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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비 한푼 안 들이고 아들 넷 키우기, 비결은?

[꿈의학교와 나①-2] 다둥이 허은서씨 가족에게 꿈의학교란?

등록 2020.09.29 16:06수정 2020.09.2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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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학교 학생들에게 간식 나눠주기 자원봉사, 허은서씨 ⓒ 이민선

 
[이전 기사] "중1부터 고3까지 꿈의학교와 함께 했어요"

서울살이를 하던 한결이네 가족이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으로 이사한 것은 13년 전 한결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즈음이다. 잔병치레 심한 한결이 아빠에게 전원 생활이 꼭 필요할 것 같아서 심사숙고 끝에 결행한 이사였다.

이사할 당시 가족은 엄마와 아빠 그리고 한결, 한나무, 한그루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아들 셋이었다. 그리고 전원생활 6년여 만에 막내 '한빛'을 얻어 명실상부 '다둥이 가정'을 이루었다.

수동으로 이사하면서 엄마와 아빠가 결심한 게 있었는데, 바로 사교육 없이 공교육만으로 아들 셋 키우기였다. 그러려면 마을교육공동체가 필요했다. 엄마가 팔을 걷어붙이고 공동체 만들기에 나섰다. 아빠는 열심히 돈을 벌면서 틈나는 대로 엄마를 도왔다.

그러던 어느날 엄마 허은서씨 이름 앞에 '마을활동가'라는 기분 좋은 수식어가 붙었다. 한결이 또래 아이가 있는 엄마, 아빠로 구성된 '마을교육공동체(아래 공동체)'가 만들어지면서 얻어진 수식어다. 마을 버스 정류장 인근에 10여 평 남짓 소박한 보금자리를 마련하면서 공동체 활동에 탄력이 붙었다. 비용은 십시일반해서 마련했다.

그곳에서 아이들에게 영어 책도 읽어주고 파워포인트 만드는 법도 가르쳤다. 논술 강의도 했다. 낚시하는 법과 당구 치는 법을 가르치며 함께 어울려 놀기도 했다. 모여서 함께 밥을 먹는 것도 중요한 교육 활동이었다. 엄마아빠들이 품앗이처럼 한 일이다.

"사교육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판이 마련된 거예요. 만약 서울에서 살았더라면 차에 아이를 태워 영어 학원에 떨궈주고 그 다음 수학 학원... 그런 삶이었을 것 같아요. 아빠는 열심히 돈 벌어서 학원비 대야 하고요. 수백만원 하는 학원비 감당하기도 쉽지 않아 셋째는 없었을 것 같아요. 넷째 역시 사교육비 없이 키우겠다는 결심이 준 뜻밖의 선물이죠."
 
학원 보내지 않고도 충분히 잘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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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서씨 부부와 마을 사람이 함께 만든 마을교육 공동체 보금자리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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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교육공동체 보금자리 ⓒ 이민선

 
허은서씨에게 학원을 보내지 않고도 아이를 충분히 잘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준 것은 다름 아닌 꿈의학교다. 꿈의학교는 경기도교육청이 만든 '정규교육과정 밖 학교'다. 


"사교육 없이 아이 키우기를 실천하는 과정에 꿈의학교를 알게 됐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정말 행운이에요. 아이 손을 잡고 영화학교(영화제작 꿈의학교)에 가보니 공교육에서는 접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있었어요. 전문가를 직접 만날 기회, 실제로 촬영하고 편집하는 경험 등. 이 모든 게 무료라는 게 정말 놀라웠고요. 한결이가 고단하고 지루한 과정을 이겨내는 모습을 보면서 꿈의학교 존재 이유를 느낄 수 있었죠. 셋째까지 모두 꿈의학교에 보냈어요. 초등학교 1학년 넷째도 때가 되면 보낼 계획이고요."

