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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의 3대 하천준설 계획이 불필요한 이유

[연속기고-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기후위기와 대멸종의 시대

등록 2020.09.29 14:42수정 2020.09.2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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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0일 대전 유성구 갑천과 서구 유등천 만나는 지점에 하천이 범람해 있다. ⓒ 심규상

 
올 여름 기록적인 폭우로 전국 곳곳이 수해로 몸살을 앓았다. 54일의 기록적인 장마가 남긴 것은 수해뿐만이 아니다. 기후위기의 인식 변화도 남겼다. "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라는" 헤시태그가 SNS에 널리 퍼졌다. 코로나19 역시 기후위기가 남긴 감염병이라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이제 기후위기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불과 몇 년 아니 몇 달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인식의 변화가 일어났음을 체감한다. 많은 시민들에게 2020년은 기후위기를 체감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코로나19, 긴 장마, 폭염이 중요 키워드가 되었다.

대전에서 사라져 가는 녹지와 멸종위기종

기후위기는 기후 이변과 재난을 일으킨다. 이런 재난 상황에 가장 취약한 게 바로 지구에 살아가는 생명들이다. 이미 많은 종이 멸종되었고, 지금 이 시간에도 15~20분에 한 종씩 멸종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하루에 100종씩 멸종한다고 추정한다.

금요일 학교를 가지 않고 시위에 나선 16살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2019년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해 각국 정상에게 '대멸종의 시대에 아직도 돈과 권력 이야기만 한다'고 힐난했다. 하지만 이런 지적에도 각 국 정상들은 변화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아니, 오히려 에너지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고, 기후위기 정책이 실현되지 않아 전 세계에서 '기후 악당'으로 불린다. 기후 악당이라는 조롱을 반박할 만한 기후 정책이 우리나라에는 없다.

멸종위기종을 지키는 정책도 기대하기 어렵다. 국가가 지정한 멸종위기종이 확인되어도 서슴없이 서식처를 파괴하고 개발한다. 멸종위기종인 국내 생물종은 총 267종이다. 멸종위기종은 보호받을 권리를 법으로 보장 받았음에도 개발 앞에서는 아무런 힘을 가지지 못한다.


새만금과 4대강이 그랬다. 대전도 예외가 아니다. 보문산에서 하늘다람쥐, 삵, 담비 등의 멸종위기종이 확인됐는데도 관광을 활성화한다며 대전시는 개발로 내몰고 있다. 보문산은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해 몸살을 앓고 있는데도 말이다. 

국립생태원은 '생태계 기후변화 리스크 평가 및 적응대책 연구'에서 하늘다람쥐, 긴점박이올빼미, 까막닥다구리가 기후 위기에 취약하다고 분류했다. 이중 하늘다람쥐는 대전시가 지정한 깃대종이다. 그런데도 대전시는 깃대종이 서식하는 보문산 개발을 추진하고 가장 중요한 생물서식처인 월평공원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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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월평공원의 모습. ⓒ 이경호

 
지난 2019년 대전시는 멸종위기 생물이 가장 많이 서식하는 월평공원에 아파트를 짓기로 했다. 이른바 '정림지구개발계획'이라는 이름으로 1440세대 대규모 아파트가 건설된다. 민간 자본이 들어와 대규모로 서식처를 훼손하고, 자연에서 나오는 혜택을 기업이 강탈해가는 구조는 공고히 자리잡았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은 공공 녹지 공간을 잃어버리고, 특정계층은 이익을 극대화하여 사유화한다. 그 곳에서 쫓겨난 원주민들은 또 다시 다른 곳으로 밀려난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생명체들도 서식처에서 아우성 한번 내지 못하고 쫓겨난다. 다른 서식처를 찾는다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은 새로운 곳을 찾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 이처럼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에게 생명은 걸림돌일 뿐이었다.

하지만 시민들은 달랐다. 2018년 대전시는 월평공원에 대해 공론화를 결정했다. 이후 시민들은 4번의 학습과 토론을 거쳐 월평공원 생명들을 지키는 것에 동의하고 아파트 개발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대전시는 공론화 결론을 갈마지구(3000세대)만을 지키는 것으로 축소 해석하고, 결국은 개발행위 허가를 내주었다. 온전하게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월평공원에는 수리부엉이, 미호종개, 수달, 삵, 참매, 흰목물떼새, 맹꽁이 등 멸종위기종 30여 종이 서식한다. 276종의 멸종위기종 11%가 대전 중심에 위치한 작은 월평공원에 사는 것이다.

