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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력 10월 9일이 '가갸날'에서 '한글날'이 된 이유

아름다운 한글, 품격 있는 댓글 문화 만들기는 어떨까

등록 2020.10.08 19:03수정 2020.10.08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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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가족 단톡방에 '사회생활 이미 만렙 찍은 어린이' 사연이 올라왔다.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조카 진욱이가 '마음을 전해요'라는 숙제를 통해 담임 선생님 마음을 사로잡은 내용이었다. 

진욱이는 누가 가르쳐준 적도 없는데 어릴 때부터 말을 예쁘게 하는 아이였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은 인물의 표지 모델을 뽑는다면 아마도 이 어린이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평소에 말하듯이 쓴 아이의 예쁜 글은 코로나 우울까지 날려버릴 만큼 문자를 읽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초등학교 2학년 아이는 고마운 담임 선생님에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한글로 표현했다. (아이의 요청에 의해 담임 선생님 성함은 모자이크 처리하였습니다) ⓒ 이현민

  
언어는 사고를 담는 그릇이며,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라고 할 만큼 인간에게는 중요한 표현 수단이다. 악플이 난무하는 시대라지만, 여전히 따뜻한 생각과 마음을 한글에 담아 아름다움을 전하는 사람이 세상에는 훨씬 많다. 

게다가 요즘은 한류 열풍으로 인해 한글을 배우는 외국인 또한 늘어나고 있으니 세종대왕님께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인도네시아의 소수민족인 '찌아찌아족'은 기록 수단인 글자가 없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최근 이들은 한글을 공용 문자로 채택해서 사용중이다.

훈민정음,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
 

1990년부터 유네스코에서는 문맹 퇴치 공로상을 '세종대왕 문해상'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각국의 문맹 퇴치사업에 공이 많은 개인이나 단체에 시상하고 있다. ⓒ pixabay

 
10월 9일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訓民正音)'을 창제·반포하는 것을 축하하는 '한글날'이다. 대한민국의 5대 국경일, 공휴일로 지정돼 국기를 게양해야 하는 역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날이다. 한글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창제 이유, 창제 원리, 만든 시기, 사용 방법 등이 기록으로 남아있는 문자로 가치 또한 높게 평가된다.

1990년부터 유네스코에서는 문맹 퇴치 공로상을 '세종대왕 문해상'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각국의 문맹 퇴치사업에 공이 많은 개인이나 단체에 시상하고 있다. 1997년에는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으로 등재됐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그 우수성을 인정받은 과학적인 언어 한글을 기념하는 날이 바로 '한글날'이다.

ㄱ, ㄴ, ㄷ을 일컫는 자음은 소리를 내는 기관의 형상을 본떠 만들었다. ㅏ, ㅑ, ㅓ를 일컫는 모음은 하늘, 땅, 사람을 본떠 만들었다. 모든 발음을 문자로 표현하는 것이 가능한 이 둘의 조합은 그래서 과학적이고 철학적인 글자다.

조선 초기 때만 해도 일반 백성들은 어려운 한자를 거의 배우지 못했다. 글자를 쓰고 읽을 줄 모르니 나라의 중요한 소식이 벽에 붙어도 알 수 없었고, 관청에 억울함을 호소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런 백성의 사정을 딱 하게 여긴 세종대왕은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새로운 문자를 만들기로 한다. 

당시에는 글을 읽을 수 있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로 신분 계급이 나누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기득권 세력들은 백성이 글을 읽고 쓰면서,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머리가 똑똑해져서 깨우치는 만큼, 자기들 마음대로 통제하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런 시대적 상황과 신하들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세종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우매한 백성을 마음대로 쉽게 다스리는 길보다, 자식처럼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르치는 위대한 어버이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어리석은 백성들이 생각을 표현 못 하니, 28자의 글을 만들어 모든 이가 쉽게 익히어 편히 쓰도록 하여라. -훈민정음해례본

훈민정음(訓民正音)의 한자에는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한, 1443년(세종 25년) 세종대왕이 비밀리에 창제한 언문 28자를 뜻한다. 3년간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1446년(세종 28년) 9월, 훈민정음의 해설서인 '훈민정음해례본'을 완성하면서 훈민정음을 반포했다.

