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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무비빔밥은 이렇게 드세요, 세 배는 더 맛있습니다

[할매니얼 가이드] 집밥 메뉴로 추천하는 '열무김치 비빔밥 삼합'

등록 2020.10.14 20:12수정 2020.10.1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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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혜, 흑임자, 순댓국... 이 맛있는 걸 그동안 왜 어르신들만 먹었을까요? 젊은이들이 예스러운 우리 고유의 음식에 푹 빠졌습니다. 이른바 '할매 입맛'을 가진 밀레니얼 세대가 늘어나면서, '할매니얼'(할매+밀레니얼)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날 정도입니다. '할매니얼 가이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맛깔나는 우리 음식, 숨겨진 맛집, 나만 아는 노포 등을 소개하는 기획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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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니얼' 세대들에게 '열무김치 비빔밥 삼합(三合)' 집밥 메뉴를 권하고자 한다. ⓒ pixabay


할매와 밀레니얼 세대에게 추천하는 집밥 메뉴

세상의 문화는 과학의 변화 못지않게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질병의 창궐로 인한 강제적인 변화도 있고 인간의 본성에 의한 인문학적, 정서적 변화도 그렇다. 언어도 날마다 신조어가 탄생할 정도다.

그중 전통음식과 향토음식의 옛 맛을 즐기는 밀레니얼 세대를 지칭하는 '할매니얼'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할매라는 단어가 이제 촌스러운 경상도 사투리의 느낌을 벗어나 전 세대와 모든 지역에서 통용된다니 경상도에 사는 사람으로서는 반갑기도 하다.

우리 집에도 밀레니얼 세대인 두 딸이 있다. 큰딸은 서구식이나 퓨전 음식을 좋아하고 작은딸은 전통음식을 좋아하니 따지자면 작은딸이 '할매니얼'인 셈이다. 작은딸은 평소에도 나와 함께 돼지국밥이나 순대국밥이 맛있다는 식당을 찾아가기도 하고 족발을 배달 시켜 먹기도 한다.

요즘에는 특히 코로나 19 때문에 집집마다 배달음식과 집밥을 먹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시골의 어르신들도 이젠 '테이크 아웃'이라는 용어를 다 알 정도다. 이번 추석 연휴 때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조차 '테이크 아웃' 음식만 팔았다고 하니 비대면 활동이 미치지 않는 영역이 없을 정도다. 빨리 백신과 치료 약이 개발되고 공급되어 서로 웃고 떠들고 부대끼며 살아가는 왁자지껄한 삶으로 되돌아가고 싶다.

이렇게 초유의 위기 상황인 코로나19 사태를 지혜롭게 극복하기 위해서 나는 이 글에서 '할매니얼' 세대들에게 '열무김치 비빔밥 삼합(三合)' 집밥 메뉴를 권하고자 한다. 민망하게도 모두 아내와 지인이 만들어준 음식을 맛본 것인데, 아래 소개하는 레시피도 그들의 비법을 옮겨 적은 것이다. 너그러운 양해를 바란다. 

첫째는 열무김치... 국물과 건더기의 적절한 배합과 융합
 

열무김치 갓 담은 열무김치를 서늘한 곳에 하루 정도를 두면 시큼한 냄새가 나고 거품이 일기 시작한다. 그때부터는 냉장고에 보관한다. ⓒ 이승열

 
이름하여 '열무김치 비빔밥 삼합'의 베이스는 당연히 열무김치다. 아내는 열무김치 박사다. 아래 내용은 모두 아내에게서 들은 것이다. 열무는 어린 무, 여린 무에서 유래된 배춧과 식물인데 이 글에서는 그 열무로 만든 국물김치에 한한다.

나는 열무 비빔밥을 며칠 계속해서 먹어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좋아한다. 여름에는 간혹 열무 냉면도 만들어 먹는다. 먹을 때마다 김치통이 점점 가벼워지는 걸 아쉬워할 정도로 열무를 사랑하는 애호가다.

사람은 먹어야 한다. 그것도 한두 번 먹어서 되는 게 아니라 목숨이 있는 한 먹어야 한다. 어떤 때는 시간에 맞춰 끼니를 때워야 하는 비루함과 비애를 느끼지만, 배가 고파지면 그런 고상한 상념은 온데간데없어진다.

