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임금 삭감과 강제 환수당하는 교사들

교육부 "모든 시도교육청이 정산결과에 따라 9월부터 환수 예정"

등록 2020.09.29 11:35수정 2020.09.29 11:40
0
원고료로 응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무색한 사람들이 있다. 9월, 전국의 모든 시도교육청에서 일부 교사들의 임금환수와 호봉삭감 조치를 실시할 예정이다. 경기와 인천교육청에서 시작됐던 작업이 17개 시도교육청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최종 환수 대상자는 526명이다. 이 중 정규교원이 298명이고 기간제교원이 228명으로 정규교원수가 더 많다. 526명의 교사가 환수조치 당하는 총액은 13억 5천여만 원에 달한다.
  

15일,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교사들이 임금 삭감과 환수 조치 철회를 촉구하며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추석 선물이 임금삭감과 환수조치냐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조치가 9월부터 전국으로 확대됐다. ⓒ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

 
임금이 깎이고 5년간 받은 임금을 환수조치 당하는 소급적용 대상 교원은 영양교사, 초중등교사(전산, 과학, 체육), 사서교사, 유치원교사, 특수교사, 전문상담교사 등이다. 학교에서 교육공무직으로 같은 분야의 일을 했던 이들로 교원자격증이 없었던 기간이 이에 해당된다.

교육부는 지난 14일, 국회 강은미 의원실에 제출한 관련 결과보고서에서 "모든 시도교육청이 정산결과에 따라 9월부터 환수 실시(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2012년 예규가 상위법 위반이라는 판단을 행정당국이 하고 있는 데다가 그 책임을 개인 교사에게 돌리고 있어 위법 행정 논란으로 확대됐다. 대상자가 된 교사들은 부당하다며 임금환수 철회를 촉구하고 있고, 민주노총 법률원은 교육당국을 상대로 한 소송을 준비중에 있다.
 
교육부는 왜 임금을 뺐고 있나?


소송전까지 확대되고 있는 데는 위법시비가 일고 있는 교육부의 행정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 5월 호봉 예규를 개정하면서 일반 사기업 등 학교 외 근무경력은 100% 인정하면서 유독 학교에서 근무한 경력만 50% 인정하도록 개정했다. 그나마도 이전에는 80% 인정했던 경력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을 올해 예규가 개정된 시점부터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소급적용'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급적용해서 2012년 예규에 따라 지급했던 5년 치 임금을 환수조치한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그 근거로 드는 것이 공무원보수규정에 있는 본문도 아닌 별표로 있는 '[별표22]경력환산율표'다. 통상적으로 예규개정을 하면 개정 시점부터 적용한다. (관련 기사 : 경기도교육청 교사 급여 환수조치, 위법 논란)

2012년 7월 1일자로 개정된 예규는 개정 근거로 '2012년 1월 6일에 개정된 공무원보수규정'을 든다. 당시 개정된 공무원보수규정에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는 차원에서 2012년 7월 1일부터는 정규직 외에 비정규직 중 상근으로 근무한 유사경력을 인정하여 호봉 획정 및 재획정에 반영하도록 함"이라고 나와 있다. 이에 따라 2012년 7월 1일 자로 교육공무원의 호봉 관련 예규도 개정되고 같은 날 공무원보수규정도 '비정규직 경력 인정' 취지를 반영하여 개정된 것이다.
  

2012년 7월 1일 개정된 공무원보수규정과 같은 날 개정된 교육공무원호봉 예규는 모두 2012년 1월에 개정된 비정규직 경력 인정 취지의 공무원보수규정에 다른 개정이었다. 거기에는 7월 1일까지 '비정규직 경력 인정' 취지를 반영하여 개정하라고 나와 있다. ⓒ 법제처 누리집

 
당시 2012년 7월 1일 자로 개정된 '공무원보수규정'과 '예규'가 개정된 주요 원칙은 '상통직경력 인정비율 상향 조정'으로 80%에서 100%까지 인정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상통직이란 동일업무나 동일직종을 의미한다. 심지어 교육부가 근거로 들고 있는 [별표22]경력환산율표의 '비고'에도 과거 경력이 현 직종과 상통하는 분야의 경력인 경우는 100%까지의 비율을 적용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2012년 7월 1일 예규의 재개정이유에도 '초·중등교원의 경우, 해당 경력이 교원자격증 표시과목과 일치하는 동일분야, 동일업무의 경력을 종전에는 상통직 경력으로 불인정했으나 상통직 경력으로 인정하면서 경력인정률을 7할에서 8할로 조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재개정 이유를 상세하게 담고 있는 문서는 '법제처' 누리집에 올라와 있다.

2012년 개정된 예규는 교사자격증 취득 전 영양사, 전산, 과학, 체육, 사서, 유치원 및 특수교육 보조, 상담사 등의 경력 인정율을 50%에서 80%로 높혔다. 실제로 이 원칙에 따라 예규에서는 위탁학교영양사 경력은 100% 인정한다. 그러나 위탁영양사보다 학교상통직인 직영급식 영양사 80%만 인정했던 것도 모자라 이번에 50%로 낮췄다. 이는 임금삭감과 환수를 당하는 이들이 교육부가 학교 상통직 경력을 50%로 낮출 것이 아니라 100%로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다. (관련 기사 : 유독 학교근무 경력만 절만 인정하겠다는 교육부)


"임금 환수 즉각 중단하고 임금 삭감 철회하라"

추석을 앞두고 임금 깍이는 것도 모자라 뺏기기까지 하는 교사들의 마음은 비통하다. 호봉삭감으로 인한 임금 삭감과 기지급된 급여 환수 조치로 생계의 위협까지 겪는 상황에 처해서다. 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폐지를 국정과제로 내 건 문재인 정부가 이전 정권에서 그나마도 시정되었던 차별조항까지도 다시 제자리로 돌리면서 차별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비판은 더 거세게 일고 있다.

102개의 노동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제정당, 종교, 학부모 단체들이 지난 15일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생계파탄 임금 환수 즉각 중단하고 임금 삭감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학교는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이 결합되어야 비로소 제대로 된 교육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들의 경력 인정을 낮추는 것은 그들의 노동가치를 홀대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여전한 상황에서도 교사를 비롯한 학교 노동자들은 최선을 다해 근무하고 있다. 감염 예방을 위해 적잖은 인력 충원이 필요한데도 인력은 충원되지 않아 교사들은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학교비정규직도 인력 부족과 열악한 처우로 고통받고 있다. 교육부가 이런 문제들의 해결에는 눈 감고는 오히려 임금 삭감을 추진한 것에 분노한다."
#임금삭감 #임금 환수 #교육공무직 경력 #교육부 #공무원 보수 규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사 작성하면서 더 많은 이들에게 소식을 전하고픈 바람이 있어 오마이뉴스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자유롭게 올리고 싶습니다. 오마이뉴스가 있어 좋습니다. 해방감도 만끽! 감사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2. 2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3. 3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4. 4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5. 5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