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언론 책임' 강조한 문 대통령
"어떤 언론은 정당처럼 느껴지기도"

'기자협회보' 지령 2000호 기념 서면 인터뷰에서 "언론, 신장된 자유만큼 성찰해야"

등록 2020.09.22 20:04수정 2020.09.23 15:58
53
원고료로 응원
a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22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 언론에 강조한 것은 '언론의 자유'보다는 '언론의 책임'이었다.

문 대통령은 한국기자협회에서 발행하는 미디어비평지 <기자협회보> 지령 2000호 기념 인터뷰에서 "이제 신장된 자유만큼 책임까지 함께 성찰해준다면, '언론자유의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언론의 자유보다 언론의 책임을 강조한 데에는 언론의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언론이 불신받는 이유 중 하나는 '정파성'이었다. 그가 "정파적인 관점이 앞서면서 진실이 뒷전이 되기도 하다"라고 꼬집은 이유다.

<기자협회보>는 지난 1964년 200여 명의 기자들이 서울 신문회관에 모여 창간했다. 창간 당시 월간지였지만 1968년 주간지로 바뀌었다. 1975년과 1980년 두 차례에 걸쳐 폐간되기도 했다.

지난 1999년 5월 10일 지령 1000호를 맞이했고,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협회 임원단 19명과 면담하고 서면인터뷰를 진행했다. <기자협회보>는 단순한 한국기자협회 기관지에서 '미디어비평지'로서 역할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정파적인 관점이 앞서면서 진실이 뒷전"

23일 발행된 <기자협회보> 지령 2000호 기념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진실이 필요한 곳, 진실이 있어야 할 모든 현장에 기자들이 있었다"라며 "언론의 사명을 잃지 않은 기자정신이 있었기에 한국의 언론은 오랜 권위주의 시대를 거치면서도 어느 나라 못지않게 언론의 자유를 신장시켜올 수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언론이 걸어온 가시밭길을 되돌아볼수록 늘 자랑스럽게 여긴다"라며 "이제 신장된 자유만큼 그에 따르는 책임까지 함께 성찰해준다면, 더 크고 넓을 뿐 아니라 더 신뢰받는 '언론자유의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국인들의 뉴스신뢰도가 21%로 조사대상 국가 40개국 가운데 가장 낮다'는 한 국제적인 평가를 언급하면서 '언론의 정파적 보도'의 문제를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언론이 왜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지에 대한 언론 스스로의 성찰이 필요하다"라며 "어떤 언론은 정당처럼 느껴지기도 하다. 정파적인 관점이 앞서면서 진실이 뒷전이 되기도 하다"라고 꼬집었다.

"특종 경쟁에 매몰되어 충분한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받아쓰기 보도 행태도 언론의 신뢰를 손상시키고 있다"라는 지적도 내놨다.

"언론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관심을 가져 달라"
 
a

문재인 대통령. 사진은 지난 1월 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요청하는 기자를 지정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언론 스스로가 '오로지 진실'의 자세를 가질 때 언론은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라며 "과거 언론의 자유가 억압될 때 행간을 통해서라도 진실을 알리려고 했던 노력이 언론을 신뢰받게 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비판의 자유가 만개한 시대에 거꾸로 신뢰가 떨어진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라고 지적하면서 "진실을 알리고,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때 언론과 언론인은 신뢰를 얻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언론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양심의 자유를 누릴 때, 국민의 이익이 커지고 대한민국이 강해진다"라며 "언론이 스스로의 사명을 잊지 않고,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신뢰의 위기'를 넘을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언론이 다시 국민과 독자의 신뢰를 얻기 위한 방안으로 "공정하고 다양한 시각에 기초한 비판" "국민의 입장에서 제기하는 의제설정" 등을 주문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언론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라며 "제도언론의 경쟁력을 위협하는 수많은 다양한 매체들이 생겨났다. '진실의 깊이'만이 언론의 경쟁력을 지켜줄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다시 거짓 정보들이 그 틈을 파고들고 있다"

전세계적인 사안인 '가짜뉴스'에 관한 의견도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처음 코로나19가 확산됐을 당시에는 가짜뉴스가 그야말로 범람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라며 "가짜뉴스는 당국의 방역 조치를 훼손하고 혼란과 공포를 야기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언론이 코로나19와 관련해 부정확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보도하거나, 과장되거나 자극적인 표현들을 사용하는 것 또한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 보호와 안전을 위해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라며 "언론은 '제2의 방역 당국' 역할을 해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가 장기화되고 국민들이 지치면서 다시 거짓 정보들이 그 틈을 파고들고 있다"라며 "진실과 거짓을 분별하는 언론의 지속적인 역할을 당부드린다"라고 말했다.