양력 10월 9일이 '가갸날'에서 '한글날'이 된 이유

한글날의 시초가 된 것은 '가갸날'이다. 조선어연구회가 훈민정음 반포 8 회갑(480년)이 되는 해인 1926년 처음으로 기념했다. 당시에는 한글이라는 말이 보편화하지 않아서, 한글을 처음 배울 때 '가갸거겨...'라고 하는 데서 유래해 '가갸날'이라고 정했다. 2년 뒤인 1928년부터 '한글날'로 명칭을 변경한다. 

한글이라는 이름은 1910년대 주시경을 중심으로 한국어 연구가들이 가갸글, 언문, 반절 등으로 부르던 훈민정음을 '으뜸가는 글', '하나밖에 없는 글'이라는 뜻으로 부르게 된 데서 비롯됐다. 

1910년 체결된 국권침탈병합(한 나라의 주권을 강압적으로 도적질한 것이므로 결코 '합일합병병합'이라는 단어는 쓰지 않는다) 조약에 따라 대한민국은 통치권을 빼앗기고 일본의 탄압을 받았다. 당연히 우리 고유의 말과 글 역시 탄압의 대상이었다. 일본은 조선교육령을 공포해 조선인 학교의 교육 연한을 단축, 모국어 지위를 박탈했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한글 대신 일본어를 쓰게 함으로써 정신까지 지배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국어학자들은 1921년 12월 3일 조선어연구회를 발족했다. 조선어연구회는 갖은 핍박과 고난 속에서도 한글 보급, 강습, 문맹 퇴치 운동 등 우리의 말과 글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하여 1926년 음력 9월 29일 훈민정음 반포 480주년이 된 해를 기념하며 이날을 '가갸날'로 정했다. 세종실록에 28년 9월 "이달에 훈민정음이 이루어진다"라는 기록을 토대로 9월의 마지막인 음력 9월 29일로 한 것이다.

이후 양력 사용이 보편화하면서 한글날에도 변화가 생긴다. 음력 기준을 양력으로 환산하면서 1931년에는 양력 10월 29로 변경, 1934년에는 양력 9월 28일로 날짜가 변경됐다. 

1940년 경북 안동에서 훈민정음해례본이 발견되면서 또 한 번의 기념일 변화가 생긴다. "11년(1446년) 9월 상한(상순)"에 훈민정음을 반포했다는 기록에 따라 상순의 마지막 날인 음력 9월 10일이 한글날이 된다. 이를 양력으로 바꾸면 10월 9일이 되는데, 오늘날까지 양력 10월 9일이 한글날로 여겨지는 이유다.

지난 1990년부터 2005년까지 공휴일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한글날은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되었다. 산업 발전에 장애가 된다는 경제 단체의 문제 제기로 인해 한글날이 단순한 기념일이 된 것이다. 그러나 한글 관련 단체의 꾸준한 한글날 국경일 운동을 통해 2006년부터 다시 국경일 및 공휴일로 제정되었다. 

아름다운 한글, 품격 있는 댓글 문화 만들기
 

1997년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으로 등재 한글이 이토록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문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백성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했던 세종 대왕의 사랑 덕분이다. ⓒ pixabay

 
세종대왕 하면 바로 애민 정신을 떠올리는 대표적인 이유가 한글 창제에 있다. 한글이 이토록 아름다운 언어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백성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했던 세종 대왕의 사랑 덕분이다. 시력을 잃어가면서까지 백성을 위해 한글을 만들었던 세종이 대왕의 칭호를 받게 된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그 마음을 알기에 그동안 많은 이들이 아름답고 소중한 우리의 말과 글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무려 574년 전에 시작된 사랑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우리는 지금도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문자로 편하게 주고받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한글날에는, 아름다운 한글로 품격 있는 댓글 문화 만들기 운동을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번 기사를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한글날이 단순히 '쉬는 날'이 아닌 우리의 '한글 사용 습관'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악플 대처법 관련 기사 :  '일기는 일기장에 쓰라'는 말에 대처하는 나만의 방법).
덧붙이는 글 이은영 기자 브런치에도 함께 올라갈 예정입니다. https://brunch.co.kr/@yoconis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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