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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만 해준다면'... 아이폰 뿌리는 대학, 영업사원 된 교수

[아이들은 나의 스승 205] 절박한 '신입생 모시기 경쟁'... 입시철, 지방대는 '을'이 된다

등록 2020.09.26 20:15수정 2020.09.2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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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주 동안 고3 교실은 '올스톱' 상태였다. ⓒ 연합뉴스


곧 수시 모집 원서 접수가 마감된다. 대학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이달 28일이면 4년제 대학 수시 전형의 문이 닫힌다. 이로써 올해 대학 입학생의 열 명 중 일곱 명이 결정되는 셈이다. 최종 합격자는 11월 초부터 12월 초까지 대학별로 발표하게 된다.

지난 한 주 동안 고3 교실은 '올스톱' 상태였다. 아이들은 노트북 앞에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느라 정작 수업은 뒷전일 수밖에 없었다. 담임교사는 담임교사대로, 학과와 대학 선택을 두고 애면글면하는 아이들과 진학 상담을 하느라 눈코 뜰 새 없는 한 주를 보냈다.

이 와중에 고3 교실보다 더 분주한 곳이 있다. 바로 수도권 밖 지방대다. 서울대를 비롯한 명문대는 물론 '인-서울' 대학은 다른 나라의 이야기로 들릴 테지만, 지역 거점 국립대학을 제외한 나머지 지방대는 당장 존폐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지방대학의 처절한 생존 전략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서울 소재 대학으로 진학하려는 뿌리 깊은 열망에다 학령인구의 급감으로 지방대는 직격탄을 맞았다. 이미 문을 닫는 대학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향후 3년 이내에 지방대의 절반 이상이 사라질 거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들이 교육부의 대학역량평가를 통과하기 위해 온갖 편법과 불법을 자행하다 적발된 건 이미 오래전 이야기다. 당시 친인척과 지인의 이름을 빌려 신입생으로 등록하는가 하면, 취업률을 조작하는 꼼수가 동원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증요법일 뿐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었다.

외국인 유학생을 적극 유치하면서 바닥난 학교 재정을 벌충해왔지만,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급기야 최신 아이폰을 입학 선물로 제공한다거나, 입학과 동시에 장학금을 일괄 지급한다는 처절한 신입생 유치 전략까지 나오고 있다.

지역 정치권조차 발 벗고 나섰다. 지방 의회에서 지방대 소멸 위기를 주제로 공청회를 열고, 지방 정부가 앞장서 신입생 유치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폐교될 것'이라는 말을 우스갯소리로 여기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다.

해마다 이맘때쯤 고3 진학실엔 두 손 가득 선물 꾸러미를 들고 말쑥한 차림의 손님들이 찾아온다. 그들이 수험생 학부모라면 큰일 날 소리다. 다름 아닌, 인근 지방대의 교수들이다. 수시 모집 원서 접수 기간엔 그들은 '학자'가 아니라 차라리 '영업 사원'이다.

그들이 다녀간 자리에는 음료수와 대학의 로고가 찍힌 답례품 등이 쌓인다. 요즘에는 마스크 등 방역 물품도 눈에 띈다. 성적은 상관없으니 지원하게만 해달라는 절박함이 담겨있다. 대부분의 학과가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현실에서,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알다시피, 고등학교의 교육 과정은 대학 입시에 철저히 종속되어 있다. 대학이 '갑'이고, 고등학교는 '을'의 처지다. 대학이 요구하면 없던 과목도 개설되고, 입시에 반영되지 않는 과목은 가차 없이 버려진다. 아이들의 공부도 파블로프의 개처럼 입시에만 반응한다.

하지만 '수험생 모시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 지방대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오히려 고등학교가 지방대 앞에서 '갑질'을 하는 형국이다. 결국,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통째로 쥐고 흔드는 건 서울대를 비롯한 최상위권 대학 몇 곳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대학은 상아탑이 아니라 블랙홀이다

고3 진학실에 찾아와 교사 앞에 굽실거리는 교수의 모습을 본 아이들의 반응이 '웃프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저들도 박사냐고 묻는 아이도 더러 있다. 그들은 지방대 교수가 서울 지역 대학의 교수에 비해 학문 수준과 자질이 떨어진다고 치부한다.

