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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업무추진비, 소고기 먹는 데 써도 될까

등록 2020.10.05 10:49수정 2020.10.05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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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회 업무추진비가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자세히 공개되어야 한다 (이미지 출처 : 함안인터넷신문)



재작년 일이다. 어려운 일 하나를 마무리하고 직원들과 식사를 하러 갔다. 모처럼 맛있는 걸 좀 먹자며 들어간 식당에서 소심하게 돼지갈비 3인분을 시키고 다소곳이 앉아 있을 때 낯이 익은 분이 일행과 함께 들어왔다. 우리 바로 옆 테이블에 앉은 일행은 우리와는 달리 소고기를 주문했다. 괜히 기가 죽기도 하고 저 분들은 뭘 드시나 힐끗 힐끗 쳐다보면서 밥을 먹었다. 

낯익은 분은 은평구의회 의원이었다. 혹시 의회업무추진비로 식사를 하셨나 궁금해졌고 정보공개를 통해 자료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당시 바로 옆 테이블에 앉아있었기에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갔는지 들을 수 있었는데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이야기들이었지만 업무추진비 사용목적은 지역 현안 관련 간담회였고 4명이 식사를 하면서 21만 7천원을 집행했다. 

1인당 식사비가 5만원이 넘어 '지방의회 의원 업무추진비 집행기준'을 위반했는데 은평시민신문에서 취재에 들어가자 4명이 먹었다고 기록돼 있던 것이 갑자기 9명이 먹은 것으로 바뀌었다. 이유를 물으니 잘못 기입한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의원님의 식사광경을 지켜본 입장에서 한마디로 어처구니없다는 생각만 들었다. 

의원님의 어이없는 업무추진비 사용은 올해도 반복됐다. 아무리 들여다봐도 이상하다 싶은 장소에서 업무추진비가 반복해서 집행되는 걸 보고 업무추진비가 집행된 고양시 덕양구 도내동으로 향했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해주는 대로 달려 도착한 곳은 바로 J축산. 언뜻 봐서는 장사를 하는 곳 맞나 싶은 외관을 하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니 두 명의 직원이 고기를 다듬고 있을 뿐 어디에도 식사를 할 장소는 없었다. 이것저것 물어보며 취재를 하고 그냥 나오기 미안해 돼지갈비를 사들고 돌아왔다. 

취재 결과, J축산에서 고기를 사서 파주에 있는 농장에서 고기를 구워먹었다는 의원님의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2016년에도 J축산에서 고기를 샀고 그 때는 집에서도 구워먹었다는 답변을 돌아왔다.

정말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고양시에서 고기를 구매한 후 은평구와 1시간 정도 떨어진 파주시에 가서 '지역현안업무 관련 간담회'를 진행했다는 말을 믿을 수 있는가? 많게는 10명이 넘는 인원이 파주까지 달려가서 고기를 구워먹으며 간담회를 진행했다는 말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J축산 내부 모습. 보통의 정육식당과 달리 이 곳은 축산물 판매만을 하고 있다.  ⓒ 은평시민신문


부적절한 업무추진비 집행은 은평구청도 예외가 아니다. 2018년 구청장은 취임 직후 경기도 덕양구 한 식당에서 18명과 식사를 하고 35만 7400원을 지출했다고 기록했지만 실제로는 10명이 식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7명이 4만원 코스요리를, 3명이 2만5800원 코스요리를 주문했다. 이외에도 일요일 저녁에 업무추진비를 집행한 것도 있고 38만 5천원어치 곰탕을 포장 주문했지만 주문내역이 상세하게 기록돼있지 않는 일도 있었다. 

업무추진비 문제가 지적되자 은평구청은 잘못 쓴 업무추진비는 반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잘못 쓴 것은 없다는 것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뚜렷한 해명도 없이 오히려 문제를 제기하는 시민을 몰아세우기까지 하고 있다.

매월 10일경이면 구청장의 업무추진비가 은평구청 홈페이지에 공개되어야 하지만 제 때에 공개되지도 않았다. 문제를 제기하는 기자에게 담당공무원은 오히려 짜증과 화를 내기도 했다. 몇 차례 문제제기에도 공개하지 않던 은평구청은 관련 보도가 나가고 나서야 공개를 했다. 

업무추진비가 부적절하게 쓰이는 이유 중 하나는 사전 품의서를 제대로 쓰지 않고 실제로 적절하게 이 비용이 집행되었는지 확인해 볼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무슨 이유로 간담회를 진행했고 몇 명이 모였는지조차 확인할 길 없이 집행되는 업무추진비는 그야말로 낭비되기 쉽다.

코로나19로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시민들이 더 어려운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쉽게 끝나지 않을 코로나 사태로 시민들의 신음소리는 더 짙어지고 있다. 은평구청과 은평구의회, 잘못 쓴 업무추진비는 반납하고 시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업무추진비 집행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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