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차별이 금지되어야 스쿨미투가 들린다

[차별금지법과 청소년인권 ②]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등록 2020.10.06 15:01수정 2020.10.06 15:19
0
원고료로 응원

청소년인권행동아수나로청주지부추진모임, 충북교육연대 등은 지난 5월 충북여중 스쿨미투 2심 재판부에 원심유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충북인뉴스 계희수 ⓒ 충북인뉴스

 
'분위기 환기'를 위해 성희롱했다는 가해 교사

스쿨미투 고발이 일어나기 시작한 후, 2년의 시간이 지났다. 몇몇 가해 교사는 법정에 섰다. 지난 24일, 충북여중 스쿨미투 가해 교사에 대한 2심 판결이 있었다. 2심 재판부는 가해 교사 1인에 대해, '징역 3년과 법정구속'이었던 1심 판결을 뒤집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라는 턱없이 낮은 형량을 선고했다. 2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가해 교사가 떵떵거리며 사는 현실, 그리고 많은 스쿨미투 고발이 사법적 절차를 밟지 못한 채 은폐되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왜 제대로 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스쿨미투 재판 과정에서 가해 교사들은 "피해 학생이 인지 부조화를 느껴서 잘못 진술한 것이다", "교육적 차원의 신체접촉이었다", "그런 행동과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성희롱 목적이 아니라 분위기 환기를 위한 목적이었다"라는 등의 변명을 했다. "무분별한 스쿨미투로 무너진 교권을 회복"해야 한다며, 스쿨미투 고발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교사도 있었다.

스쿨미투가 교육적 지도를 방해한다는 주장 자체가, 그간 학교에서 교육과 폭력이 혼동되어 왔음을 증명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두발복장규제 등 학생들의 일상적인 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 교사의 지도권으로 용인되었다. 특히 여학생들은 속옷 색깔까지 통제하는 등 더 과도한 생활 규제를 경험해 왔으며, 생활지도 과정에서 신체 부위를 지도봉으로 찌르는 등의 성추행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스쿨미투가 문제제기한 것은 일부 가해 교사가 아닌, 성차별이 만연한 교육 현장 전체다. 학교의 수업 콘텐츠 대부분은 성차별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전히 가정 시간에는 '결혼 계획 세우기' 같은 교육 콘텐츠로 고정된 여성상과 남성상을 강조한다. 국어 시간에는 '여성적 어조', '남성적 어조' 같은 성별 고정관념에 기반한 용어가 사용된다. 체육 시간에는 남학생과 여학생을 축구, 피구로 나누어 활동하게 하고, 심지어는 여학생은 축구 경기에 참여할 수 없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이렇듯 성차별이 만연한 학교가 가해 교사의 성희롱 발언, 혐오 발언을 소위 '섹드립' 혹은 '분위기 환기를 위한 농담'으로 용인케 만들었다.

학교에서 차별에 문제제기하는 것은 언제나 소수자의 몫이었다. 내 주변의 청소년 페미니스트들은 "핑크색은 여자 색이지"라고 말하는 미술 교사에게 맞서 1시간 동안 싸우기도, 성희롱 발언을 하는 교사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대자보를 붙이기도 했다. 차별에 맞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라, 용기를 내야 하는 일이었다. 용기를 내어 말하기 시작한 이들에게는 '너도 미투할 거냐' 등의 조롱이 이어졌다. 더 이상 학교에 만연한 차별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고치는 노력을 소수자들의 몫으로만 맡겨두어서는 안 된다.

그동안 우리는 스쿨미투 집회를 하면서 필요한 법과 제도의 변화로 학생인권법, 그리고 차별금지법의 제정 등을 이야기했다. 차별금지법은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차별하지 않을 의무를 부여하는 법이다. 스쿨미투 고발이 들리기 위해서는, 차별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일이 너무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 아니어야 한다.

스쿨미투의 해결책 중 하나가 차별금지법인 이유

그래서 스쿨미투의 해결책 중 하나는 차별금지법이 될 수밖에 없다. 법안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더욱더 차별금지법 제정이 절실해진다.

