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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잘 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어요

[서평] 코르넬리아 슈바르츠 외 지음 '당신은 타인을 바꿀 수 없다'를 읽고

등록 2020.10.03 19:58수정 2020.10.03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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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말 안 하고 살 수가 없나 날으는 솔개처럼"으로 시작하는 1982년도 유행가 '솔개'.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는 말 때문에 울고 웃는 모양새다. 세상에 말이 없다면 불편할 것은 당연지사다. 인간이 진화 사다리의 정점에 올라선 이유 가운데 하나가 언어능력이다. 뛰어난 의사소통능력 덕에 영장류에서도 최고의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소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상황은 외려 반대로 돌아간다. 여기저기서 말이 안 통한다고들 하소연이다. 이런 현상은 세대와 지역을 넘어 사회 모든 분야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말로 인해 상처받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나날이 늘어간다. 비단 추석이나 설 명절에 국한되는 고부간 이야기가 아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로 인간관계를 평안하고 여유롭게 유지할 수 있는데, 그 반대의 경우가 너무도 많다. 각자가 자기의 생각과 정당성을 내세우면서 타자의 정당성과 사유를 수용하려 하지 않는다. 의견이 이견(異見)이 되어 소통과 화합이 아니라, 불통과 대결의 양상이 반복된다. 그러면서 우리는 서로 손가락질을 해댄다. '당신 때문이야!'

왜 당신 말이 통하지 않을까
 

코르넬리아 슈바르츠,슈테판 슈바르츠(지은이) '당신은 타인을 바꿀 수 없다' ⓒ 동양북스

 
아주 절실하고 지극히 타당한 말을 하는데도 사람들의 반응이 찬 경우가 있다. 여러 원인을 말할 수 있지만, <당신은 타인을 바꿀 수 없다>의 지은이들은 이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설명한다. 1970년대와 비교하면 오늘날에는 공감이나 동감하는 수치는 줄어들고, 이기심과 경쟁적 사고, 자기중심주의는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가 일상화된 현대의 인간관계에서 말은 소통의 강력하고 유용한 도구이자 무기다. 하지만 말을 잘하려면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이 있다.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 대화 상대방은 어떤 기분인가, 그의 성격과 가치관은 무엇인가 등등. 우리는 그런 고려 없이 대화로 직진한다. 결과는 우리의 기대수준을 밑돌기 마련이다.

지은이들은 '대화에서 중요한 것은 내용보다도 관계(67p)'라고 강조한다. 까다로운 대화를 시작할 때 상용(常用)하는 수법이 날씨 얘기다. 대화자들이 거부감이나 부담감 없이 편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작은 화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법이다. 지은이들은 이것을 '스몰 토크'라고 규정한다.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나아가는 방식.

<당신은 타인을 바꿀 수 없다>를 읽다 보면 아하, 그래서 그랬구나!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수가 많다. 그만큼 나 역시 대화에 미숙하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중에서도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를 판단하거나 가르치려 들지 않으며, 언제든지 그를 도와주고 응원할 태세를 갖추라"(60-65p) 하는 지적이 아프게 다가왔다.


말을 잘하려면 먼저 경청하라

어머니는 어릴 적부터 말하는 것보다는 경청의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했다. "사람의 귀가 두 개고, 입이 하나인 까닭은 두 번 듣고 한번 말하라는 뜻이야." 예전에는 어머니의 단순한 이 말의 의미를 듣고 흘렸지만, 요즘처럼 언어의 공해와 홍수의 시대에서는 그럴 수 없게 됐다. 누군가 침묵해야 비로소 누군가는 말할 수 있으니까!

흔히 말 많은 사람을 말 잘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착각이다. 그런 사람은 다변가이거나 수다쟁이일 뿐이다. 말을 이용해 상대방과 성공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사람이 고수다. 상대방이 진지하게 말하고 있는데 무시로 끼어드는 사람이 있다. 이것은 대화와 관계를 망치는 가장 손쉬운 지름길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가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는 귀를 기울여주는 것만으로도 인간관계가 좋아질 수 있다고 지은이들은 주장한다. 따라서 자신의 말을 의식적으로 최대한 줄이면서 상대방이 더 많이 이야기하도록 하는 것이 좋은 대화법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공감적 경청'을 들여다보자.
 
