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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교육상품 호황? 그 뒤 학습지 교사들의 고통

[코로나 시대, 우리의 노동시간은 ④] 전국학습지노조 사무처장 최복임씨 인터뷰

등록 2020.09.29 12:01수정 2020.09.29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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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언택트가 유행이자 대세라고 한다. 비대면 수업, 비대면 회의, 비대면 배달에 이어 비대면 회식까지 한다니, 대세가 맞긴 맞는 것 같다. 바로 몇 달 전만해도 상상도 못 했을 활동들이 비대면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역설적으로 코로나 시대는 실은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비대면으로 대체할 수 없는 여러 필수적인 노동에 기대어 있었다는 점이 드러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코로나가 노동시간에 미친 영향 중 많은 논의가 일자리 감소 관련 직종 아니면 ‘재택근무’, ‘디지털 업무’ 등에 쏠려 있는 지금, 대신할 수 없는 노동을 하는 이들의 노동시간은 어떻게 달라졌을까?[기자말]
일자리 잃거나, 늘어나고 불규칙해진 노동시간 감당하거나

8월 13일, 한 매체에 교원그룹이 지난해(2091년)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이 5.9%, 영업이익이 38.6% 증가했다는 기사가 떴다. 코로나 시기, 비대면 교육상품 판매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정확히 반대로, 현재 학습지 교사들은 코로나로 아예 일자리를 잃거나, 그러지 않고 남아있는 교사들도 한 과목당 배로 늘어난 근무 시간과 일상을 잠식하는 불규칙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2017년 9월 스마트구몬이 출시되면서, 기존의 방문 수업에 태블릿 PC를 통한 학습관리나 비대면 수업 업무가 추가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방문 교사들의 업무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3과목 기준으로, 방문하여 진행하면 30분이면 끝나던 수업이 이제는 50분~1시간씩 걸립니다. 게다가 비대면 수업을 하기 위해서 회원이 가능한 시간대에 맞추려다 보니 근무 외 시간이나 휴일에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코로나 때문에 비대면 수업이 늘어나다 보니, 이로 인한 문제가 커지고 있습니다." 

기존 대면으로 진행되던 학습지 수업에 비대면 서비스가 추가되면서, 이제는 수업 외 시간에도 회원들이 문제를 다 풀었는지 확인하고, 오답 정정도 해 줘야 한다. 만약 학습 진도를 나가지 않았거나, 오답을 고치지 않으면 일일이 문자를 해서 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고쳐놓은 오답을 수업 전에 확인해야 한다. 휴대폰으로 회원들과 소통해야하는 일에 종일 매여있다. 회사는 교사들이 이러한 업무를 완수했는지 여부를 관리하고, 교사들을 통제한다.

게다가 직접 만나서 하는 수업은 매끄럽게 진행되는 데 비해, 비대면일 경우 기계나 인터넷 환경에 영향을 받아 중간중간 끊기는 등의 문제가 있어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회원들이 전자 펜, 지우개를 포함한 태블릿PC 사용 자체에 충분히 적응하지 못해 문제를 푸는 시간이 더 들기도 한다. 게다가 화상 수업을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종이로 만들어진 실물 교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회원에게 교재를 전달하는 업무 역시 여전히 남아있다. 

노동시간의 증가에 더해, 학습지 방문 교사들의 일상을 바꿔놓은 또 다른 원인은 불규칙한 노동시간이다. 방문 수업은 보통 고정된 일정에 맞추어 진행되고, 이에 따라 하루에 일을 시작하고 끝나는 시간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정해진다. 하지만 회원이 요청하는 경우 이루어지는 비대면 화상 수업은, 교사의 입장보다는 회원이 편한 시간대로 맞추게 된다. 혹여 그것이 주말이나 공휴일이라고 할지라도. 2주 정도 수업을 진행하지 못하면 많은 회원들이 퇴회를 생각하기 때문에, 불편한 일정이라도 거절하지 못하고 수업을 최대한 진행해야 한다. 온전히 '쉬는 날'은 없다. 친구, 가족들과 함께 만나서 밥 먹고, 대화 할 시간을 가지는 건 언감생심이다. 

세 번 착취 당하는 학습지 교사들


그렇다면 이렇게 늘어나고 더욱 불규칙해진 노동 시간에 대해서 사측은 어떻게 보상하고, 대응하고 있을까? 