퓨전 음식이든 전통음식이든 간에 허기가 지면 맛있고 배가 부르면 애착이 없어지게 마련이지만, 유독 열무김치는 식욕 여부와 관계없이 함부로 내치지 않는다. 단, 아내가 만든 열무김치에 한해서 그렇다. 이런 연유로 '할매니얼' 세대도 분명히 좋아할 열무김치를 만들 수 있는 아내의 레시피를 공개한다.

국물이 있는 음식은 국물과 건더기의 경계가 명확해야 한다. 국물에 자신의 모든 걸 다 내준 건더기는 퍼진 풀떡처럼 식감이 없어서 볼품이 없어지고, 반대로 건더기의 양분을 받지 못한 국물은 맹탕이라서 비루하고 배만 부르게 한다. 물론 건더기와 국물의 적절한 배합과 융합을 말로는 다 이야기할 수 없다. 만드는 이의 육감과 정성, 경험과 지혜가 들어가야 제대로 된 음식을 만든다고 아내는 일러 주었다.

열무는 원래 늦봄부터 여름까지 주로 나는 채소이지만 요즘에는 온실재배로 연중 생산되니 열무김치도 사철 음식이다. 햇볕과 바람을 맞고 자란 노지 열무는 튼실하고 야무져서 향기나 식감이 뛰어나지만 질긴 단점이 있고, 온실 열무는 부드럽고 순하나 향기가 약해서 성에 안 찰 수가 있다.

바쁜 아내에게 통 사정을 하여 만드는 방법을 알아보니 아래와 같았다. 단, 집안의 가풍과 기호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고 덧붙였다.

일단 열무 두 단을 산 후, 적당한 크기로 잘라 소금에 절이는데 염분이 높으면 2시간 정도, 덜 짜게 절이면 3시간 정도가 적당하다. 이 과정이 맞아야 사각거리면서도 간도 맞는 열무김치가 되는 첫 관문을 통과하게 되는 것이다. 너무 오래 절이면 삶은 김장김치 모양 청량미가 없고, 너무 덜 절이면 채소에 물 말아 먹는 듯하여 서글퍼지니 특히 신경 써야 한다.

한편, 열무가 절여지는 동안, 여러 양념 채소를 준비해야 한다. 당근 큰 것 두 개, 아주 매운 고추 20개, 마늘 두어 움큼, 양파 큰 것 세 개를 적당히 잘라 두고 한쪽에서는 찹쌀 두 숟가락을 물에 잘 풀어 끓인 후 식혀 둔다.

'찹쌀의 역할이 뭐냐'고 아내에게 물었더니 더 시원적인 본래의 맛을 낸다고 했는데 그 맛이 무언지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아마 아내도 화학적인 작용까지는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이럴 때는 좋은 맛을 내는 모양이라고 넘어가는 게 상책이다. 

다음은 물기를 뺀 열무를 식힌 국물에 담그는데, 맨 밑에 양념 채소를 놓고 그 위에 절인 열무를 얹은 후 찹쌀 물을 부어야 제대로 발효시킬 수 있다. 그것을 시원한 곳에 한 이틀 정도 두면 반쯤 삭게 되는데 그 후 소금으로 마지막 간을 맞춘 후 냉장고에 보관하며 먹으면 된다.

반쯤 삭은 상태를 잘 판단하는 비결이 궁금해서 물었더니 "반쯤 삭은 냄새를 잘 알아야 한다"란다. 발효 거품이 조금 보이면서 시큼한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이 열무김치에 밥과 고추장을 넣어 비비면 그것이 바로 '열무김치 비빔밥'이다.

둘째는 된장찌개... 1년을 묵힌 전통식 된장이 핵심
 

오래된 된장이라고 전부 맛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정성과 노력이 더해진 된장은 갓 담아도 맛있다. 단 8년 정도가 지나면 딱딱해져서 맛이 떨어진다. ⓒ 배대순

 
삼합의 두 번째는 된장찌개다. 유일하게 내가 만들 수 있는 찌개 종류인데, 된장에 거제산 큰 멸치와 감자, 파, 고추 등을 넣어서 끓이면 끝이다. 결국, 된장이 맛의 핵심인 셈이다.

나는 사천에서 전통 발효식품을 만드는 지인으로부터 된장을 얻어먹는다. 이 글을 쓰기 위해서 제조 과정을 묻다 보니 그동안 얻어먹은 일은 염치가 없었다는 사실도 알았다.

