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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이 독후감이 되지 않으려면

[에디터만 아는 TMI] 김영민 지음 '공부란 무엇인가'를 읽고 생각하는 '서평이란 무엇인가'

등록 2020.09.23 19:52수정 2020.09.23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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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라이프플러스 에디터만 아는 시민기자의, 시민기자에 의한, 시민기자를 위한 뉴스를 알려드립니다.[편집자말]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칼럼 하나로, '김영민'이라는 이름을 세상에 단단히 알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그가 쓴 최근에 낸 책 <공부란 무엇인가>는 공부 '에세이'다.

코로나19로 학교보다 집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많아진 아이들 때문에 어떻게 공부시켜야 할지 답답한 학부모들이 많이 찾고 있다는 뉴스를 봤다. "이 수업은 여러분들의 지적 변화를 목표로 한다"라고 쓴 책 띠지 때문일까. '대학 신입생 필독서같다'는 말이 전혀 근거 없어 보이지 않는다. 그건 목차만 봐도 알 수 있다.

'뭐야 이건' 싶다가도 '오호' 하게 되네
 

김영민 교수 지음 '공부란 무엇인가' 책표지 ⓒ 어크로스

 
첫째, '공부의 길'에서는 정확한 단어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 스스로 하는 개념 정의, 모순 없는 글을 쓰기 위한 방법 등을 다룬다. 그는 이를 '지적 성숙의 과정'이라 불렀다. 둘째, '공부하는 삶'에서는 공부와 체력의 상관관계라든지, 공부의 생애주기 따위를 다룬다. 그는 이를 '무용해 보이는 것에 대한 열정'이라 불렀다. 

셋째, '공부의 기초'에서는 공부와 능동성, 창의성, 그리고 독서란 무엇인지, 서평은 무엇인지, 자료 정리는 어떻게 하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질문하는 법을 강조한다. 그는 이를 질문과 맥락 만드는 방법이라 불렀다. 마지막은 바로 '공부의 심화', 즉 생각을 정교하게 하는 법이다. 비판의 덕성, 토론과 발제하는 법 등을 다룬다.

그는 책에서 일관되게 읽고, 쓰고, 논의하는 데 필요한 모든 과정을 공부의 관점에서 다룬다. 그 이유는 '이러한 공부의 과정에서 비로소 인간의 변화에 대해 믿게 될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다. 이렇게 공부하면 달라질 수 있다는 거다. 학점에 목매는 삶이 아니라,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거다. 대학에서 배워야 할 진정한 공부는 바로 이런 거라는 말이다. 

그다지 재미없을 것 같은 공부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 나가게 만드는 힘은 그의 다소 시니컬한 유머에 있다. '성적이 안 좋다고 여러분들 엄마가 찾아와 저를 괴롭히면, 저도 어찌할 방법이 없습니다. 저도 엄마를 불러올 수밖에', '수동적인 청중을 앞에 두고 이야기하다 보면 극도의 외로움이 강의자에게 엄습하곤 한다. 제발 반응을 보여줘, 보여주지 않으면 비뚤어지고 말 테야, 수동적이 되어버리고 말 테야. 그러나 그럴 수는 없다' 등등.

진지하게 생각해보다가 '뭐야 이건' 하고 웃고 지나치는 독서의 와중에 편집기자인 내 시선을 붙든 대목은 바로 '서평이란 무엇인가'라는 챕터였다. '오호, 이런 것도 쓰셨구나...' 반가운 마음으로 읽어내려가다 공감할 수밖에 없는 대목을 만났다.  
 
서평은 서평 대상이 된 책에 대해서 말해주는 것만큼이나 그 서평을 한 사람에 대해 무엇인가 의미심장한 것을 말해준다. 서평은 서평 대상이 된 책뿐 아니라 서평자 자신의 지력, 매력, 멍청함, 편견 등을 대대적으로 홍보할 좋은 기회다. - 하나의 전체로서 책에 대해 말하기, 153p. 

그렇구나. 그래서 서평 쓰기가 생각보다 어렵다고들 하는구나. 글에는 어떻게든 내가 드러나기 마련이니까. 그런데도 시민기자들은 쓴다. 정직하고 솔직하게 꾸밈없이 생각한 바 그대로 재밌게, 때론 감동적으로. 그게 매력이다. 그래서인지 시민기자들이 쓰는 서평을 읽을 때면,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시민기자 개인의 삶에 대해 알게 될 때가 많다(어쩐지 나는 아는 지식 총동원해서 아는 척 하는 글보다 이런 서평이 훨씬 좋다).

'서른 넘어 읽은 고전'(http://omn.kr/1ki4x)을 연재하는 박효정 시민기자의 글이 그랬다. 그의 서평을 읽으면서 고전의 내용보다 고전을 읽게 된 배경에 대해 공감하고, 이해하게 될 때가 많았다.