900여 종의 생물서식처인 월평공원은 지금도 많은 곳이 개발되었거나 개발 위기에 처해 있다.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는 정림지구 개발허가로 월평공원 생물들은 다시 위험에 처했다. 

지난 30년간 대한민국은 전체 숲의 5%를 개발했다. 사라진 갯벌 면적은 126만7000다. 1962년 7.8%였던 대전의 도시 면적은 2013년 49.85%로 증가했다. 그야말로 개발 광풍이다. 이렇게 사라진 생물서식처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녹지공간이기도 했다. 사라진 녹지만큼 기후 위기는 더 빨리 진행된다. 

하지만 대전시는 1인당 녹지비율 녹지비율 2014년 15.69㎡에서 2030년 12.97㎡로 감소시킨다는 계획이다. 도시공원도 2014년 2487만8000㎡에서 2030년 2399만2000㎡로 감소한다. 대전의 주택보급률은 이미 102% 이상이다. 여기에는 원룸 등이 빠져 있어 실제 보급률은 110%에 이른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때문에 더이상 녹지를 주택으로 개발하지 않아도 된다. 대전은 인구가 줄면서 오히려 빈 주택이 생겨나고 있다.

대전시의 3대 하천준설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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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집중호우가 내린 대전 서구 정림동의 한 아파트 30일 오전 상황. 조난 당한 사람을 구조하기 위해 119 소방대 보트까지 동원됐다. ⓒ 장재완

 
이제 개발 광풍을 멈춰야 한다. 그곳에 사는 생명들을 지켜야 한다. 도시 개발이 아닌 복원하는 패러다임으로 변화해야 한다. 최근 논란인 '그린 뉴딜'도 새로운 개발 광풍과 다를 바 없다. 과거 녹색성장처럼 녹색은 없고 성장만 있기 때문이다. 도시를 다시 녹색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것이 그린 뉴딜의 출발이며 기후위기에 대비하는 새로운 정책이다. 

대전시는 이미 보호가 필요한 중요 비오톱(다양한 생물종의 공동서식 장소)을 조사해 놓았다. 여기에 좀더 세밀하고 가치 있는 평가를 거쳐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대전은 비오톱 이외에도 3대 하천(대전천, 유등천, 갑천)이라는 중요한 생태축이 있다. 3대 하천에는 멸종위기종인 미호종개, 감돌고기, 삵, 수달 등이 서식한다. 중요한 서식 공간 역할을 하고 있지만, 하천도 역시 개발의 구시대적인 패러다임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시설들이 하천에 집적되면서 이번 장마 때 수해 직격탄을 맞았다. 하천 시설물은 언제든 수몰될 수밖에 없다. 각종 체육시설과 운동기구, 횡단 구조물인 보와 징검다리는 수해 시에 대규모 비용을 유발시킨다. 제방의 안전성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시설 복귀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2020년에만 하천 시설물 복구에 예산 20억 이상이 들어가야 한다. 기후 위기 시대에 매년 이런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대전시는 이번 수해로 3대 하천 준설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준설은 홍수대책이 되지 못한다. 그 대신 하천을 하천다운 곳으로 돌려줘야 한다. 물을 막는 시설물인 보를 철거해 흐름을 유지하면 홍수와 생태계에도 도움이 된다. 준설을 해도 보가 있으면 하천의 유수 흐름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도시의 빗물 시스템이나 투수층, 홍수터 마련, 하수관거정비 등을 통해 홍수를 관리해야 한다.

하천은 자연하천으로 복원해 생태공간으로 유지하면서 홍수를 예방하는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런 새롭고 변화된 구조적 접근이 기후위기 시대에 새로운 사고로 자리잡아야 한다. 복원과 재자연화가 새로운 흐름이 되어야 한다. 또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서식처를 보전하고 복원해야 한다.

녹지든 하천이든 이제 구시대적 개발 방식으로는 대안이 될 수 없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지도 못한다. 과거로의 복귀와 재자연화를 통해 도시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이것이 기후위기 시대에 필요한 일이다. 멸종위기종과 사람이 공존하는 시대는 이런 변화에서 출발한다.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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