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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시민 꿈꾸는 자매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한계는 없어요"

[꿈의학교와 나 ②] "세상을 배울 수 있는 학교를 꿈꿨다"

등록 2020.09.30 18:57수정 2020.09.30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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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 김지인, 혜민 자매 ⓒ 이민선

 
'스스로 자란다는 게 이런 것일까?'

김지인·혜민 자매와의 만남을 뒤로 하면서 떠오른 단상이다. 지난 7월 31일 오전 경기도 연천군 종합복지관에서 지인·혜민 자매를 만났다. 오후에는 연천군 청소년 수련관으로 자리를 옮겨 대화를 이어나갔다.

언니 지인(21)은 정치외교학과 2학년, 동생 혜민(20)은 산림환경시스템학과 1학년이다. 둘 다 자신이 원하는 학과에서 공부하고 있다.

지인은 대학을 마친 뒤 난민을 돕는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 KOICA(한국국제협력단)에서 국제개발 협력 전문가로 활동하겠다는 포부가 있다. 최종 목표는 세계시민 교육을 하는 NGO(비정부기구)를 만드는 것이다.

혜민은 날로 피폐해지는 지구 환경을 살리고 싶다. 그가 환경과 관련한 전공을 선택한 이유다. 산림 환경과 관련한 사회적기업, 또는 환경재단을 만들어 좀더 나은 지구 환경에 기여하겠다는 구체적 계획도 있다. 특히 관심 있는 분야는 지구 대기환경이다.

"세상을 배울 수 있는 학교를 꿈꿨다"

알록달록한 핑크색 원피스에 큰 귀걸이. 언니 지인의 옷차림이다. 찢어진 청바지에 흰 티셔츠로 보이시함을 강조한 동생 혜민. 옷차림만 봐도 '자매 맞아?' 할 정도로 이들은 달랐다. 닮은 점 보다는 다른 점 찾기가 더 쉬웠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자기의 꿈을 중·고생 때 스스로 찾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 꿈을 '꿈의학교'에서 키웠다는 것 또한 닮았다. 꿈의학교는 경기도교육청이 만든 '정규교육과정 밖 학교'다. 

자매가 활동한 꿈의학교는 경기도 연천에 있는 '씨앗학교'다. 학생이 스스로 '만'들어 운영하는 '꿈'의학교로, 줄여서 '만꿈'이라 부른다. '씨앗학교'는 '새싹학교'로 이름으로 바뀐 적도 있지만 '세계시민 교육'이라는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달렸으니 결국 같은 학교다. 이 학교에서 동생 혜민은 4년, 언니 지인은 1년간 활동했다.

자매는 지난 2017년 '씨앗학교' 설립·운영 주체인 '꿈짱'으로 함께 활동했다. 당시 학교를 만들기 위해 자매가 교육청에 제출한 설립 기획안 내용만 봐도 씨앗학교가 어떤 학교인지, 이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평소 세계는 하나의 마을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했다. 지구촌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문제들이 일어나지만 이를 학교에서는 배우지 않는다. (그래서) 항상 세상을 배울 수 있는 학교를 꿈꿨다. 생각하고 꿈꾸기만 하던 것을 직접 기획하고 실현하며 '지구촌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세계시민이 되어가는 과정을 친구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가슴 뛰는 경험이 될 것 같아 당차게 도전했다." - 기획안 내용

평범했을 청소년기, 꿈의학교가 있어 '반짝'   꿈의학교에서 자매가 한 활동은 공정무역 실천하기, 일회용품 없는 캠핑하기 등 다양하다. 활동은 환경오염을 비롯 지구촌 모두가 팔 걷고 해결해야 할 문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자매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친구들과 함께 연구하고 실천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고등학생인 꿈의학교 학생이 초등학생 20여 명의 멘토가 되어 진행한 '세계시민 멘토링 캠프'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캠프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함께하면(힘을 모으면) 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또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기분이 좋아지는지도 알게 됐어요. 일반 학교에서는 찾을 수 없는 느낌이었어요. 이런 감동을 평생 받으며 살면 되겠구나 하는 것까지 느낄 수 있었으니, 꿈의학교가 저에게는 등대 같은 것이라 할 수 있겠네요."
- 언니 지인


