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 청년들 대자보에 꺼낸 말

[현장]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국민청원 통해 발의... 문턱 넘었지만 난관 산적

등록 2020.09.24 17:21수정 2020.09.24 17:52
3
원고료로 응원
 
a

모든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고(근로기준법 11조 개정), 노동조합 할 권리를 누리고(노조법 2조 개정),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전태일 3법 입법쟁취 민주노총 사업계획 발표 기자회견이 24일 오전 여의도 국회앞에서 열렸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참가자들과 함께 입법 촉구 퍼포먼스를 함께 하고 있다. ⓒ 권우성

  
"정말 눈물이 난다."

2018년 12월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작업 중 사망한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24일 국회 앞에서 열린 '전태일 3법 입법쟁취 사업계획 발표 기자회견'에 앞서 <오마이뉴스>를 만나 한 말이다. 

김 이사장은 지난 16일 오후 50대 노동자가 서울 마포구 삼성디지털프라자 공사현장에서 작업 중 끼어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동네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연대 움직임을 보였다는 소식에 위와 같이 말했다.

실제로 50대 노동자 사망 이후 홍익대 재학생 김민석씨는 "죽음의 릴레이를 반드시 멈춰야 한다"면서 지난 18일 저녁 공사 현장 외벽에 대자보를 붙였다. 이후 마포구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청원에 서명해야 한다"면서 연대 움직임을 보였다. 결국 첫 번째 대자보가 붙은 지 닷새 뒤인 22일, 김 이사장이 8월 26일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청원이 국민 10만 명의 동의를 얻으면서 국회에서 다뤄지게 됐다. (관련 기사: 동네에서 일어난 노동자의 죽음, 청년은 A4 종이에 대자보를 썼다 http://omn.kr/1p0v0)

김 이사장은 "2018년 12월에 개정된 김용균법은 '용균이 없는 용균이법'이었다"면서 "이제는 시민들도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일명 김용균법)의 실체를 알았고, 노동자의 죽음을 막기 위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제정을 촉구하는 것 아니겠냐"라고 말했다.
 
a

모든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고(근로기준법 11조 개정), 노동조합 할 권리를 누리고(노조법 2조 개정),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전태일 3법 입법쟁취 민주노총 사업계획 발표 기자회견이 24일 오전 여의도 국회앞에서 열렸다. ⓒ 권우성


이날 김 이사장은 민주노총과 함께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전태일 3법' 연내 입법 쟁취 사업계획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전태일 3법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노조법 2조 및 근로기준법 11조 개정을 포함하고 있다.

현재의 노조법 2조에는 노동자와 사용자, 노동조합 등이 정의됐다. 그러나 배달라이더 등 플랫폼노동자를 비롯한 간접고용노동자와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해선 노동자로 규정돼 있지 않다. 민주노총은 이 법안을 확대 적용해 일하는 모든 노동자의 기본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 근로기준법 11조 역시 '4인 미만 사업장도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 사업장에서 근로기준법이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되면 무엇이 바뀌나?


이날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미숙 이사장은 지난 10일 태안화력발전소 제1부두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부터 언급했다.

"아들의 죽음 이후 원청에서 사고가 없게끔 바꾼다 말했는데 현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간단한 안전장치만 있었어도 사고를 막을 수 있었는데 원가절감과 이윤창출이라는 이유로 또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해 말단 직원들만 처벌 대상이 되고 있다."

김 이사장의 말대로 태안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사망사고를 수사하고 있는 충남지방경찰청은 최근 한국서부발전 관계자 1명과 하청업체 관계자 2명 등 3명을 포함해 또 다른 하청업체 소속의 지게차 운전자를 추가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 4인이 사고 당시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지게차 운전자는 당시 트럭에 스크루를 싣는 작업을 맡았던 인물이다. (관련 기사: 태안화력 사망사고 현장책임자 3명 입건 http://omn.kr/1oyk6)

김 이사장은 "지금의 노동자는 비정규직이라는 이상한 허울을 씌어 놓고 마치 사람이 아닌 것처럼 죽거나 다치면 아무렇지 않은 듯 일회용품 갈 듯한다"면서 "원하청 다단계로 분리해놓고 사고가 나면 책임은 아래로 하는 행태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되면 이와 같은 일을 제도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게 김 이사장을 비롯해 노동계 전반의 예측이다.

새롭게 발의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는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재해나 3개월 이상의 요양이 필요한 부상자가 1명 이상 발생한 재해, 부상자 또는 질병자가 동시에 10명 이상 발생한 재해"에 대해 '중대재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법인의 대표) 등은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와 이용자 또는 그밖의 사람이 생명·신체의 안전 또는 보건상의 위해를 입지 않도록 위험을 방지할 의무가 있다"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렇게 되면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조치 의무 등을 위반해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사안에 따라 7년 이상의 유기징역,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해당 법인 역시 1억 원 이상 20억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며 사안에 따라 영업허가의 취소, 5년 이내 영업의 일부 또는 전부에 대한 영업정지가 이뤄진다.

국회 문턱 넘었지만, 통과까지는 난관 많아
 
a

모든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고(근로기준법 11조 개정), 노동조합 할 권리를 누리고(노조법 2조 개정),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전태일 3법 입법쟁취 민주노총 사업계획 발표 기자회견이 24일 오전 여의도 국회앞에서 열렸다. ⓒ 권우성

   
그렇다고 상황이 밝지만은 않다. 정의당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를 위해 국회 안에서 1인 시위까지 진행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야당에선 '기업 경영 위축'을 이유로 반대하는 의원들이 많은 상태다. 이 때문에 당장 소관 상임위인 환노위를 통과한다 해도 법사위와 본회의를 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8년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확인했듯 설사 국회 문턱을 완전히 넘는다 해도 원안대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김용균씨 사망 이후 제정된 산업안전법 개정안 역시 고용노동부가 하위 법령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원안에 비해 유해 및 위험 업무 범위를 대폭 축소해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으로 불리게 됐다.

당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여야 대표를 만나 기업들은 기업대로 생사가 갈리는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는데 기업을 옥죄는 법안이 자꾸 늘어나고 있어 걱정"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대한상공회의소는 노조법 개정안을 비롯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13개 법안을 선별해 경제계 의견과 대안을 담은 상의리포트를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지난 8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0년 6월말 산업재해 발생현황'에 따르면 올 상반기 사고와 질병에 의해 사망한 노동자는 1101명으로 보고됐다. 지난해 같은 시기 대비 14명이 감소했지만 하루에 6명 꼴로 노동현장에서 사망한 수치는 변하지 않았다. 전반기에만 산재사고에 의한 사망이 470명, 질병에 의한 사망이 631명에 달한다. 

민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포함하는 전태일3법 통과를 위해 전국 동시다발 1인시위와 국회의원 면담투쟁, 국회 토론회를 10월 중에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11월 14일에는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코로나 상황에 따라 전국노동자대회도 예정한다고 밝혔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전태일 #국회 #국민의힘 #김용균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3. 3 [단독] 윤석열 장모 "100억 잔고증명 위조, 또 있다" 법정 증언
  4. 4 "명품백 가짜" "파 뿌리 875원" 이수정님 왜 이러세요
  5. 5 '휴대폰 통째 저장' 논란... 2시간도 못간 검찰 해명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