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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쑥날쑥 수수료... "배민 장난질에 놀아난다 싶죠"

[나는 배달노동자 ②-2] '배민라이더스' 배달노동자 이병환

등록 2020.10.18 15:01수정 2020.10.1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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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유니온 인터뷰 기획 '나는 배달노동자'는 인권재단사람 정기공모사업 '2020 인권프로젝트-온'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구술작가 2명이 10대~50대 라이더 5명을 인터뷰해 정리한 글을 정기적으로 연재할 예정입니다.[편집자말]
(* 이병환씨 이야기 1편에서 이어집니다.)
[이전 기사] 
33살 꽃게잡이 배를 탔다, 같이 탔던 선원이 죽었다 

빗길에 미끄러진 날

배달대행라이더로서 특출난 능력을 발휘한 이병환에게도 3년쯤 되었을 때 큰 사고가 찾아왔다. 심각한 부상이었다.

"안 다쳤어도 될 상황이었죠. 그때가 장마철이었어요. 국지성으로 비 오다가 해 뜨다가 이런 날씨였는데, 제가 이미 오더를 많이 받은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회사에서 안 빠지는 콜이 있다고 강제배차를 3개나 넣더라고요. 제가 가던 동선과 영 반대 방향으로 3개를 넣은 거예요.

급하게 서두르다 보니까 빗길에서 탁 돌다가 미끄러졌어요. 세게는 안 미끄러졌는데 다리가 오토바이 밑에 깔렸어요. 그때는 단순 타박상인가 보다 하고 말았는데 다음 날 집에서 보니까 다친 다리가 새까매져 있더라고요. 외상은 하나도 없었어요. 근데 너무 아팠죠. 병원에 갔더니 안에서 근육들이 파열돼서 고름이 찼대요."


일할 수 없을 만큼 아팠다. 그러나 일을 쉴 수는 없었다.

배달대행라이더와 같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도 2012년 5월부터 산재보험의 대상이다. 특례업종으로 지정되어 사업주와 노동자가 절반씩 보험료를 부담한다. 4일 이상 치료가 필요하면 치료비를 받고, 치료받느라 일하지 못하는 날 수만큼 휴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배달대행라이더는 최저임금에 맞춰 지급한다.

2018년도에 이병환이 한 달 휴업급여로 받을 수 있는 돈은 157만 원 정도였다.

"세 식구가 서울에서 그 돈으로 어떻게 살아요."

평상시 수입의 절반도 안 되는 돈이었다. 당시 3인 가구 최저생계비가 220만 원이었다. 아이는 부쩍 자라 초등학생이었다.

"아침에 출근할 때 병원 가서 커다란 주삿바늘로 고름을 빼요. 붕대 감고는 살살 일하는 거죠. 아픈데 참아야죠. 어떡해요. 엘리베이터 없는 데는 못 가니까 손님한테 전화해서 양해 구하고 내려와서 가져가 달라고 했어요. 내려오시는 분도 있고 화내는 사람도 있죠. 화내면 내가 그냥 올라가요. 절뚝절뚝. 그러다 너무 못 참겠으면 골목에 앉아 있다가 얼음찜질도 해보고. 정 안되면 사무실 1층 휴게실에 잠깐 앉아 있다가, 또 눈치 보이면 나가서 한두 개 하다가.

두 달을 그러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한 달을 쉬었어요. 그냥 휴업급여 받고 쉬자. 어차피 애써서 일해봐도 그 돈이 그 돈인 거야. 빨리 완쾌하고 일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병가를 내려고 했더니 회사에서는 2주 이상 장기 병가면 계약 해지하고 나중에 재입직하라는 거예요."


일하다 다친 거였다. 그것도 회사에서 처리하기 골치 아픈 배달 건을 억지로 넣은 것이었다. 이병환은 깊은 배신감을 느꼈다.

"못 하겠다고 했죠. 쉬다가 2주 되기 전에, 12일이나 13일쯤 되면 출근 한 번 했어요. 그리고 다시 쉬고. 계약해지 안 당하려고."

믿음의 대가

억울했다. 생각할수록 억울함이 커졌다.