"잘못된 보도에 대한 정당한 반론권 보장돼야"
 
a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28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수도권 병상 공동대응 상황실에서 중증 병상 확보 현황을 보고받은 뒤 발언 중에 내려간 마스크를 올려쓰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또한 정치권의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법안,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언론시정 명령 법안, 형사사건 공개금지 훈령 등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발의된 법안들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가장 바람직한 길은 언론 스스로 자유에 따르는 책임을 성찰하면서 자율적으로 기준을 정하는 것이다"라며 "그런 언론의 노력이 뒷받침되고, 잘못된 보도에 대한 정당한 반론권이 보장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라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형사사건 보도와 관련해서는 판결 확정 때까지는 무죄추정원칙 하에, 사건관계인의 인권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 알 권리와 조화시키는 균형 있는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라며 "정부는 언론자유를 보장하고, 보다 신장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쌍방향의 소통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귀를 더 기울이겠다"

<기자협회보>는 인터뷰 말미에 "임기 초반을 제외하면 기자들의 기대와 달리 대통령과의 직접적인 소통의 기회가 적다는 평가가 나온다"라고 지적하면서 "주요 현안에 대한 대통령 직접 브리핑과 기자회견 개최 등 언론과의 접촉을 더 늘려갈 의향은 없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들과의 직접 소통에 방점을 두고 SNS 메시지, 국민과의 대화, 간담회, 현장방문 등 더 많은 국민들을 직접 만나고 국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한 다양한 기회를 마련해왔다"라며 "누구보다 현장방문을 자주 하고, 경제계와 종교계 등 각계각층의 국민들과 직접 만나 소통해왔다"라고 자신의 노력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과거와 달리 SNS 등 전달 방법이 다양해지고 기회가 많아졌다"라며 "무엇보다 대통령이 무슨 일을 하고 있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하지만 쌍방향의 소통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더 귀를 기울이겠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는 코로나 상황 때문에 국민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만들지 못했다"라며 "코로나 상황을 보아가며 좀 더 다양한 형식과 기회를 통해 국민과의 소통을 늘려갈 생각이다. 언론과의 접촉면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재임 3년 4개월 간 가장 힘들고, 기뻤던 순간은?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3년 4개월 간의 재임기간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는 코로나19 위기의 "지금 이 순간"을, 가장 기뻤던 순간으로는 2018년과 2019년 '남북-북미 대화 국면'을 꼽았다.

문 대통령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지금 이 순간이다"라며 "실제로 지금 코로나 상황 때문에 가장 힘들지만,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대통령의 처지에서는 매 순간이 어렵다고 느끼고 있다"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가장 기뻤던 일은 취임 이후 2017년 하반기까지 높아졌던 전쟁의 위기를 해소하고 대화국면으로 전환시켜낸 것이었다"라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지금 남북과 북미대화가 중단되어 매우 안타깝다. 평화는 단지 무력충돌이 없는 상황이 아니라 서로 존중하며 협력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이뤄진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a

2018년 4월 27일,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을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회담장인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 부근 '도보다리'까지 산책하고 있는 모습. ⓒ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댓글5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AD

AD

인기기사

  1. 1 아파트 어떻게 지어지는지 알면 놀랍니다
  2. 2 대검 감찰부, '판사 불법사찰' 의혹 대검 압수수색
  3. 3 노골적 감찰 불응, 윤석열 발등 찍을라
  4. 4 서울시, "10인 이상 집회 금지" 24일부터 사실상 3단계 실시
  5. 5 검찰 기자단, 참으로 기이한 집단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