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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진료도 설문조사도 '어리면' 안 된다고요?

[차별금지법과 청소년인권 ①]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차별을 '발견'하자

등록 2020.10.05 16:40수정 2020.10.0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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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SNS에서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진행하는 '푸른 하늘의 날' 캠페인 설문조사를 우연히 보았는데, 만 16세 이상만 참여가 가능하다는 문구를 발견했다. '푸른 하늘의 날' 캠페인 설문조사는 미세먼지와 기후위기에 대한 시민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진행하는 온라인 캠페인이었다. 내용으로 보나 방식으로 보나 나이 제한을 둘 합리적인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캠페인 주최 측을 포함해 캠페인에 참여한 300여 명의 사람들 중 이러한 나이 제한을 지적한 사람은 없어 보였다. 기본적으로 나이를 제한하는 것은 일정 나이가 되지 않은 사람들을 배제하고 차별하는 행위다. 그러나 이 사회는 관습적으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나이 제한을 두는 데 익숙하다. 그만큼 나이 어린 사람들의 권리가 관습적으로 무시당하고 있다는 뜻이다.

나이 차별이 심각한 문제로 드러났을 때

이처럼 나이 차별이 숨 쉬듯 자연스러운 사회에서 그나마 나이 차별로 어린이·청소년의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드러난 경우는 두 가지 정도가 있는 것 같다. 하나는 '노키즈존'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청소년의 진료를 거부하는 행위다.

먼저 '노키즈존'이란, 일부 음식점이나 카페에서 유아와 유아를 동반한 보호자의 출입을 금지하는 것을 말한다. '노키즈존' 가게를 운영하는 이들은 가게에서 유아로 인해 다른 손님들이 느낄 불편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다른 손님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무례한 중년 손님의 출입을 막는 곳은 없다는 점에서 (설령 있더라도 그것이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만연하게 존재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노키즈존'은 나이에 따른 명백한 차별 행위다. 그러나 재화와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있어 차별을 금지한 명시적 법률이 없기에, '노키즈존'을 제재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은 없다.

한편, 어떤 이들은 '노키즈존'이 생긴 것은 아이가 문제가 아니라 아이를 통제하고 관리하지 않는 보호자 때문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린이 특유의 높고 날카로운 소리나 부산스러운 움직임이 비청소년에게 익숙하지 않고 거슬린다는 이유로, 많은 어린이들이 밖에 나오면 더 많은 통제와 폭력에 시달린다는 점은 아무도 문제 삼지 않는다. 아이를 얌전히 만들 수만 있다면 보호자가 협박을 하거나 체벌을 해도 된다고 온 사회가 말하고 있는 셈이다. 어린이·청소년에게 관용적이지 않고, 기존의 차별적이고 폭력적인 문화에 적응하기만 할 것을 강요하는 사회가 '노키즈존'을 정당화하고 있다.

두 번째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청소년의 진료를 거부하는 것은, 청소년이 정신과 진료를 받으려고 할 때 보호자와의 동행을 요구하는 식으로 조건을 붙여 진료를 거부하는 행위를 말한다. 언론에서 이러한 사례들이 여럿 보도되면서 문제의식이 불거졌다.

의료법에서는 정당한 사유 없는 진료 거부를 금지하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청소년의 '행위 능력 없음(또는 없다고 인정됨)'은 암묵적으로 의료를 거부할 사유가 되고 있다. 부모의 동의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청소년의 행위 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청소년이 부모의 소유물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신 질환에 대한 편견 때문에 많은 청소년들이 부모에게 자신의 문제를 말하기를 꺼리면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고통을 겪고 있다. 이 또한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겪고 있는 차별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에 차별이 존재할 때 사회적 약자들의 건강이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이 차별은 이뿐만이 아니다

2018년,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에서 발간하는 '청소년신문 요즘것들'에서는 나이를 이유로, 또는 청소년이기 때문에 거절당하거나 금지당했던 경험들을 제보받은 적이 있다. 당시 제보를 담당한 팀이었던 나도 예상하지 못했던 답변들이 쏟아졌다.

중고 서점에서 책을 판매하려고 할 때, 공개 방송에 방청을 신청할 때, 면세점에서 물건을 살 때, 카메라 장비를 대여하려고 할 때, 심지어 공공도서관에서 시 낭송회를 할 때도 성인만 참여가 가능하다는 말을 들은 이들이 있었다.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직원이 다짜고짜 부모와 전화해보겠다고 한 사례도 있었다.

이용을 제한하는 이유는 '방침이라 어쩔 수 없다'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작고 사소한 일도 나이 규제 때문에 할 수 없었던 청소년들은 굴욕감과 무력감을 느꼈다고 답했다. 스스로 여권을 만들거나 숙박업소를 예약할 수 없고, 피어싱을 하거나 타투를 할 수 없고, 은행 계좌를 만들지 못하고 유료 결제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없을 때 '내 삶이 나의 것으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나이에 의한 차별과 배제는 이처럼 한 사람의 삶을 위축시키는 일이다.

현재 제21대 국회에 발의된 차별금지법안은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언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전과(前科), 성적지향, 성정체성, 학력, 고용형태,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 예방하기 위한 법이다.

앞서 예시를 들었던 '노키즈존'과 정신과 진료 거부의 경우에는 차별금지법 안에서 재화, 용역 등을 공급하거나 이용하는 것과 관련해 명백하게 금지하는 행위에 해당된다. 제22조에는 상업 시설의 공급자가 성별, 나이 등을 이유로 상업 시설의 사용을 거부하여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있다. 또한, 제24조에서는 보건의료인 및 보건의료기관이 성별, 나이 등을 이유로 환자에 대하여 치료, 간호, 예방 및 그 밖에 보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있다. 따라서 법이 제정된다면, 이러한 조항을 근거로 노키즈존이나 진료 거부 등의 문제에는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경우가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차별금지법에서는 합리적인 사유 없이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지만, 이 사회에서 청소년의 미성숙함과 행위 능력 없음은 차별을 해도 되는 '합리적인 사유'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합리적인 사유'인지는 그 사회의 인식 수준과 인권감수성이 결정하는 것이며, 계속해서 부딪치고 협의해나가야 하는 영역이다.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을 통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차별의 발견'이다. 지금껏 차별이라고 생각조차 되지 않았던 어린이 청소년에 대한 배제와 거부 행위들을 차별이라고 이름붙일 수 있어야 한다. 그를 통해 더 많은 어린이, 청소년들이 차별에 불편해하고 그것을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차별금지법을 통해 어린이 청소년의 인권이 조금 더 진보할 수 있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치이즈는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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