

 
그 특권은 우리 사회 안에서 작용하기에 그들이 아무리 노력하거나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마음 편히 누릴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만의 리그에서 그들은 배척의 대상이며 차별이 차별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구조적 차별'이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차별 안에는 '권력'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권력은 '집단의 우월성'을 들어 다른 이를 쉽게 비하하고 폄하하며 혐오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제주 '난민'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퍼져있는 'OO충'을 비롯한 혐오나 비하단어, '노키즈존', '노장애인존' 등이 그러하다. 저자는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을 제시한다. 만약 누구를 거부하게 된다면 그 거부는 개인이어야 하지만 약자에겐 '집단의 차별'이 지워지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 예시로 소위 '진상' 손님이라 일컫는 이들에 대해 말한다.
 
더 중요한 질문은 과연 "누구를 거부하는가?"라는 것이다.  소위 '진상'손님에 대한 이야기는 꽤 많다.(.....) '진상'손님이 성인 남성이라면 과연 '성인 남성 금지'라는 표지판을 내세울까? 이런 '진상'손님이 인근의 대기업 직원이라면 어떨까?  'oo기업 금지'라며 모든 사원의 입장을 거부할까?  이런 상황은 쉽게 상상되지 않는다. 왜 어떤 집단은 특별히 잘못이 없어도 거부되는데, 어떤 집단은 개별적으로만 문제 삼고 집단으로는 문제 삼지 않을까?

사회의 흐름은 약자보다 강자에게 더 유리하게 흐른다. 배제와 분리의 기준은 바로 강과 약의 구조에서 시작되는 불평등에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난민 수용에 대한 반대의견을 피력하여 관철시키고 약자를 벌레에 비유하거나 집단을 보이콧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강자의 권력구조에 속해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우리는 특권이 아닌 권리라 느끼며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누구든 불평등한 관계에 놓여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사회적 강자-사회적 약자, 다수자-소수자, 장애인-비장애인, 이성애자-동성애자 등 사회와 삶으로 연결된 모든 관계가 경계의 선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평등하지 않은 관계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말 것을 저자는, 간곡히 당부하고 있다.
 
모두가 평등을 바라지만, 선량한 마음만으로 평등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불평등한 세상에서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되지 않기 위해, 우리에게 익숙한 질서 너머의 세상을 상상해야 한다.  차별금지법의 제정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지에 관한 상징이며 선언이다. (....) 평등은 그냥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 나 자신이 차별주의자였음을 알고 있었다. 우리 사회에 속한 소수자와 약자를 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생각했지만, '난민'이나 '무슬림' 또는 이주민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그래서 전쟁을 피해 타국으로 도망 온 난민을 바라보던 시선도 아타까움보다 그들의 오만함이 일으킨 인과응보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나는 선량하지 않은 '선택적 차별주의자'였다는 것을. 어떤 차별은 공정하다 생각 하지만 세상에 '공정한 차별'이란 없다. 차별의 경계선이 존재하는 한 '우리' 또한 언제든 '그들'이 될 수 있다. 

저자는 책 말미에 말한다. 차별은 '특정 집단에 한정되지 않는, 우리 모두의 삶을 구성하는 관계'에서도 생길 수 있다고. 그러지 않기 위해선 끈끈하게 밀착된 우리보다 느슨하게 열린 관계가 될 때, 경계를 가르는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을 때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당부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필자의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지은이),
창비,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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