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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왜 거그서 나와~" 농사꾼이 부른 마스크송, 대박쳤지라

전라남도 뉴미디어팀과 농부가수 박주안씨가 전라도 사투리로 불러 화제

등록 2020.10.05 21:09수정 2020.10.05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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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왐마 근디 니가 왜 거그서 나와/ 니가 우째 거그서 나와/ 마스크 쓰라 했는디/ 마스크 어딧냐?/ 그래 너 기여 너야 너/ 니가 우째 거그서 나와/ 집에 간다 허길래 잘 가라 했는디/ 손은 씻었는가 걱정도 했었는디/ 뭣 허는디 여서 지금 뭣 허는디/ 진짜로…."

이른바 '마스크 송'으로 불리는 <니가 왜 거그서 나와>의 앞부분이다. 전라남도 뉴미디어 팀이 만들어서 최근 유튜브에 올린 뮤직 비디오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영탁의 노래 <니가 왜 거기서 나와>를 전라도 말로 바꿨다.


노래는 '농수로'가 불렀다. '농수로'는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가수 박주안(35·전남 무안)씨를 가리킨다. 마스크를 잘 쓰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철저히 해서 코로나19를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전남도청 잔디밭에서 펼쳐진 카드섹션 '마스크'. 마스크를 낀 출연자들이 카드섹션을 하며 방역수칙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 이돈삼

  
남: 어디냐?
여: 인자 들어 갈라고
남: 지금 코로나 땜시 무산디, 어디를 그러고 댕기냐? 얼릉 들어가 잉~
여: 어~ 지금 갈게~

왐마 근디 니가 왜 거그서 나와/ 니가 우째 거그서 나와/ 마스크 쓰라 했는디/ 마스크 어딧냐? … (중간 생략) … 마스크 없이 여기서 뭣해/ 니가 왜 거그서 나와/ 마스크 어디 갓는디/ 니 개념 믿었었는디 예방을 안 허네/ 그래 너 기여 너야 너/ 이런 건 예방이 아녀


3분 12초짜리 뮤직 비디오는 저녁에 집에 간 줄 알고 있던 여자친구가 시내의 한 술집에 있는 모습을 본 남자친구가 묻고 따지는 것으로 시작된다. 지인들과 함께 있던 여자친구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술을 마시고 있다. 남자친구의 따끔한 일침에는 배신감과 함께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걱정이 한데 섞여 있다.

"근디 지금 니 옆에 사람들 누군디/ 거리두기 안 허고 옹기종기 모엿는디/ 거리두기 허랫잖아/ 니가 왜 거그서 나와/ 거리 두기 왜 안 하는디/ 내 눈을 의심해보고 보고 또 보아도/ 딱 붙어 있네 기여 맞어/ 니가 왜 거그서 나와/ 니가 우째 거그서 나와/ 니 개념 믿었었는디/ 예방을 안 허네" 

보름 만에 2만9000뷰... 이 마법 같은 노래 
 

전남도청 앞 잔디밭에서 열린 '니가 왜 거그서 나와'의 한 장면. 출연자들이 카드섹션을 하며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 이돈삼

 
촬영은 목포의 선창가와 신도심, 전남도청 앞 잔디밭 등에서 했다. 출연은 '농수로' 외에도 전남도청 직원과 으뜸전남 크리에이터, 전남도민명예기자 등이 참여했다. 출연자들은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의 중요성을 알리는 조끼를 입고, 도청 앞 잔디밭에서 '마스크'라는 카드섹션을 선보였다.


마스크송 조회수는 꽤 높다. 유튜브에 올린 지 보름 만에 2만9000뷰를 기록했다. 반응도 좋다. '영상이 재밌다', '귀에 쏙쏙 들어온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마스크 잘 썼으면 좋겠다', '코로나 물리치는 데 큰 도움이 되겠다' 등등.

'아마추어 아닌 직업가수가 만든 공익광고 같다'는 의견도 있다. 한 번만 보면 입안에서 바로 노래가 흥얼거려진다. 마법의 노래다.
 