"처음에 배민은 달랐어요. 라이더를 굉장히 신경 써줬어요. 아침에 출근하면 사무실에서 전체조회를 해요. 위층에 휴게실이 있었거든요. 컵라면, 물, 음료 같은 게 항상 비치돼 있어요. 침대도 몇 개 있었어요, 출출하거나 피곤하면 일하다 들어와서 쉬라고. 절대 힘들게 일하지 마라, 위험하니까.

처음에 기본적인 계약서는 있었지만, 향후 어떻게 해주겠다는 약속 같은 건 그냥 말만 믿고 기다렸어요. 인간관계가 이미 생겨 있었으니까. 겨울에 라이더가 부족해서 콜이 안 빠진다고 하길래 새벽에 보라매 집에서 자다가 강남까지 일하러 달려간 적도 있어요. 그렇게 배민에 충성하다시피 했어요. 그런 라이더의 마음을 이용한 거야! 그게 화나는 거예요."


라이더에게 지원되던 간식과 음료, 휴게실이 어느 날부터 싹 사라졌다. 라이더의 관제실 출입도 금지됐다. 그것은 '관계'가 변했다는 신호였다.

"참고 기다리면 더 좋아진다니까, 참고 기다렸어요. 그랬더니 배민이 덩치가 커지고 나서는 라이더들에게 약속한 게 하나도 이행이 안 되는 거예요. 오히려 이제는 싫으면 나가라는 식이에요.

하물며 오토바이도 문제가 됐어요. 초반에는 배민에서 무료로 지급해서 일했잖아요. 렌트비가 없었어요. 외국에 직원이 직접 가서 최대한 안전하고 좋은 오토바이로 대량으로 들여왔거든요. 그걸 싸구려 오토바이로 다 바꿔버렸어요. 가다가 오토바이가 서요. 새차가 그랬다니까요. 지금 돌아다니는 민트색 오토바이들이. 길에서 섰는데 누가 들이받으면 죽어요. 그걸 렌트비를 받았어요. 매달 35만 원이면 1년이면 420만 원이에요."


배민라이더스는 초기 '감성 배송 서비스'를 강조했다. 월급제로 라이더를 직고용하고, 안정적이고 인간적인 노동환경을 조성해 배송서비스의 질을 높인다 - 그것이 우아한청년들이 내민 차별화 전략이었다. 시간이 흐르며 이상 기류가 조금씩 흘렀어도 배민은 여전히 '다른 곳보다는 나은 곳'이었다. 그러나 2019년 여름, 인내심으로 버텨온 라이더들에게서도 파열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 일을 시작한 건 시간이 자유로운 일이라는 이유도 컸어요. 어린 애를 케어해야 됐으니까. 그런데 배민이 갑자기 일하는 시간을 자기들 맘대로 하루 12시간으로 딱 정해놓고, 점심시간 1시간 이외에는 이탈하거나 지각하거나 결근하면 페널티를 먹여 버리는 거예요. 반복되면 계약해지 당하니까 힘들어도 어거지로 나가서 정해진 시간을 채워야 돼요."

앱을 켜는 시각이 단 1분만 늦어도 벌금이 붙었다. 앱을 켜고 2~3건만 수행하고 끝내면 무단결근이었다. 지각, 조퇴, 결근, 모두가 이상한 말이었다. 우아한청년들은 라이더들을 '노동자'가 아니라 위탁계약서를 쓰는 '개인사업자'라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병환은 더 이상 참지 않기로 했다. 이용당한다는 생각이 든 채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혼자라도 싸워보려고 변호사 사무실도 돌아다녀 보고 그랬어요. 어떤 변호사를 만났는데, 내가 노동자로 분류가 된다는 거예요. 퇴직금도 신청할 수 있다고. 혼자서 이것저것 자료준비 하고 있다가 라이더유니온을 알게 된 거예요. 라이더유니온이 '요기요 사건'을 만들었을 때 그 기사를 제가 본 거죠. 나도 라이더유니온 가입하겠다 하고, 그때부터 배민이랑 계속 싸운 거죠."

