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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대신 창업 해볼까?" 묻는 딸, 어떻게든 막고 싶다

점점 더 어려워지는 자영업자의 삶, 이러다 영영 무너질까 두렵습니다

등록 2020.10.02 11:54수정 2020.10.0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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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졸업하고 창업이나 해볼까? 선배들 보니까 취직도 쉽지 않던데."

대학에 다니는 큰딸이 저녁 밥상에서 진로 이야기를 꺼냈다. 방학 때 인턴으로 나간 회사가 나름 잘 나가는 디자인 회사였는데, 회사 대표의 성공담에 혹한 것 같다. 대학에서 청년 창업 지원 프로그램도 있다며 아빠의 의견을 물었다.

말이 창업이지, '자영업자 폐업이 날마다 속출한다는 뉴스도 안 보느냐, 차분히 준비해서 취직하거나 교직 이수 중이니까 교사도 괜찮다'라는 나의 의견에도 딸은 창업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자기 주장을 이어 나갔다. 끝내 '아빠 사는 모습을 보고도 그런 생각을 하냐'라면서 해서는 안 될 말을 하고 말았고, 딸은 더 이상 말이 없었다.

씁쓸했다. 취직이 오죽 힘들어 그런 이야기를 했을까 싶지만, 누가 장사를 하겠다, 창업을 알아보고 있다고 하면 조언보다는 신경질적인 반응이 먼저다. 때로는 내 힘든 걸, 너무 확대 과장하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지 않은지 반성이 되기도 하지만, 내 자녀가 창업이나 자영업에 뛰어든다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막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대한민국에서 자영업. 성공한 1%를 제외한다면 나머지 99%는 비정규직의 삶보다 낫다고 할 수 없다. 장시간의 노동, 최저의 임금, 준비할 수 없는 미래, 이게 30년을 넘게 장사를 해온 내가 생각하는 자영업의 현주소다.

나도 재택근무 한번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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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전자상가전경 : 상가 상인들이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 안호덕

코로나19는 자영업자에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감당하기 힘든 파도였고, 울고 싶은 사람의 뺨을 때리는 잔인함마저 있었다. 내 경우만 하더라도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매출은 예년의 반 토막 수준이다. 사람을 봐야 물건을 팔고 영업을 할 수 있어야 매출이 생기는데, 상가에 돌아다니는 사람은 같은 상인들뿐이다.

서로 쳐다보고 겸연쩍게 하는 눈인사에는 누구나 그늘이 가득하다. 장사가 잘 되냐는 상투적인 인사말도 건네지 않는다. 안 봐도 사정이 훤하기 때문이다. 영업 상담 전화도 가물에 콩 나듯 한다. 기껏 기일을 맞춰 놓은 제품도 납품 일을 미뤄달라는 주문도 비일비재하다. 노트북 수리를 의뢰한 고객은 한 달이 넘도록 찾아가지도 않는다. 학원을 운영하는데 문을 닫고 있어 당장은 쓸 일이 없단다.

"재택근무 중이에요. 지겨워 죽겠어요. 아이들은 각자 방에서, 아내도 방에도 노트북으로 일하고... 하루 세끼를 온 식구들이 먹어야 하니, 차라리 회사 나가는 것이 낫겠네요."

재택근무 중에 컴퓨터가 고장 나서 고치러 온 지인은 정부가 집합금지 명령을 내려 아내와 본인 모두 재택근무 중이고, 아이들도 온라인 수업 중이라 집에서 온 가족이 같이 생활하는 어려움이 이야기했다. 들으면서 한편으로 부럽다고 생각했다.

장사하는 사람들이야 손님이 있든 없든 재택근무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정부에서 강제로 문을 닫게 한다면 그 또한 감당할 수 없는 매출 감소로 이어질 게 뻔하니 문을 닫는 것도, 손님 없이 문을 열어야 하는 것도 곤욕이기는 마찬가지다. 나도 월급 받으며 재택근무 한번 해보고 싶다. 자영업자인 내게는 성취할 수 없는 작은 소망인 셈이다.

