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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아나운서는 젊고 예뻐야 한다? 성차별입니다"

대전MBC 채용 성차별 토론회... "똑같은 아나운서인데, 왜 여자만 비정규직일까?"

등록 2020.09.28 17:01수정 2020.09.2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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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MBC 아나운서 채용 성차별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 회원들이 지난 6월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 본사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남성만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여성은 계약직, 프리랜스로 채용한 것은 성차별 채용이라고 판단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을 환영하며 성차별 채용으로 피해를 본 유지은 아나운서의 고용형태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대전MBC가 지난 16일 여성 아나운서 정규직 전환,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 국가인권위원회 차별 시정 권고를 일부 수용하기로 하면서 아나운서 채용 성차별 문제가 해결 국면을 맞았다. 유지은 아나운서 등 여성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이 지난 2019년 6월 인권위에 진정한 지 1년 3개월여 만이다.

대전MBC는 1990년대 이후 지난 20여 년에 걸쳐 남성 아나운서만 정규직으로 뽑고, 여성 아나운서는 계약직이나 프리랜서로 뽑았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한국여성노동자회를 비롯해 전국여성노동조합, 한국여성단체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77개 여성·노동·언론시민단체는 지난 1월 '대전MBC 아나운서 채용성차별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를 구성해 연대 활동을 벌였고, 지난 6월 인권위 시정 권고로 이어졌다.

인권위 권고 일부 수용했지만... 유지은 아나운서 "성차별 반성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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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MBC 아나운서 채용성차별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28일 오후 2시 ‘똑같은 아나운서인데, 왜 여자만 비정규직일까?’라는 주제로 ‘대전MBC 아나운서 채용 성차별에 대한 인권위 권고와 의미’를 짚는 온라인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은 유지은 대전MBC 아나운서 당사자 발언 영상. (줌 화면 갈무리) ⓒ 김시연

 
공대위와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28일 오후 2시 '똑같은 아나운서인데, 왜 여자만 비정규직일까?'라는 주제로 '대전MBC 아나운서 채용 성차별에 대한 인권위 권고와 의미'를 짚는 온라인 토론회를 열었다.

진정 당사자인 유지은 대전MBC 아나운서는 이날 "여성 아나운서에 대한 성차별적 인식 관행은 굉장히 오래 이어져 나조차 당연하게 받아들였다"면서 "1년 지나면 스스로 너무 오래 일했나, 눈치 보인다고 생각하고, 젊고 새로운 얼굴을 원하는 여성 아나운서에 대한 성차별적 시각에 순응했다"라고 털어놨다.

다만 대전MBC는 진정 뒤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진정인에게 위로금 5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인권위 권고는 수용하지 않았다. 이에 유 아나운서는 "대전MBC가 성차별을 인정하고 반성하지는 않고, (잘못한 일은) 아닌데 일단 받아들이겠다는 것은 전혀 다르다"며 큰 아쉬움을 나타냈다.

사단법인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연구위원장인 이소라 다인노무법인 공인노무사는 이날 인권위가 피진정인인 대전MBC의 직접 차별을 인정하면서, "'남자는 늙어도 중후한 맛이 있는데 여자는 늘 예뻐야 하기 때문에'라는 관계인 진술을 특정 개인의 발언이 아닌 방송국 내 성차별적 관행이 드러난 것으로 파악하는 등 피진정인의 차별의사를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해석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소라 노무사는 인권위가 MBC 16개 계열사 고용형태별 성비 현황 등을 조사해 성차별적 고용 관행이 대전MBC 뿐 아니라 방송계에 만연하다는 것을 드러낸 것도 높이 샀다. 실제 인권위 조사 결과 전체 계열사 남성 아나운서들 가운데 정규직 비율이 82.9%였던 반면, 여성 아나운서 가운데 정규직은 25%에 그쳤다.


인권위가 지난 2017년 '미디어에 의한 성차별 실태조사' 결과에서는 7개 채널 저녁 종합뉴스 여성 앵커는 30대 이하가 80%였던 반면, 남성 앵커는 40대 이상이 87.7%였다.

"여성 아나운서는 젊고 예뻐야? 차별적 고용관행 막을 방통위 지침 필요"

구미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방송업계가 젊고 외모가 아름다운 여성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오랜 관행은 전세계적으로 이론의 여지 없이 발견되는 문제"라면서 "방송업 또는 미디어산업에서의 성차별은 1970년대부터 이슈가 되었으나 여전히 미해결 상태"라고 밝혔다.

구 연구위원은 "방송산업 내에서 여성 상품화와 젊은 이미지만 원하는 문화가 심해 방송사 내에서 자율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방송사 고용평등 준수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위반시 제재까지 할 수 있는 규정이나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진재연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자신의 꿈을 찾아 방송 현장에 발을 디딘 여성들이 일회용품 취급당하다 버려지는 일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대전MBC의 아나운서 채용 성차별 투쟁이 모든 방송 제작 현장의 여성 노동자들에게 보편적인 여성노동권을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교영 고용노동부 여성고용정책과 사무관은 이날 "고용상 성차별에 대해 근로자의 민·형사소송을 통한 시정·구제는 입증의 어려움, 절차상 부담이 크며 인권위에 진정을 할 수 있으나 권고 조치는 법적 강제력은 없다"면서 "원상회복 등에 기초한 적극적, 실질적인 피해자 구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절차를 마련해 피해 근로자의 고용 안정, 적정 배상 등 평등한 근로환경 조성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대전MBC #여성아나운서 #채용차별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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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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