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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의 잰걸음 한달... "빨라졌다" vs "정책역량 부족"

당 내 "안정적 관리" 중론 속 엇갈린 평가... '청와대와의 호흡' 부쩍 강조

등록 2020.09.30 18:53수정 2020.09.30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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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23일 서울 양천구 한국예술인센터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정치 현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한 달, 임기 1/6을 보내면서 당 내에선 '당이 기민해졌다'는 긍정 평가와 '정책역량이 부족하다'는 부정 평가가 동시에 나온다. 

수도권 지역구의 민주당 A의원은 29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이 대표 체제의 임기 초반 이슈는 크게 코로나 긴급 재난지원금 결정과 이상직·김홍걸 의원 건 두 가지였는데, 논란을 조속하고 무난하게 정리하면서 비교적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A의원은 "'사실 확인이 먼저'라고 기조를 잡은 추미애 장관 정국도 이번 검찰 불기소 결정으로 잘 넘어갔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현안 대응 속도가 과거 지도부에 비해 빨라졌다는 평도 있다. 서울 출신 민주당 중진 B 의원은 "이전 이해찬 지도부는 조국 사태 등에서 민심에 반응하지 않고 정부와 보조를 맞추는 데에만 매달린 반면, 이낙연 지도부는 선제적으로 (부동산 투기·재산 신고 누락 의혹의) 김홍걸 의원을 제명하고 (이스타항공 대규모 정리해고 논란과 편법승계·차명재산 의혹의) 이상직 의원을 탈당시키는 등 당이 매우 빠르게 국민 눈높이를 따라가고 있다"라고 호평했다.

▲ 강경일변도였던 의사 집단휴진 사태 중재(9월 4일) ▲ '포털 압력 문자'로 문제된 윤영찬 의원에게 하루 만에 공개 경고(9월 9일) ▲ 재난지원금 선별·보편 지급 논쟁 마무리 및 4차 추경안 역대 최단 기간 합의 처리(9월 22일) 등도 당의 움직임이 기민해진 사례들로 회자된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방송토론에서 "당의 대응이 굉장히 빨라졌을 것"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과거 민주당 지도부 경험이 있는 C 의원도 "특히 김홍걸 의원을 제명 처리하고 이상직 의원이 탈당한 것은 평가할 만 하다"라며 "지도부라고 해도 현역의원을 그렇게 신속하고 조용하게 처리하는 게 결코 쉽지 않다"라고 전했다. C 의원은 "그 외에도 24세 여성 박성민 최고위원과 금융노조위원장인 박홍배 최고위원 인선도 절묘했다"면서 "박광온 사무총장과 한정애 정책위의장 임명도 무난해 인사에 있어서도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다"고 했다. 또 "김부겸 전 의원을 국민통합특별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등 당권 경쟁자를 끌어안는 모습을 통해 선거 후유증을 예방했다는 점도 후한 평가를 받을 만 하다"고 했다.

"빨라졌다? 여론 의식하는 것… 의제 선정능력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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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서울시청노동조합 대회의실에서 열린 공무관 간담회에 참석해 목을 축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하지만 유력 대선주자로서 새로운 아젠다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동시에 제기된다. 단순 '관리'를 넘어 이슈를 선점해 정국을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을 보여줄 때가 됐다는 것이다.

C 의원은 "이 대표 본인 스타일의 문제긴 하지만, 집권여당 대표로서 보다 공격적으로 이슈를 주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진 못하고 있다"라며 "곧 대선 주자로서의 정책 역량이 얼마나 되는지 시험대에 서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C 의원은 "특히 대선 경쟁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던지고 있는 기본소득 이슈 등에 비해 이 대표가 꺼내든 '전국민 통신비 2만원'은 주요 이슈로 갈 만한 사항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여론과 야당의 반발을 동시에 샀고, 결국 철회될 수밖에 없었다"라며 "오는 정기국회에서 얼마나 자신의 비전을 새롭게 보여줄 수 있을 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내다봤다.


민주당 중진 D 의원도 "이 대표가 당 안팎의 위기적 상황에서 안정감을 준 건 사실이지만, 안정감이란 건 현상 유지일 뿐 아닌가"라며 "국정감사·예산국회 등 기본적으로 야당의 장이라고 할 수 있는 연말 정기국회에서 이 대표가 어떤 의제를 선정해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짚었다.

D 의원은 또 "당 대응이 빨라졌다는 게 꼭 좋은 건지 모르겠다"라며 "대선주자로서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게다가 짧은 임기 중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조급함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도 했다. D 의원은 "특히 추미애 장관 정국에서 국회를 무시한 추 장관 태도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등 보다 빠르게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모멘텀이 있었는데 살리지 못했다"라며 "이상직 의원 건 또한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탈당이 아닌 제명 조치를 내리는 등 보다 단호한 조치가 필요했다. 당내 의견 수렴 과정이 부족했던 것도 문제"라고도 꼬집었다.

'친문' 전략에 도움될까… 이낙연 측 "당청 관계 주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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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남은 지난달 29일 이 대표가 선출된 이후 처음이다. ⓒ 연합뉴스


향후 대권 가도에서 친문 지지층을 흡수해야 하는 이 대표가 취임 뒤 부쩍 청와대와의 호흡을 강조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 E 의원은 "추석 전 4차 추경 처리나 재난지원금 선별·보편 지급 논쟁을 정리하는 데 당·청 협력이 큰 도움이 됐다"라며 "앞으로도 당·청 협력 시스템을 이끌고 가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지난 한 달 임기 동안 문 대통령을 세 차례 회동하는 등 문 대통령과의 우호적 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이 대표 취임 이후 각종 여론조사 지표상 민주당 지지층이 이 대표를 중심으로 결집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라며 "당대표 출마 전까진 그 효과를 두고 설왕설래가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대표를 맡은 게 현재까진 주효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8월 29일 전당대회에서 60.77%의 압도적 지지를 얻어 김부겸(21.37%)·박주민(17.85%) 후보를 제치고 당대표 자리에 올랐다. 차기 대선 출마가 확실시되는 이 대표가 오는 2021년 3월엔 당대표직을 사퇴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임기의 1/6 가량이 지나간 셈이다.
#이낙연 #민주당 #당대표 #이재명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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