"4년이나 꿈의학교를 했으니, 꿈의학교 자체가 저의 청소년기라고 말 할 수 있어요. 일반학교보다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한 것 같아요. 한 번은 언니와 함께 했고, 언니 없이 친구들과 한 적도 있는데, 준비할 게 너무 많아서 정말 힘들었어요. 그래도 남는 게 있어 보람을 느꼈는데, 그것은 '도전하는 게 두렵지 않다'는 자신감이었어요. 평범했을 저의 청소년기를 꿈의학교가 반짝이게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 동생 혜민


언니 지인의 전공인 '정치외교'와 동생 혜민의 전공인 '산림환경 시스템', 그리고 이들이 최종 목표로 삼은 '세계시민 교육을 하는 NGO 설립', '산림환경과 관련한 사회적기업 설립'은 모두 꿈의학교 활동과 이어져있다. 자매는 "꿈의학교에서 활동하며 꿈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 자매는 꿈의학교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해답도 얻었다.

"꿈의학교에서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순간순간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생각이에요. 입시로 막막해 하는 청소년들이 많을 텐데... 미래를 생각해야 하지만 너무 먼 미래에 현재를 구속시키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 언니 지인

"행복하게 살 것입니다. (어떻게?) 저의 노력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칠 때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을 (꿈의학교 활동 등을 통해) 알 수 있었어요. 제 자신을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하니까, 저의 가치와 신념을 지키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 동생 혜민


"두려움 갖지 말고 하고 싶은 일 있으면 마음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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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혜민 자매 ⓒ 이민선

 
 자매가 설립·운영한 학교는 '학생 스스로 정신'이 중요한 '만꿈'이다. 교육활동은 물론 교육청에서 지원 받은 돈에 대한 회계처리까지 학생들이 직접 해야 한다. 물론 꿈지기 선생님이 있지만 그 역할은 제한적이다. 캠핑장 같은 곳을 사용할 때 예약 정도를 도와주는 정도니, 그야말로 도우미다.

꿈지기 선생님을 구하는 일도 학생들 몫이다. 자매가 한 '씨앗학교' 꿈지기는 고맙게도 동생 혜민의 담임선생님이 맡아줬다. 꿈지기 선생님을 구하지 못해 꿈의학교를 하지 못하기도 한다. 언니 지인도 그랬다.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하니 익숙하지 않은 학생에게는 고역이다. 그렇다면 지인·혜민에게도 '스스로 정신'이 부담이 되었을까?

"굉장한 부담이었어요. 책임을 져야 하니까요. 그런데 부담돼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나 혼자 책임지어야 한다는 생각이 오히려 안 좋았던 것 같아요. 친구들을 믿고 서로 역할을 나누어서 손을 맞잡고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만약 꿈지기 선생님이 될 기회가 온다면 학생들이 마음껏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둘 생각이에요."

자매가 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들 자매가 마음껏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며 꿈을 키울 수 있었던 데에는 부모 역할도 컸다. 자매의 부모는 '하고 싶은 게 있다면 해 보라'고 등을 토닥여줬다. 캠핑 같은 꿈의학교 프로그램을 할 때는 자동차로 물건까지 날라주며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고 한다.

"한번쯤 해봐야 후회가 없어요. 두려움 갖지 말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맘껏 도전하라고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어요."

지인·혜민 자매가 대화를 마치며 남긴 이 말이 가슴에 얹혔다. 어쩌면, 스무 살 넘은 딸과 중3 아들을 둔 내게 더 필요한 말일지도.
#꿈의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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