발의되어 있는 차별금지법안의 제32조는 '교육내용의 차별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첫 번째로, 해당 조항은 교육목표, 교육내용, 생활지도 기준에서 차별을 포함하는 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이는 앞서 지적한, 성차별을 기반으로 하는 학교의 교육내용에 문제제기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여성은 치마, 남성은 바지를 입어야 하는 규정, 여학생에게만 존재하는 스타킹, 속옷 색깔에 대한 규제 등 성별 고정관념을 담고 있는 생활지도 기준에 대해서도 의문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차별금지법안에서는 성별 등에 따라 교육내용 및 교과과정 편성을 달리하는 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여학생에게 운동장을 내어주지 않고, 여자 축구 자체가 불허되었던 기존의 학교 문화가 달라질 것이다. 또, 기술·가정 시간, 예절 시간 등 성별 고정관념에 따라 각자 다른 방식의 배움을 요구하던 수업 내용에 대해서도 차별이라는 문제제기가 가능해진다.

세 번째로, 성별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혐오나 편견을 교육내용에 편성하거나 이를 교육하는 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현재 학교에서는 성폭력 예방 교육 등 대부분의 성 관련 교육이 청소년 비혼모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거나 성소수자를 배제하는 등 차별과 혐오를 포함한 채 이루어진다. 지난해(2019년), 대한민국 정부는 UN아동권리협약 이행에 대한 제5-6차 심의에서, UN아동권리위원회의 잇따른 질의에도 불구하고, 성소수자를 포함한 성교육을 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차별금지법은 이렇듯 스쿨미투 고발의 대상이 되어온 차별과 혐오에 기반한 교육을 제재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또한, 제33조는 "교육책임자와 교육담당자가 성별 등을 이유로 수업이나 실험·실습, 현장견학, 수학여행 등 교육시설 내외의 활동과 건강검사, 급식 기타 혜택 등 복리 및 서비스 제공, 생활기록부 작성, 평가, 징계 등 생활지도 기준에 있어 차별해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조항은 특성화고등학교에서 취업을 명목으로 이루어지는 여학생에 대한 외모 품평, 성차별, 여학생과 남학생의 급식량에 대한 차별 등 보다 세부적이고 자세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차별을 제재하는 근거가 될 것이다.

나아가, 차별금지법이 대상으로 하는 '차별'에는 성희롱도 포함된다. 발의된 차별금지법안 제3조 제1항 3. 제1호에 따르면, "각 목의 영역에서 성적 언동이나 성적 요구로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거나 피해를 유발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행위, 그리고 그러한 성적 요구에 불응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 즉 성희롱을 금지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렇기에 교사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업무 관계에서 저지른 성적 언동과 요구 역시 금지 대상에 해당한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그간 '농담 삼아서 했다', '좋은 의도로 했다' 등의 말로 변명되어 온 가해 교사의 언행이 사회적으로 차별이자 가해로 인정되는 근거를 마련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차별금지법이 교육 현장에서 성별뿐만 아니라 연령, 장애, 국적 등 다양한 차별을 금지한다면, 학교 현장에 더 많은 목소리가 들릴 수 있을 것이다. 여학생은 성적 수준, 장애 여부, 경제적 위치 등 각자의 위치에 따라 다양한 차별을 경험한다. 또한 여학생이 겪는 차별은 학내의 장애인, 이주민, 난민, 노동자 등이 겪는 차별과 연결되어 있다. 모두가 평등하지 않으면 누구도 평등하지 않기에, 차별금지법은 학교를 평등하게 만드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차별금지법은 스쿨미투 운동에서 미처 다 제기되지 못한, 학내의 다양한 여성들이 겪는 차별과 폭력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의 말하기가 계속되도록

가해 교사에 대한 최소한의 처벌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을 보며, 여전히 우리 사회에 스쿨미투 고발자들의 목소리가 닿지 않음을 실감한다. 학교에서 부단히 싸우고 있는 페미니스트들을 보며, 이들의 싸움이 덜 외로울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학교의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청소년 페미니스트들의 말하기가 계속될 수 있는 지지 기반이 있어야 한다.

차별금지법은 스쿨미투 고발자들의 말하기를 지지하고 확장하는 도구이자, 더 다양한 차별과 폭력의 경험을 공론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차별이 금지되어야 비로소 스쿨미투가 들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말하기가 계속되도록,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양지혜님은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헌법의 평등이념과 포괄적인 차별금지를 실현하는 인권기본법인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자 실천하는 연대체입니다.

AD

AD

인기기사

  1. 1 법원 "헬기사격 사실"... 밀가루·계란 뒤덮인 전두환 차량
  2. 2 박정희의 전화 "내가 점심 사면 안 되겠심니꺼?"
  3. 3 김대중에게만 남달랐던 전두환, 그럴 수 있었던 이유
  4. 4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이낙연 20.6%, 윤석열 19.8%, 이재명 19.4%... 초접전
  5. 5 법원, '윤석열 사건' 1시간여 만에 심문 종료... 판사사찰 의혹 문건 공방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