그들은 어릴 적부터 입에 달고 지낸 학벌 구조, 곧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가 대학의 서열뿐만 아니라 해당 대학 교수의 서열로 받아들이고 있다. 서울대 교수와 지방대 교수를 동일하게 대우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대놓고 말할 정도다. 교수라고 다 같은 교수는 아니란다.

지방의 인문계고 아이들 중에서 서울 지역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는 소수다. 대다수는 울며 겨자 먹기로 지방대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온존한 학벌 구조를 내면화한 상태에서 애초 애교심은커녕 열패감을 지닌 채 입학한 대학이 학문의 전당으로 거듭날 리 만무하다.

요즘 아이들에게 대학은 상아탑이 아니다. 명문대에 대한 인식도 별반 다르지 않다. 더 넓은 세상을 만나고 더 깊이 공부하기 위해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반문하는 지경이 됐다. 대학 진학을 도리어 지긋지긋한 공부로부터의 해방이라 여긴다.

대학은 우리 교육의 블랙홀이자 종착역이다. 대학 졸업이 아닌 입학 여부가 개인과 학교 교육의 성패를 좌우하는 기준점이다. 입학은 쉬워도 졸업이 힘든 다른 나라의 대학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우리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이유는 '큰 배움'에 있지 않다.

오로지 상위 서열에 올라서기 위해서고, 차별의 설움을 겪지 않기 위해서다. 'SKY'와 '지잡대'라는 차별적 용어가 가장 널리 횡행하는 곳은 명문대보다는 지방대고, 대학보다는 고등학교다. 아이들 대부분이 성적과 학벌을 기준 삼은 차별은 합리적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완고한 학벌 서열도 취업난으로 인해 시나브로 완화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서울대보다는 지방의 의대를 선호하고, 사립 명문대보다는 경찰대나 사관학교 등 특수목적대학을 선택하는 추세다. 지방대라면 취업의 문이 조금이나마 넓은 학과가 그나마 정원 충원율이 높다.

수시 원서 접수 기간에 맞춰 고등학교 교문 주변 담벼락마다 지방대를 홍보하는 현수막이 어지러이 내걸린다. 디자인과 크기는 달라도 내용은 천편일률적이다. 선뜻 믿기 힘든 취업률 대학별 순위와 공무원 합격자 수는 단골 메뉴고, 아예 '취업사관학교'라고 써 붙인 경우도 있다.

'당신도 경찰이 될 수 있다'거나 '소방 공무원의 꿈이 이루어진다'는 글귀를 보노라면, 그곳이 대학인가 학원인가 헷갈릴 지경이다. 대학 건물 벽면에 공무원 시험부터 공기업, 대기업 합격자 명단까지 큼지막한 현수막에 써서 내걸어놓은 곳도 드물지 않다.
 

생존을 위한 지방대의 몸부림 학교 입구에 여러 지방대의 신입생 유치를 위한 홍보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서부원

 
오직 취업이 목표라면, 대학이라 부를 수 있는가

경찰이든 소방관이든, 공무원을 꿈꾼다면 굳이 대학에 진학할 필요는 없다. 알다시피, 고졸자도 응시할 수 있고, 오래지 않은 과거에는 고졸자들이 주로 응시하는 시험이었다. 뒤집어 말하면, 고등학교 졸업자 정도면 업무 수행에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고등학생 중에는 수능 대신 일찌감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한 아이는 공무원 시험을 위해 값비싼 대학 등록금을 낼 하등의 이유가 없다며, 필요성을 느끼면 그때 대학에 가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지금 상황에선 대학보다 학원을 가겠다는 것이다.

지방대 소멸 위기는 곧 지방 소멸 위기라며, 많은 이들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십분 공감하지만, 그에 앞서 대학 스스로 자문할 수 있어야 한다. 오로지 내세울 게 취업률뿐인 곳을 과연 대학이라 부를 수 있는가. 명색이 '지성의 전당'일진대, 부끄럽지 않은가.

한 아이는 부모님으로부터 '지방대에 갈 거라면 아예 대학을 가지 말라'는 충고를 들었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지방대를 '대학 졸업장을 주는 학원'일 뿐이라고 조롱하는 아이도 있다. 지방대의 '신입생 모시기 경쟁'이 자꾸만 스스로를 벼랑으로 내모는 것만 같아 안쓰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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