허은서씨 아들 한결이와 한나무가 '학생 스스로 정신'을 강조하는 꿈의학교 분위기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혁신학교인 수동중학교에서 이미 자율적인 배움을 경험한 덕분이었다. 자유로운 글쓰기와 토론 등을 중시하는 혁신학교 교육 방침이 '스스로'라는 꿈의학교 교육 정신과 결을 같이 한다는 게 허은서씨 생각이다.

꿈의학교에서 '문화기획자'라는 자신의 꿈을 확신한 첫째 한결이와 달리 둘째 한나무는 꿈의학교에서 막연했던 자신의 꿈을 오히려 깨버렸다. 하지만 한나무는 이를 실패로 생각하지 않고 소질이 없음을 알게 된 좋은 경험으로 받아들였다.

"영화관에서 보던 영화를 직접 만들 수 있다는 것에 끌려서 영화제작 꿈의학교에 갔어요. 형이 하는 게 재미있어 보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팀원들하고 소통하기도 힘이 들고. 편집을 하면서 '내게는 소질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다른 길을 찾아보고 있어요."

한나무는 현재 다른 꿈의학교를 찾고 있지만 끌리는 게 별로 없어서 고민이다. 아들 말을 귀담아 듣던 엄마 허은서씨는 "한나무는 바이오(생물) 쪽으로 진학하고 싶어 하는데, 우리 동네에 그런 꿈의학교가 없어서 아쉽다. 공유경제, 창업 같은 꿈의학교도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거침없이 꿈꾸고 당차게 도전하라'를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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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허은서씨와 그의 아들 조한결 학생 ⓒ 이민선

 
"학원에 보내지 않지만, 우리 부부는 아이가 자기 적성에 맞는 좋은 대학에 가기를 원해요. 그것을 지금 실험하는 중이고요. 대학에 가지 않고도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면 굳이 갈 필요가 없고요."

이런 것을 '우문현답'이라고 하는 것일까? 학원가서 공부하는 애들 보면서 불안감을 느낀 적이 없는지에 대한 엄마 허은서씨 답이다. 질문을 한 기자가 참으로 머쓱한 순간이었다. 꿈의학교 6년여의 발자취를 되짚기 위한 여정에서 만난 허은서씨 가족은 명실공히 '꿈의학교 가족'이었다.

이들은 복잡한 도심을 버리고 전원생활을 선택했다. 학원에 보내 성적 올려 대학에 보내는 평범한 방법 대신 마을교육공동체를 만들어 직접 가르치는 교육을 꿈꿨고 이루어냈다. 말하기는 쉬워도 실제로 하기는 정말 어려운 '거침없이 꿈꾸고 당차게 도전하라'는 꿈의학교 핵심 모토를 실천한 것이다. 이 특별한 교육의 결과는 꿈을 찾기 위해 스스로 끊임없이 노력하고, 카메라 앞에서 당당하게 자기 생각을 밝히는 한결이와 한나무가 증명한다. 

지난 2015년 만난 영화제작 꿈의학교 설립 멤버인 이덕행 교장은 "아이들 꿈을 깨주는 것 또한 꿈의학교 목표"라는 알쏭달쏭한 말을 해서 기자의 머리를 복잡하게 했다. 그의 뒷말을 듣고 나서야 난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영화를 만들면서 '영화는 노가다'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 순간 영화에 대한 환상이 깨질 테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게 진정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될 겁니다. 또 절대 혼자만 잘해서는 만들 수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될 테고요. 자연히 공동체 의식이 길러지는 거죠. 상상력이 왜 필요한지도 알게 될 것이고... 그러면서 자기 적성도 발견하게 되겠죠. 이게 꿈의 학교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게 목적이라면 영화제작 꿈의학교에서 자신의 꿈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 한결이와 소질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일찌감치 꿈을 깨 버린 한나무, 둘 다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관련 기사]  아이들 '꿈 깨는 게' 목표, 이런 학교도 있습니다
#꿈의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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