전라도말로 부른 마스크송 '니가 왜 거그서 나와'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농수로' 박주안 씨. 그가 마스크송에 얽힌 이야기를 하며 웃고 있다. ⓒ 이돈삼

 
"가사요? 제가 썼습니다. 예전부터 '니가 왜 거기서 나와'를 전라도 버전으로 바꿔 불렀거든요. 코로나 극복을 위한 마스크송으로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받고, 가사를 다시 한번 바꾼 겁니다."

'농수로' 박주안씨의 말이다. 군대를 마치고 잠시 하던 직장생활을 접고, 결혼한 뒤부터는 부모와 함께 농사를 짓고 있다. 농사 규모가 논농사 10만㎡, 밭농사 6만6000㎡ 남짓 된다. 밭에는 양파, 양배추, 고추를 주로 심는다. 8살, 5살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저를 보면, 떠오르는 영화배우 없습니까? '주유소 습격사건'의 배우 김수로, 그 분을 닮았다고 제 별명이 어려서부터 수로였습니다. 그래서 농사를 지으며 노래도 부르는 수로, '농수로'라고 이름 붙였죠."

예명으로 쓰고 있는 '농수로'의 의미를 물은 데 대한 그의 대답이다. 박씨는 요즘 본명보다도 '노래하는 농부, 농수로'로 더 알려져 있다. 마스크송 '니가 왜 거그서 나와'가 화제를 모으면서 유명세가 더해졌다. 
 

'농수로' 박주안 씨가 논둑에서 노래를 부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박 씨는 농사를 지으며 노래를 부르는 유투버 가수다. ⓒ 이돈삼

 
박씨가 유튜브와 인연을 맺은 건 지난해 1월. 아이들이 밥 먹고 노는 모습을 찍어서 재미 삼아 올린 것이 시작이었다. 고추를 심고, 수확한 양파를 화물차에 싣는 모습도 올렸다. 전형적인 농부의 일상이었다. 독자들의 반응도, 조회수도 신통치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의 제안을 받았다. 전라도 말로 노래를 부르면 재밌을 것 같다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노랫말을 바꿔 불러봤다. 연습은 용달차나 지게차, 굴착기 운전석에서 했다. 녹음과 촬영은 그의 농작업실에 있는 전용 노래방에서 했다. 독자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뜨거웠다. 재미도 있었다.

그렇게 부른 <니가 왜 거기서 나와>가 6개월 만에 유튜브 조회 42만 뷰를 넘었다. <막걸리 한잔>(강진)은 10만 뷰, <찐이야>(영탁)는 9만 뷰, <태클을 걸지 마>(진성)는 6만 뷰를 넘었다. 전라도 지역말로 바꿔 부른 <춘자야>(설운도), <서른 즈음에>(김광석) 등의 조회 수도 상당하다.
  
농수로 커버하는 사람까지... 그래도 "큰 욕심 없어요"

'농수로'를 검색해서 부러 찾아 들어오는 독자들까지 생겨났다. 심지어 전라도말로 <니가 왜 거기서 나와>를 따라 부르는 아마추어 가수도 등장했다. '쿨한 밤, 전남이 빛나는 밤에' 등 지역의 크고 작은 무대에도 가끔 섰다. 지역특산물을 파는 온라인 쇼핑몰의 모델로도 불려 나갔다.

"수입은 별것 없어요. 농사가 주업입니다. 큰 욕심도 없고요. 농사 지으면서 노래도 부르고, 틈틈이 무대에 서고 싶습니다. 재밌게 살고 싶어요. 제 노래가 전라도를 알리고, 지역의 농수산물을 파는 데 도움이 되면 더 좋고요."

'농수로' 박씨가 덧니를 드러내며 활짝 웃는다. 그 모습이 천진하고 순박하다. "빨리 밭에 가봐야 한다"며 용달차에 오르는 그의 몸에서 흥이 절로 묻어난다. 용달차의 화물칸에 새겨진 글씨 '농수로'가 눈에 띈다. <니가 왜 거그서 나와>를 흥얼거리며 운전을 하는 그의 뒷모습이 그려진다.
  

'농수로' 박주안 씨가 그의 용달차를 배경으로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활짝 웃고 있다. ⓒ 이돈삼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립니다.
#농수로 #니가왜거그서나와 #마스크송 #박주안 #으뜸전남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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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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