지출의 부담은 수익에 반비례한다. 코로나19 이후 수익은 눈에 보이게 줄어드는데 나가야 할 돈을 항상 그대로다. 평소에는 별로 힘들게 느껴지지 않던 임대료, 상가관리비, 전화 요금에 각종 공과금 등 고정적으로 나가는 이백여만 원은 요사이는 천근만근 같다.

착한 임대료라 해서 선한 건물주가 알아서 세입자의 월세를 줄여주는 미담도 소개되고, 관공서에서도 임대료를 줄여주는 건물주에게 세액공제 등 각종 혜택을 준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자영업자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얼마 전 방송인 홍석천씨가 운영하는 식당이 폐업하면서 자영업자의 어려운 처지가 크게 조명되었다. 한 달에 950만 원에 이르는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 폐업하게 되었다는 게 그가 직접 밝힌 이유였다. 홍석천씨의 폐업 소식, 자엽업자들에게는 '저런 가게마저도...'라는 위기감이 눈앞으로 다가온 사건이었다.

그러나 더 암담한 건 지금의 어려움만이 아니다. 오히려 더 큰 걱정은 코로나 사태가 끝나도 예전의 자영업 생태계로 돌아올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대형마트와 대형 온라인 유통은 끊임없는 자영업자 삶의 영역을 잠식해왔다. 코로나 사태는 이런 자본 예속의 경제 생태계 변화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온라인 시장은 택배 기사들의 과로사가 걱정될 만큼 택배 물량이 늘어나고 있다. 동네 식당조차도 배달 앱과 배달 서비스가 없으면 생존을 기약할 수 없는 처지에 와있다. 비대면 생활로 대형 온라인 시장과 배달 업체는 호황을 누리지만 대부분의 자영업자는 폐업의 위기로 내몰리는 구조. 코로나 사태가 끝나도 별로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게 더 큰 두려움이다.

올 추석, 고향길 포기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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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새희망자금이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자영업자가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혹시나 하고 들어다본 새희망자금.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왜 지급대상이 아닌지도 알기 어렵다. ⓒ 안호덕

 
"올해는 아버지 제사 때 햇곡식 몇 가지만 올리고 추석 차례로 대신하자. 온 제사 때는 온 식구 다 오지 말고 잔 올릴 제주만 참석해라."

추석 3일 전인 아버지 제사 때 추석 차례를 함께 모시자는 어머니 제안. 참 코로나가 무섭긴 무섭다 생각했다. 유교 전통을 대대로 지켜온 집안에서 명절 차례를 거르자니 말이다. 그러겠노라 대답하면서 큰 짐을 내려놓는 것 같은 어머니께 고마움마저 들었다.

코로나 정국에서 온 가족이 움직여야 할 걱정에다, 명절에 또 얼마나 지출이 늘어날까 은근히 걱정도 되었기 때문이다. 명절 때 가급적 움직이지 말라는 중앙대책본부의 당부, 어머니의 통 큰 결단이 완성됐다.

코로나19가 빨리 끝나길 바라는 건 온 지구인의 열망일 것이다. 2020년 한 해 너무나 힘들다. 학생은 학생대로 취업준비생은 취업준비생대로 직장인은 직장인대로 사회 구석구석 제대로 돌아가는 곳을 찾기도 힘들다. 자영업자들도 마찬가지다.

아니 어떤 계층보다도 코로나 발 경제 한파를 가장 앞에서 온몸으로 맞고 있는 게 자영업자들이다. 자칫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돌아올 가게와 희망의 끈마저 없어질지 걱정이다. 정부의 재난지원금 등 자영업자 지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막대한 손실에 비하면 언 발에 오줌 누기 처방을 넘어서지 못한다.

일 년 중 가장 넉넉하다는 추석 한가위, 올해는 예년 같지 않다. 고향길도 막혔고 주머니 사정도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다. 그러나 움츠리고 있는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나 혼자에게만 찾아온 어려움도 아니다.

한가위 둥근달을 보며 코로나에서 빨리 벗어나길 바라는 소원들이 많았을 거다. 심호흡 크게 하고 다시 달릴 준비를 해야겠다. 기껏 바이러스에 건강과 삶이 무너져서야 되겠는가? 둥근 달에 성심을 다해 기도한 국민들의 마음이 모여 하루빨리 예전 같은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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