"사람들은 귀보다 눈으로 교제한다. 공감적 경청에서는 눈 맞춤이 중요하다. 공감을 원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말라. 자신의 말에 곧장 비판이 날아오면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자세한 이야기기를 하지 못한다. 공감적 경청이 아니라, 평가하는 태도는 상대방에 상처를 주고 대화는 단절되고 만다." (106-122p)

타인을 바꾸기 전에 당신 자신을 바꿔라

지은이들이 내세우는 대화법의 핵심은 '공감적 미러링'이다. 그들은 말한다.
 
"대화법의 핵심은 상대방의 생각을 바꾸거나 자신의 견해를 어필하는 대신에 상대방과 눈높이를 맞추고 같은 주파수에서 대화하는 것이다. 이런 대화법의 핵심전략이 공감적 미러링이다. 이것은 자신의 관점을 제시하기 전에 상대방의 생각과 느낌을 먼저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14-15p)
 
대화하면서 견해가 다르면 우리는 상대방이 틀렸다고 주장하면서 그를 바꾸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목소리가 올라가고 표정이 굳어지며 관계가 악화하기 쉽다. 지식과 정보가 넘치는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감정이입 능력, 협상과 협력능력, 의사소통 능력, 자기성찰 능력 같은 '소프트 스킬'이 필요하다고 지은이들은 강조한다.

자기성찰에 기초하여 대화하면서 상대의 기분과 감정을 이해하고, 효율적인 소통으로 협력능력을 키우는 것이 요구된다. 거기 필요한 덕목이 나의 감정과 상황을 지나치게 심각하게 수용하는 자아 중심주의를 던져버리는 것이다. 상대방의 말을 섣불리 해석하거나 평가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 해서 그 사람을 바꾸려고 하기보다 결점까지 있는 그대로 상대방을 수용해야 한다. 상대방을 오해하거나 불신하지 말고, 경계하거나 설득하지 말고 공감하면서 상대방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지은이들이 주장하는 것은 "타인을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당신부터 변화된 삶을 살라!" 하는 것이다.

대화의 내용보다 관계가 더 중요

'답정너'라는 말이 있다. 부모 자식의 대화가 언제나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겉도는 까닭은 정답을 가진 부모가 '예스맨' 자식을 원하기 때문이다. 정해진 답을 가지고 대화를 시작하면 백전백패, 무의미로 일관하게 된다. 그런 대화를 한두 시간 하고 난 부모가 '우리는 애들과 대화가 잘 통해요' 한다. 핫바지에 방귀 새는 소리다!

상대방을 바꾸고자 한다면, 우선 내가 왜 그것을 원하는가 살펴야 한다. 나부터 돌아봐야 한다. 일단 대화가 시작되면 최대한 입을 닫고 상대방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비평가 기질이, 부모와 상사의 걱정근심이, 어처구니없는 한탄이 나오려고 해도 참아야 한다. 상대방의 눈을 들여다보고 공감하면서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듣다가 짧게 질문을 던지면서 상대가 충분히 생각을 말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 대화의 내용보다 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자명한 사실을 기억하고 대화에 온기와 사랑을 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대화하면서 자기만족과 이기적인 목적을 추구하는 자기중심적인 인격에서 최대한 멀리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다.

지은이들이 말하는 소통능력 3단계는 설득력이 있다. 깊이 생각하며 대화하지 않는 '무의식적 무능'이 1단계. 미러링하기는 하지만 공감적인 태도를 내면화하지 못하는 '의식적 무능'이 2단계. 공감능력을 발휘하면서 상대방과 내가 조화를 이루며 목적을 달성하려면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 생각하는 '의식적 유능'이 3단계다(244-247p).

남에게 손가락질하고 비난의 화살을 날리고 핏대를 세우기는 쉽다. '남의 눈 속에 티끌은 내 눈 속의 대들보'보다 훨씬 크고 잘 보이는 법. 세상이 시끄럽고 정신없이 굴러가는 까닭은 그래서다. 남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자기 자신에게 돌리고, 타자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공감의 자세를 가질 때 세상은 아주 조금씩이나마 변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당신은 타인을 바꿀 수 없다>, 코르넬리아 슈바르츠-슈테판 슈바르츠 지음, 서유리 옮김, 동양북스, 2020.

당신은 타인을 바꿀 수 없다 -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적’이 아닌 ‘내 편’으로 만드는 법

코르넬리아 슈바르츠, 슈테판 슈바르츠 (지은이), 서유리 (옮긴이),
동양북스(동양문고), 2020


#당신은 타인을 바꿀 수 없다 #공감적 미러링 #스몰 토크 #답정너 #소프트 스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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