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호두 종주국 되는 게 꿈입니다"

국내 호두나무 재배와 품종 계발에 도전하는 김성국씨 이야기

등록 2020.10.12 13:51수정 2020.10.12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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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상이 온통 호두나무인 사람을 만났다. 그는 세상의 처음과 끝이 호두나무인 사람이었다. 충남 부여군으로 7년 전에 귀농한 김성국(54)씨는 호두나무 신품종 생산과 재배법에 일찌감치 눈을 떴다.
 
우리가 무심코 먹는 농산물 중에 우리나라에서 자급률이 1% 밖에 안 되는 농산물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거의 미국산과 중국산을 먹고 있으면서도 다른 농산물에 비해서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것이 호두이다. 고속도로 휴게소 간식의 대명사 격인 호두과자를 즐겨 먹으면서도 그 호두가 국산인지 아닌지 궁금해 하는 사람도 별로 없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즐겨 먹는 먹 거리 속에는 호두가 들어간 음식이 많지만 국산 호두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루 한줌의 견과류 섭취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지만 그 견과류의 대부분이 국내산 농산물이 아니라는 것은 모르고 있다.
코로나19 속에서 먹 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능성 농산물에 대한 수요도 늘게 되었다.
 

김성국 씨가 계발한 호두나무의 열매 껍질이 얇고 손으로 비틀어서 까서 알맹이를 먹을 수 있는 호두 열매 ⓒ 오창경


 
호두는 항산화 식품으로 노화방지는 물론 DHA와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하여 두뇌 발달에 효과가 있다. 기억력 증진과 치매 예방, 폐 기능 향상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0세 시대 뇌 건강을 위해서도 먹어야 하는 식품이다.

호두가 국내 자급률이 높았더라면 정월 대보름에 부럼으로 깨먹는 1회성 건강식이 아니라 식탁 위에 놓고 매일 챙겨먹는 건강식품으로 대중화 되었을 것이다.

호두는 국토의 대부분이 산지인 우리나라의 지형과 토양, 기후에 적합하지만 결실까지 10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농민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작물이었다. 농업도 자금 회전이 빠른 작물이 인기가 있기 마련이다. 호두는 결실 기간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고 수형이 높기 때문에 열매를 수확하기가 어려웠다.

장점보다 단점이 많은 작물이라 농민들이 쉽게 접근하지 않았다. 결실이 늦고 껍질을 까기 어려운 단점을 극복한다면 호두의 국내 소비를 장악하기까지는 시간 문제였다. 호두의 기능성과 인지도는 이미 충분히 소비자들에게 인식이 되어 있는 상태이다. 국내산 호두의 시장성은 충분했다. 호두는 국산 농산물계의 블루오션인 작물이다.

김성국씨는 호두의 이런 시장성을 간파하고 충남 부여로 귀농을 하면서 호두의 품종 개량과 재배법 보급에 뛰어들었다. 호두의 원산지인 중국과 터키, 우즈베키스탄 등지를 다니며 호두나무 재배법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호두의 원산지인 중국을 내 집 드나들 듯이 다니면서 호두나무의 단점을 극복한 신품종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다. 처음에는 일찍 결실을 맺으면서도 키가 크지 않은 호두나무 품종을 도입하게 되었다.

호두나무의 안정적인 수급과 중국 묘목업자들의 횡포에 맞서기 위해 그는 직접 호두나무의 묘목재배와 육종에 뛰어들었다. 그는 중국의 전통 호두 재배법에 관한 책을 구입해서 직접 번역을 하며 연구와 실험 재배를 거듭했다.

국내에는 호두나무 재배에 관한 전문 서적도 없었고 제대로 된 논문 한편도 없었다. 그는 호두에 관한 한 국내 최초의 권위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수 년 동안 호두와 미쳐서 살면서 <호두 왕국>이라는 책도 출판했다. 우리나라 기후와 토양에 맞는 '열린', '풍요'라고 이름을 지은 호두나무를 육종해 품종 등록도 마쳤다.

그가 계발해낸 신품종 호두나무 '열린'은 밀식 재배가 가능하고 식재한 다음 해부터 열매가 열릴 뿐만 아니라 병충해에 강한 것이 특징이다. 호두의 외피를 벗겨내기도 쉬울 뿐만 아니라 생수병 뚜껑을 돌려서 따듯이 호두의 껍질이 벗겨져서 속살을 꺼내서 먹기도 쉽다. 호두나무의 단점을 거의 극복했다고 할 수 있다.

"호두는 저장성도 우수하고 세계적인 수요가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과잉생산을 해도 수출로 활로를 찾을 수 있어요. 우리나라가 호두의 종주국이 되어서 세계 호두 시장을 재패할 꿈을 가지고 호두나무를 심고 있어요."

그는 그동안 호두나무에 빠져 살면서 쌓은 노하우를 호두 재배에 관심이 있는 농민들에게 아낌없이 전수하는 교육도 하고 있다. 농촌 인구의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인해 농업의 미래는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21세기에도 농업만큼은 대부분의 공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서 인건비 상승에 대한 대안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호두 재배에 대한 교육 농업학교 학생들에게 호두나무 재배법에 대한 실습을 시키는 김 성국 씨 ⓒ 오창경


 
미래 농업은 규모화, 조직화, 분업화 등의 경영 마인드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그는 호두나무 묘목을 파는 업자가 아니라 호두나무를 발판으로 미래 농업과 국산 농업의 세계화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의 농원에서는 호두나무를 식재할 때 재배와 수확기에 기계화가 가능하도록 토지부터 설계한다고 한다. 미래 농업은 생산과 수요 등을 예측해서 유통할 수 있는 인공지능 시스템까지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호두나무의 품종을 개량하고 재배 면적을 확대해 나가서 호두의 국산화는 물론 세계적인 농업회사로 키우기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

그는 오늘도 호두나무 재배에 관한 기록이 한 줄이라도 나와 있는 중국 원전을 찾아서 번역하고 연구하면서 호두가 밤처럼 대중화된 국산 견과류 시장에서 지존으로 거듭날 미래 농업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김성국 씨의 신품종 호두나무 기존의 호두나무와는 다른 방식으로 재배되고 있는 호두나무들 ⓒ 오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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