식품영양학을 전공했고 지금도 교육기관에서 학교급식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그녀는 녹비작물과 볏짚을 넣어 미생물의 활동이 활발한 토양에서 키운 콩으로만 메주를 만든다. 물론 일체의 제초제를 치지 않고 무농약으로 재배하는 과정을 곁에서 볼 수 있는 지인으로부터만 구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그 과정을 살펴보니 전통 음식에 대한 존중과 애정이 없으면 불가능할 정도로 엄숙하면서도 지루할 정도로 길었다.

일단 콩을 8시간 정도 불린 후 가마솥에서 밤새 익히는데, 화기는 반드시 장작불로 한다. 불의 강약, 즉 센 불과 잔불의 조화가 콩을 제대로 익게 만들며 콩의 깊숙한 곳까지 화기가 미쳐 콩을 포근하게 익게 만든다.

또한, 콩물이 넘치면 영양분과 맛이 빠지기 때문에 밤새워 지켜보아야 하고 솥뚜껑은 반드시 조금 열어두어서 산소와 콩 성분의 적절한 화학 작용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날 아침에 잘 익은 콩을 포대에 넣어 밟은 후 메주로 만든 후 볏짚 위에서 표면이 까칠할 정도까지 하루를 말린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첫얼음이 얼기 전에 해야 한다.

그 후, 메주는 약 3개월을 매단 채 건조 시킨 후 된장을 담그는데, 1월에 담그는 작업은 '정월장', 2월에 담그면 '2월장'으로 부른다. 보통 '2월장'에는 '정월장'보다 소금을 조금 더 넣는다.

살균을 위해서 맨 위에 연잎을 덮은 후 1년을 묵히면 비로소 전통식 된장이 탄생하는데 이토록 힘든 과정을 거친 된장이라야 비로소 나처럼 조리의 무뢰한도 맛있는 된장찌개를 끓이게 하는 명품 된장이 된다.

셋째는 생선구이... 비싼 생선보다 고등어나 메가리  

마지막 메뉴는 거제의 청정 바다에서 쉽게 잡히는 잡어구이이다. 거제도에 오래 살다 보면 바닷일을 하는 지인들이 많이 생기게 마련인데 멸치 어망에 딸려 오는 메가리(어린 전갱이의 방언)나 고등어가 많은 날에는 한 대야씩 나눠준다.

이 생선은 비록 고가의 돔 종류는 아니지만, 신선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므로 곧바로 소금에 절여 두세 마리씩 팩에 넣어 냉동해 두었다가 열무 비빔밥을 먹을 때 생선구이로 먹는다. 제주도 혹돔이나 조기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잘 어울린다. 아마도 그들이 먹은 바다의 해초 냄새가 덜 빠진 탓일 것이다. 

물론 갯가에 살지 않는 사람은 재래시장에서 잡어를 구입하면 되지만 너무 고급 생선을 장만하면 열무 비빔밥과 된장찌개와의 궁합이 맞지 않을 수 있으니 그냥 싼 구이용 생선을 권한다. 단, 어종보다는 신선함을 먼저 챙겨보아야 하는 것이 요령이다. 이것은 수십 년 동안 갯가에서 이것저것을 먹으면서 얻은 경험칙이니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한식은 제철 식재료를 사용한 절기 음식이다. 가을에는 이 삼합에 단풍이 든 깻잎장아찌나 콩잎장아찌를 곁들이면 한 수 위의 식단이 된다. 비타민A와 비타민C뿐만 아니라 항암효과가 뛰어난 식물 화합물인 '파이톨' 성분이 가장 높은 가을철 깻잎과 콩잎은 활동량이 많은 밀레니얼 세대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열무 비빔밥 삼합은 세 가지 요리로도 충분히 영양분을 고루 섭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로컬푸드의 신선함을 통째로 섭취할 수 있다. 또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는 더 이상 미룰 수도, 모른 체할 수도 없는 위기 단계에 이르렀다. 한 끼 식사에 13찬이니 15찬이니 하며 자랑하고 자족하는 한식 문화도 이제는 과감하게 바뀌어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열무 비빔밥 삼합'은 친환경적이어서 더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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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월에 퇴직한 후 백수이나, 아내의 무급보좌관역을 자청하여 껌딱지처럼 붙어 다님. 가끔 밴드나 페이스북에 일상적인 글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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