"스마트 구몬을 하면 과목 당 수수료를 3500원 더 주기는 하는데, 이건 5과목, 10과목, 15과목 등 스마트 구몬 수업을 하는 선생님들에 한정됩니다. 1~4과목을 진행하는 선생님들에게는 어떤 추가적인 수수료도 없습니다. 일하는 시간도 증가하는데, 최소한 스마트 과목을 두 과목으로 해주든지 기존 수수료의 1.5배 정도는 해 줘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웅진의 경우 태블릿PC를 이용한 수업을 선두적으로 해 온 업체인데, 웅진은 상황이 더 열악합니다. 회원이 비대면 수업으로 한 과목을 가입하면, 다른 과목을 무료로 열어주기도 합니다."

코로나 시대, 학습지 업체의 높은 이윤율 뒤에는 특수고용노동자인 학습지 교사들의 희생이 있다. 비대면 수업 및 학습 관리가 추가되는 만큼 돈을 더 내기 때문에, 회원은 그만큼 더 나은 서비스를 요구한다. 그러나 막상 교사는, 한 달에 추가되는 수수료가 스마트 구몬 한 과목당 3500원(수수료는 구간별로 산정된다 예를 들어, 6~9개의 과목을 진행하는 경우는 5개 과목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받는다. 9개를 하더라도 5개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스마트 구몬으로 진행하는 과목 개수가 4개 미만이라면, 어떤 추가적인 수수료도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일을 해줘야 한다. 수수료를 더 받더라도 추가되는 노동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며, 못 받는 경우는 그야말로 완전 무료노동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회사가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겠지만, 공식적으로 근무 시간을 조사하는 등 교사들이 놓여있는 상황의 실태 파악조차 하지 않았다.

심지어 웅진의 경우는, 회원이 비대면 수업 한 과목을 열면 다른 과목들을 무료로 풀어주면서 교사들에게는 수수료 한 푼 더 주지 않는다. 이와 같은 부당한 상황은 학습지 교사들의 주 고용 형태인 위탁 계약, 즉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지위와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

"일부 회사에 대학 졸업한 직원 고용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위탁 계약을 맺는 '특수고용노동자'들입니다. 계약에 따라, 우선 회원비를 모두 입금한 뒤 각종 기준에 따라 산정된 자기 수수료만큼 급여를 받습니다. 이전에는 관리 과목 수에 따라 수수료율이 달라져서 거의 고정급이나 마찬가지였는데, 이제는 월간/연간 입회율이나 퇴회율, 교육 참석 여부 등 더 다양한 기준이 적용됩니다. 수수료율은 교사들 간에도 차이가 있지만, 동일한 교사의 경우라도 매달 수수료율이 달라집니다. 보통 수수료 대략 36%에서 시작 되지만, 스펙트럼이 33%에서 61%에 이르는데 이 수수료율이 한 달에 5~6%p만 차이가 나도 몇 십 만원이 왔다갔다 합니다." 
 

노조할 권리를 주장하며 기자회견 중인 학습지노동조합 조합원들 ⓒ 학습지노동조합

  
특수고용노동자인 학습지 교사의 노동 조건은, 회사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구성되어 있다. 퇴회는 고스란히 학습지 교사들의 수수료율 삭감으로 이어지고, 회사는 다른 온갖 기준들을 들이대면서 수수료를 삭감할 명분을 만들어낸다. 반면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늘어난 노동시간은, 그리고 일상이 뒤엉키면서 증가한 피로도는 수수료율의 증가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더욱이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려면 당연히 교사도 회원도 모두 태블릿PC가 필요한 만큼,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품의 판매는 교사들의 태블릿PC 영업을 반드시 동반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회사에서 만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필요한 수단인 태블릿PC를, 교사들도 직접 자기 돈을 내고 구매해야 한다. 회사가 기기를 제공하지 않아도, 태블릿PC가 없으면 스마트구몬 수업 자체를 진행할 수 없기에 원치 않아도 강제로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약 회사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면서 태블릿PC 모델을 바꾸면, 교사들은 또 그 신규 모델을 구입해야 한다.

특수고용노동자인 학습지 교사들은 학습지 회사의 태블릿PC 판매 영업사원이자, 매출을 올려주는 고객이다. 최복임 사무처장은 현재 근무하는 구몬 지국에서 유일하게 태블릿 PC를 안 산 교사는 자신뿐이라고 이야기했다. 학습지 교사들은 무료 노동으로 한 번, 태블릿PC 영업사원으로 두 번, 태블릿PC 고객으로 세 번 이루어지는 부당한 착취 속에서 노동하고 있다. 

