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국민의힘 향해 "짝퉁 기본소득 전시장" 우려

활발한 기본소득 논의 환영... “'국민 기본권' 논의로 발전 기대”

등록 2020.10.08 12:40수정 2020.10.0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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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가 7일 오후 시화멀티 테크노밸리(시화MTV)내 거북섬에서 열린 인공서핑시설 웨이브 파크 개장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경기도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최근 정치권의 기본소득 정책 논의와 관련 "금액만 강조한 채 본래 취지를 훼손하며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지 않은지 심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재명 지사는 특히 국민의힘이 새로운 정강·정책 1호에 명시한 '기본소득'에 대해 "자칫 선심성 가짜가 난무하는 '짝퉁 기본소득 전시장'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 7일 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기본소득이 새로운 시대 '국민 기본권'으로 나아가길 희망합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지사는 우선 "중앙과 지방정부를 넘나드는 활발한 기본소득 정책 논의가 시작됐다"며 "김종인 비대위원장님, 안철수 대표님, 오세훈 전 시장님, 조은희 서초구청장님 그리고 기본자산제를 제시한 정의당과 김두관 의원님, 환영하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 지사는 이어 "소모적 정쟁이 아닌 생산적 정책경쟁을 위해서라도, 기본소득 실험들이 다양한 부문에서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이러한 흐름을 계기로 당파를 초월한 협력·경쟁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인류의 새로운 사회경제 보장체계로서 기본소득에 대한 주권자의 현명한 판단을 받도록 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이 지사는 현재 제시되고 있는 기본소득 정책이 본래 취지를 훼손하면서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 지사는 "중위소득 50% 이하, 가구 연 소득 6천만 원 이하 등 제한을 두거나 5대 청년지원정책 통폐합, 기초생활보장제도 7대 급여 일부 폐지 등 취약계층을 위한 기존 복지 제도의 훼손이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기본소득은 시혜가 아닌 주권자의 당당한 권리"라는 것이다.

"선별 지급하는 국민의힘 '기본소득'은 기본소득이 아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8월 20일 경제혁신위원회가 당 기본소득의 방향을 제시했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제시한 '기본소득'은 기본소득의 가장 기본적인 특성인 '보편 지급'이 아니라 '선별 지급'에 방점이 찍혀있었다. 개인별 지급도 아닌 가구별 지급이다. 당 경제혁신위가 발표한 '기본소득안'(이하 혁신위안)을 보면, 지원 대상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대적 빈곤선(중위소득의 50%) 이하 가구다. 중위소득이란 모든 가구를 소득에 따라 줄 세웠을 때 가운데에 위치하는 가구의 소득을 말한다. 현재 중위소득은 1인 가구 기준 월 176만 원으로, 혁신위안은 1인 가구 기준 월 88만 원에 못 미치는 소득을 정부가 메워주는 방식이다.

가령 월 소득이 60만 원인 가구에는 28만 원을 정부가 '기본소득'이라는 이름으로 지원한다. 혁신위는 지원 대상이 328만5,000가구(610만 명)이며 추가로 들어가는 재원은 21조 원이라고 추산했다. 재원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기초연금, 근로장려세제 등 현금복지를 통폐합해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렇게 되면 국민의 11%를 지원할 수 있다고 했다.


기본소득이란 노동 의무나 자산 심사 없이 모든 사회구성원 개인에게 정기적으로 주는 현금을 말한다. 소득을 기준으로 선별하고, 개인이 아닌 가구에게 지급하는 국민의힘 '기본소득안'은 "기본소득으로 부르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았다.

기본소득당은 지난 8월 말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의 기본소득안은 기본소득이 아닐뿐더러, 복지를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며 "기본소득은 보편적인 보장을 강화하자는 아이디어이지, 모든 복지를 해체하고 낮은 수준의 현금만 지급하자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기초생활수급제, 기초연금, 근로장려금, 자녀장려금 등의 현금지원 복지를 모두 합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의 복지를 줄이는 '나쁜 정책'이 된다고 했다.

신지혜 기본소득당 대표도 언론 기고문을 통해 "이(국민의힘) 안은 오히려 현재 복지를 경험하고 있는 국민들을 줄여 국민들의 소득을 줄일 뿐이며, 빈곤 제로가 아니라 심화시킬 것이 뻔하다"며 "중위소득 50% 이하 국민 현금지원은 기본소득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이 지원 대상이라고 밝힌 328만5,000가구(610만 명)는 대한민국 국민 중 11%에 해당할 뿐이다. 신지혜 대표에 따르면, 2020년 6월 기준 기초생활수급자는 203만 명, 2019년 소득 기준 근로·자녀장려금 지급 대상은 586만 가구, 2020년 4월 기준 기초연금 수급자는 549만 명이다. 따라서 국민의힘이 현금지원 복지를 통폐합해서 1인 기준 88만 원의 소득보장을 하면 기존 복지혜택을 박탈당하는 사람이 발생한다. 신 대표는 "무엇보다 2016년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에 해당하는 국민이 19.5%"라며 "국민의힘이 예상하는 11%보다 많다. 제도 시작도 전에 사각지대와 빈곤 심화는 쉽게 예상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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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8일 오후 수원역 11번 출구 앞 팝업무대에서 열린 경기도 청년기본소득 락(樂) 페스티벌에서 청년기본소득 청춘크리에이터, 황대호 · 오지혜 경기도의원 등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경기도

 
이재명, 서초구 '청년 기본소득' 실험에 "바람직해 보인다"

이재명 지사는 "경기도는 지방정부의 제한적 조세권한 등 여러 한계 속에서도 기존 복지체계는 그대로 살리고 확충해 가면서도, 소액이나마 대상자 모두에게 차별 없이 지역화폐로 지급하고 있다"며 국민의힘 '기본소득'과 차별화에 나섰다.

이 지사는 "시한부 지역화폐형 기본소득은 100% 소비와 승수효과에 따른 수요 확충을 통해, 총수요부족으로 침체되는 경제를 되살리고, 세계 최저 수준인 가계소득지원을 늘려 세계 최악 수준의 가계부채와 양극화를 완화하는 1석 2조의 복지적 경제정책으로서 최근 국내뿐 아니라 해외 곳곳에서도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기본소득뿐 아니라, 기본주택, 기본대출 등을 기반으로 국민들의 경제적 기본권 토대를 만들어, 기술혁명과 일자리소멸, 소비절벽에 따른 경제침체로 상징되는 기술혁명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주권자의 편에서 현명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이어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최근 '청년 기본소득' 실험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국내의 기본소득 논의가 현재 꿈만으론 먹고 살기 어려운 청년들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청년기본소득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며 "경기도에서 쉼 없이 실천하고 성공의 길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재명 지사는 지난 9월 17일 국민의힘이 자신의 지역화폐 정책을 비난하자 페이스북을 통해 "내가 희대의 포퓰리스트라면 지역화폐 보다 더 진보적인 기본소득을 제1정책으로 채택한 후 하위 소득자에만 지급하는 짝퉁 기본소득으로 만든 국민의힘은 희대의 사기 집단이다"라고 응수했다.
#이재명 #기본소득 #국민의힘 #기본소득당 #청년기본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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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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