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인데 농성장엔 휴가가 없네요

등록 2020.09.30 14:41수정 2020.09.3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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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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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9일(화) 15시 30분 퇴근 시간. 사내버스로 정문앞으로 가는데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조합 작은 사무실 문이 보였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조합은 정규직 노동조합의 폐쇄된 2층짜리 계단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저도 비정규직 신분에서 정규직 신분된 지 3년차여서 한때 몸담았던 비정규직 노동조합 간부를 만나 추석 인사라도 나누고 가려고 들렀습니다. 모르는 분이 문 앞에 있어 지회장께 한가위 인사 하러 왔다하니 울산노동청 앞에서 천막농성중이라 했습니다.

저는 곧장 노동청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마침 퇴근시간이라 차량이 많이 밀리는 시간이었습니다. 평소같으면 30분이면 도착할 시간인데 1시간 10분이 넘어서야 옥동 울주군청에서 하차할 수 있었습니다.

천막농성장에 가보니 한 사람이 천막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조직부장 유병환씨. 왜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2018년 9월 말 서울 노동청에서 현대차 불법파견 시정 명령을 하달했습니다. 부산지청을 거쳐 울산노동지청까지 시정명령이 내려진 상태인데 울산에서 아무 조치도 이행하지 않아 2020년 8월 18일부터 농성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왜 울산노동지청이 시정명령서를 하달받고도 이행하지 않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노동청 입구에 들어서니 체온 측정과 출입자 기록을 하게 했습니다. 출입문 안내원이 출입 용건을 물었습니다. 여차해서 왔노라 설명하니 담당자를 불러줄 것이니 기다려 보라 했습니다. 출입문 안내원은 여기저기 전화를 했습니다. 그러더니.


"고객님, 지금 담당자가 모두 퇴근 하셔서 추석 연휴 지나고 다시 오셔야 되겠습니다."

황당했습니다. 관공서 업무시간이 18시인데 17시도 안 되어 퇴근했다니요? 저는 할 수없이 밖으로 나와 천막을 지키는 노동자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도 한때는 노동조합 활동하는 노동자를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2차업체 다니는 그에게 위기가 찾아온 건 2년 전. 10여년 전 계약직으로 일하던 업체에서 지게차 기사가 필요하다며 그에게 지게차 면허를 취득하게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원청사에 의해 일자리를 빼앗기게 생겼다고 합니다. 그는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투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한가위 연휴라 노동부 직원도 일찍 퇴근한 가운데 비정규직 노조간부만 외로이 천막을 지킵니다.

모두 휴가인데 비정규직 농성장은 휴가가 없네요.

#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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