'노동자'가 '노동자'로 인정받기까지, 긴 싸움 하고 있는 학습지 교사들

"구몬의 경우, 교재는 내용이 단순하기 때문에 이 내용을 가르치는 교사의 역할이 큽니다. 선생님들이 회원들의 실력을 키워주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한 덕에 회사가 이만큼 클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코로나로 비대면 수업이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회원들은 여전히 대면 수업을 더 좋아할 뿐만 아니라 비대면 수업은 교재 정독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대면 수업이 학습 효과 면에서도 더 뛰어납니다. 그리고 직접 보면서 회원들과 맺은 친밀한 관계가 회원을 유지하는 데 있어 큰 영향을 주는데, 비대면이 지속될 경우 퇴회 위험도 높습니다."

수업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는 학습지 교사들의 역할이 지대함에도 불구하고, 회사에서는 이를 인정하는 태도로 교사들을 대우하지 않는다. 게다가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이 2018년 대법원에서 '학습지교사는 노조법상 노동자'임을 판결 받았음에도, 노동자성에 대한 인정과 노동조합 활동을 할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회사의 관리자들은 입회로 이어질 수 있는 상담 건들을 교사들에게 배분해주는 등 함께 협업하는 관계에 있는데, 노조 활동을 하는 교사들은 관리자들과의 관계가 단절된다. 그러다 보니, 이전에 노조 활동을 하면서 한 가정의 가장 역할을 하던 교사의 경우 결국 퇴사하기도 했다.

"저희 노조는 20년 전에 만들어졌습니다. 회사 측에 대법원 판결대로 학습지 교사들을 노조법상 노동자로 인정하고, 노조의 협상 요구에 응하라는 공문을 계속해서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측은 노동조합의 교섭요구를 무시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나마 재능 교사들은 7년 만에 노조법상 노동자가 맞다는 판결을 받았고, 대교 역시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승소하였으나 사측이 다시 소송을 제기하여 세 번째 행정재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독 구몬은 앞의 재능, 대교와 똑같은 학습지 업체임에도 두 번이나 국회청문회까지 갔지만, 작년에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노조에서 요구한 교섭에 응하지 않으면서 부당노동행위를 한 구몬의 행태를 두고 무혐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게다가 노동자성을 인정받기 위한 싸움을, 같은 산업 내에 있는 재능, 구몬, 대교눈높이 등 각각의 회사에서 개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 큰 문제입니다. 교원구몬에서도 대법원 판결은 재능에 국한된 것이니 판결을 가져오라고 합니다.


사측보다도, 저희는 정부가 더 원망스럽습니다. 노동자를 '임금으로 생활하는 자'로 정의하고 있는 노조법2조도 개정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250만 특수고용노동자는 노동자가 아닌 채로 남겨져 있습니다. 저희는 불안정한 저임금 일자리의 폐해를 온전히 스스로 감당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지금 가장 중요한 과제는 노조법2조 개정을 포함하고 있는 전태일 3법이 입법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학습지 교사들이 노동 조합법 뿐 아니라 근로기준법상 적용들을 받을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해 노동 기본권을 확보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시대, 학습지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비대면 교육상품 호황이라는 새로운 국면에서, 불안정성이 높아지는 상황에 처해 있다. 하지만, 지금은 노동자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정부는 노조법 개정과 함께,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조항이 포함된 ILO(국제노동기준) 핵심협약 비준을 추진하고 있다. 노조법 개정안은 현재 산별 노조 부정, 교섭 창구 단일화로 인한 소수 노조 의견 묵살 조항 유지, 사업장 내 쟁의 제약 등의 독소조항이 포함되어 논란이 되고 있다. 

ILO 핵심협약은 OECD 가입 이후 지난 30년간 미뤄온 숙제다. 반드시 비준하여 현재 학습지 노조처럼 '자신의 목소리를 낼 권리를 박탈'되는 문제가 발생할 시 국가에서 이를 책임지고 해결, 보상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동시에 특수고용노동자들도 당연히 노동자임을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명백히 노동자인데도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아서, 함께 의견을 모으고 필요한 것을 요구할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되지 않았다. 사용자가 사용자로 인정되지 않아, 학습지 업체들은 자신들이 고용한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도 면피해 왔다면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로서, 그리고 사람으로서 마땅히 보장되어야 할 권리를 그야말로 '쟁취'하기 위해 학습지 노조는 지난 20년간 싸워 왔고 여전히 그러하다. 오랜 시간 절실하게 투쟁해 온 학습지 교사들의 행보 끝에는 이들의 정당한 목소리를 체계적으로 배제하고 있는 법과, 노동 문화의 변화가 올 것이라 믿는다. 
덧붙이는 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센터에서, '코로나 시대, 우리의 노동시간은'이라는 제목으로 5차례 연속 인터뷰 기사를 싣습니다.
#학습지노조 #노조할_권리 #특수고용_노동자 #비대면_학습 #학습지_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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