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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피해' 손수챙긴 김정은, '삼중고' 겪는 북한 속내는

전례없던 김정은의 '손편지', 체제 위기 드러내나... 북한의 암울한 경제 지표들이 말해주는 것

등록 2020.09.23 15:22수정 2020.09.2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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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수해현장을 한 달 만에 다시 찾아 복구 상황을 현지지도 했다고 12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논벼 생육상태가 시원치 않은 데 대해 심려를 표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사진은 논에서 직접 낱알을 확인하는 김 위원장. 2020.9.12 ⓒ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북한이 올여름 연이어 몰려온 태풍과 홍수로 큰 피해를 본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재난 리더십'이 눈길을 끌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23일 김 위원장이 자연재해 등 국가적 위기 때마다 취해온 조치를 언급하며 주민에 대한 헌신과 애민 정치를 부각하는 기사를 실었다. 신문은 특히 최근 발생한 수해와 관련, 김 위원장이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일대 수해 현장을 직접 방문해 '국무위원장' 명의의 예비 양곡과 전략예비 물자를 지원한 것을 놓고는 '당만이 내릴 수 있는 사랑의 용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만사를 제쳐놓고 재난 현장으로 달려간 최고지도자의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의도로 읽히지만, 역설적으로 경제제재와 코로나19, 자연재해 등 '삼중고'에 빠진 북한 체제의 절박성을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 8월 초 집중 호우와 '바비' '마이삭' '하이선' 등 잇따라 들이닥친 태풍으로 황해남·북도, 평안남도, 함경남도, 강원도에 대규모 농작물 피해와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하는 피해를 봤다. 북한 매체는 피해 상황을 비교적 상세히 보도하는 한편, 재난 현장을 누비는 최고지도자의 행보를 발 빠르게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월 이후 홍수·태풍 피해 현장을 5차례 방문했고, 관련회의도 4차례 열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월 7일 흙투성이가 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직접 운전해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수해 현장을 찾았다. 지난 2015년 경비행기 조종석에 앉은 김 위원장이 조종간을 잡고 비행하는 모습이 공개된 적은 있지만, 차량 운전대를 잡은 모습이 보도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 차량이 논 판에서 미끄러져 내렸다며,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을 찾아온 김 위원장 행보를 강조했다.

지난 12일 조선중앙TV는 김 위원장이 대청리 수해복구 현장을 한 달 만에 다시 찾아 반소매 내의 차림으로 건설장과 논밭을 누비는 장면을 보도했다. 영상 속 등장한 김 위원장은 내의 차림으로 담벼락에 팔을 걸친 채, 담배를 피우거나 동행한 당 중앙위원회 간부들과 웃으며 대화했다.

같은 날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도 1면과 2면에 18장 사진을 싣고 내의 차림으로 수해 복구 현장을 둘러보는 김 위원장의 민생 행보를 부각시켰다. 신문은 김 위원장이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시대적 낙후성과 큰물 피해 흔적을 말끔히 털어버리고 규모 있게 들어앉아 농촌문화주택의 본보기답게 체모를 드러낸 피해지역 농장 작업반 마을들을 흐뭇하게 바라봤다"라고 전했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재해복구 현장의 전면에 나서는 모습은 주로 복구를 지시하고, 현장에는 당 간부들을 투입했던 이전과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진 행보다. 김 위원장이 평양 간부들의 태풍 피해 복구 지원을 독려하는 자필 서한을 공개한 것도 전례가 없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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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월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태풍 피해복구를 마친 황해북도 강북리 현장을 돌아봤다고 보도했다. ⓒ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로동신문>은 지난 6일 김 위원장이 태풍 '마이삭'으로 피해를 입은 함경도 지역 복구에 평양시 당원들의 자원을 당부하는 친필 서신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이 직접 쓴 손편지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처럼 지시 한 마디로 총동원령을 내리는 대신, "나라가 어렵고 힘든 때 수도의 당원들이 앞장서는 것이 우리 사회의 일심단결을 더욱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는 편지를 통해 피해복구에 참여해 달라고 간곡하게 요청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처음 공개된 김정은의 '손편지'... 수해 위기 상황을 내부 결속 계기로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서신 공개 하루 만에 30만 명 이상의 평양 당원들이 피해 복구 작업에 자원했다고 보도했다. 최고지도자의 진솔한 호소에 부응하는 당원들의 자발적 움직임을 부각시킴으로써, 수해 위기 상황을 내부적 체제 결속의 계기로 만들었다.

<로동신문>은 지난 8일 1면에 실린 '경애하는 원수님 따라 하늘땅 끝까지!'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2020년을 우리 인민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올해를 잊지 못하는 이유가 코로나19가 촉발한 세계적 보건 위기나 자연재해 때문이 아니라 위기상황에서 제공된 당의 은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비록 파괴적인 재난이나 재해를 당했어도 따뜻이 안아주는 고마운 품이 있고 보살펴주는 은혜로운 손길이 있을 때 인민은 좌절을 모른다"라는 것이다.

두말할 필요 없이 시혜를 베푸는 이는 김 위원장이다. 이처럼 재난 현장의 전면에 직접 등장하는 김 위원장의 최근 행보는 북한 내부 결속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현재 수해 복구와 평양종합병원 건설 등, 국가적 사업을 오는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 성과로 내세우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모양새다.

국제 사회의 경제 제재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펜데믹 상황, 여기에 대규모 자연재해까지 '삼중고'를 겪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김 위원장이 직접 전면에 나서야 할 만큼 절박한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종 지표로 살펴본 북한의 경제 상황은 암울하다. 통일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북한 시장의 물가 및 환율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북한 내 쌀과 휘발유 가격은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올해 2~4월 기준 쌀값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뛰었고, 휘발유 가격도 같은 기간 50% 가까이 상승했다. 달러 대비 환율 역시 5% 이상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 산하 컨설팅업체 '피치솔루션스'는 지난 8월 초 발표한 북한 보고서에서 북한의 올해 경제 성장률이 최소 8.5%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8.5%는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 북한 경제가 바닥을 쳤던 1997년에 기록한 -6.5%보다 2%나 더 낮은 수치로, 북한 경제가 올해 사상 최악을 기록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지난 17일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 경제의 퍼펙트 스톰 가능성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경제)제재, 팬데믹, 수해의 삼중고가 겹침에 따라 북한의 무역, 산업, 재정, 시장이 일시에 붕괴나 혼란에 빠지는 이른바 '퍼펙트 스톰' 가능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임 실장은 "올해 수해로 인해 식량 생산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만일 외부의 인도적 지원 확대나 북한 당국의 군량미 방출과 같은 조절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식량가격 폭등 등 인도적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북한 내에서 대규모 인도적 위기가 발생할 경우, 이는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에 안보적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임 실장의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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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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