육아의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재미난 고전, 어릴 적 꿈이 좌절된 기억을 불러일으킨 고전, 엄마 말고 나를 찾고자 하는 몸부림이 그의 서평에 오롯이 남았다. 그 글을 읽고 "나도 그랬어요" 공감하며, 그가 바라는 '혼자 사색하고 글쓰는 나만의 시간'이 올 때까지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도록 응원하고 싶을 때가 많았다.  

양성현 시민기자의 글 '집콕 반년째, 남편의 다정함에 지쳐 갑니다'(http://omn.kr/1ory2)도 그렇다. 글의 서두에 온전히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책의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든다. 자신의 고민을 책을 통해 촘촘히 걸러낸다. 김영민 교수의 말마따나 자신의 이야기를 담으면서 '대상이 된 책을 섬세하고 충실하게 경유'하는 케이스다. 시민기자들이 쓰는 서평은 이런 스타일의 글이 많은 편이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거나, 드러내고 싶지 않은 글도 물론 있다. 그런 서평에서 중요한 것은 '맥락'이다. 김영민 교수는 '독자를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내용 요약을 넘어 맥락을 부여해야 한다, 어떤 맥락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서 서평가의 역량이 상당히 드러난다'고 말한다.

또 '책을 소개하는 글이라면, 하나의 전체로서 그 책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요약할 수 있어야 한다. 흥미로운 포인트는 많다. 그러나 하나의 전체로서 그 책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서평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내가 서평을 쓰는 시민기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과 꼭 같았다. 서평을 다 읽고 나서 그런데 이게 무슨 책인지 궁금증이 드는 글이 제법 있다. 퇴고할 때, '무엇을 말하고 있는 책인지' 스스로 이 질문을 한번 떠올려보면 좋겠다.  

공부의 기본은 그리 멀리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뉴스 매체에서는 어떤 서평이 주목을 받을까. 누가 묻지도 않은 질문을 하는 건 김영민 교수가 쓴 바로 이 대목 때문이다. '사회에 대해 직접 비평하는 일과의 차이는, 책을 매개로 비평을 수행하므로 메타적인 성격이 있다. 메타적인 비평을 통해 사회비평은 보다 입체적이 된다'는 건데, 뭔가 대단히 어렵게 들리지만 이런 성격의 서평 역시 시민기자들 글에서 자주 발견된다. 

사회적 이슈가 발생했을 때, 이슈에 대해 논리를 갖춰 주장하는 글도 있지만, 책에서 말하는 저자의 내용을 근거로 삼아 주장하는 기사의 경우가 그렇다. 시의성 있는 서평은 그렇지 않은 글보다 주목도가 높다. 

김영민 교수는 '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해 쓰는 글은 다 광의의 서평'이라고 했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문하연 시민기자가 새로운 형식의 서평을 고민하며, 실제로 실험적인 글쓰기에 도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아래는 시민기자가 보낸 메일의 한 부분.

"새로운 형식의 서평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편집기자의 이야길 듣고 고민을 했는데... 책에 나오는 문장들 중에 사는이야기랑 섞어서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해요. 서평이긴 하지만 그걸 좀 더 확장해서 사람 사는 이야기로 써보려는 새로운 시도요. 사실 드라마 대본처럼도 써 봤는데, 가독성이 좀 떨어지더라고요. 이후에는 드라마의 대사 버전 같은 것도 시도해 보려 합니다만... 여튼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겠어요. 호기심 유발용으로 매 기사마다 다음 편을 궁금하게 만든 꼼수도 부려보겠습니다."

새로운 형식의 글맛을 본 지 오래다. 이런 시도는 언제나 대환영이다. 아, 책에 따르면 김영민 교수가 뜻이 맞는 동료들과 함께 고급 서평지를 기획 중이란다. '신간 소개를 넘어 해당 책을 뒷받침하는 학식과 글 자체로서도 좋은 고급 서평을 모은 매체가 될 거'라면서 김영민 교수는 말한다.
 
"그런 서평지가 활성화되면 정보 제공은 물론 비판적인 글을 통해 책의 장단점도 생각해보게 되고, 무엇보다 좋은 산문이 많이 쓰이겠지. 궁극적으로 좋은 산문의 유통이야말로 공부의 기본 바탕에 공헌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 255p

그러니 저는 감히 말합니다. "사는이야기를 많이 보고, 많이 쓰세요." '고급'의 기준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저는 고학력도, 고연봉도, 고칼로리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김영민 교수식의 유머인데 통할지 모르겠네요...).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보통의 삶에서 나오는 투박한 언어도 고급지게 읽히고, 귀하게 들리는 게 사는이야기더라고요. 공부의 기본은 그리 멀리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은이),
어크로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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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에디터. '에디터만 아는 TMI'를 연재합니다. 그림책을 좋아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 2019년 성교육 전문가와 함께 하는 대화집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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