흔들리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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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환 조합원. ⓒ 라이더유니온

 
이병환이 말하는 '요기요 사건'이란, 2019년 8월 라이더유니온이 배달노동자 5인과 함께 '요기요플러스'를 고용노동청에 진정한 일이다. 같은 해 11월 6일, 라이더유니온은 기자회견을 통해 요기요플러스 라이더 5인의 근로자성이 고용노동청으로부터 인정받았다는 사실을 알렸다. 우아한청년들은 이 기자회견 이후 페널티 제도를 폐지했다.

배달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요구하라는 목소리가 커지자, 화들짝 놀란 플랫폼사들은 기민한 대응에 들어갔다. 겉으로 드러나는 지휘·감독의 흔적을 지우려고 애썼다. 배민라이더스는 라이더들에게 지시를 내리던 단체 라인방을 삭제했다. 3개월마다 갱신하던 계약도 갑자기 1개월 단위 갱신으로 바꿔버렸다. 마치 노동조합 활동하면 이런 '페널티'가 올 뿐이라고 말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임금 역시 널을 뛰었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플러스가 합병 전인 2019년 9월 배민라이더스는 최소 배달료를 6천 원으로 제시했다. 라이더를 대대적으로 모으기 위해서였다. 11월 6일부터 배달료는 4천 5백 원으로 바뀌었고, 12월 4일부터는 기본배달료 3천 원에 추가 금액을 5백 원부터 2천 원까지 매일매일 다르게 지급했다. 합병 후인 올해 2월 1일부터는 배달료를 3천 원으로 줄였다. 올여름 코로나19와 장마로 배달량이 늘자 배민라이더스는 다시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제공했다.

"가령, 오늘은 10시에서 1시까지 기본요금에 1천 원을 더 주겠다고 해요. 이런 공지가 느닷없이 뜨는 거예요. 그러다가 라이더들이 많이 나오고 콜이 잘 빠지면 없애요. 일하는 사람이 너무 빠져버리면 2천원씩 더 줄 때가 있어요. 갑자기. 번개팅하는 것도 아니고. 30분 동안 2천 원 줄 때 있고, 1시간 동안 2천 원 줄 때 있어요. 그러면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그 시간에 미친 듯이 타는 거죠. 돈 욕심이 나잖아요, 사람이. 잠 안 자고 일하고 싶을 정도예요. 아파도 하는 거예요. 평소에 10킬로 탈 거 막 20킬로, 30킬로 더 다니게 되고. 더 과감하게 되고."

빈번한 노동조건의 변화는 플랫폼이 다양한 실험을 통해 데이터를 구축해가는 과정이다. 동시에 노동자를 통제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프로모션은 주문이 집중되는 시간에 라이더를 모으는 수단이었다. 플랫폼이 의도한 대로 이병환은 열심히 달렸다. 그런데 플랫폼의 실험과 통제에 고려되지 않는 변수가 있었다. 바로 노동자가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오늘은 프로모션을 줘가지고 5천 원을 받고 갔어요. 근데 다음 날 같은 곳인데 3천 원에 가야 되잖아요. 그러면 자괴감이 드는 거예요. 너무 차이가 크잖아요. 거의 1.5배인데. 똑같은 시간 똑같이 일했는데 수입이 반 가까이 줄어버린 거예요.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의욕도 갑자기 사라져버릴 때가 있어요.

화가 나고, 무기력해지고, 모든 게 복합적으로 와요. 얘네들 돈 장난질에 내가 놀아나고 있다, 그런 생각까지 들 정도로. 생각이 더 깊게 가면 '내가 왜 이렇게 살았을까?' 이런 말까지 하게 되는 거예요. 후회를 하게 돼요. 내가 나쁘게 산 것도 아닌데."


이병환은 묻고 싶었다. 돈을 준다고 삶을 모욕할 권리가 있는지를. 자괴감보다 무서운 건 불안이었다. 자괴감이 가끔 찾아와 뒤통수를 후려친다면, 불안은 늘 함께였다. 숨통을 부여잡고는, 조금씩 조였다.

"라이더 월급이 600만 원이라고 선전하잖아요. 보통 한 콜당 3500원 잡고 20일 근무를 한다고 치면, 매일같이 30만 원 이상 찍어야 그 금액이 나와요. 매일 그렇게 찍는 건 힘들어요. 뭐 어느 날은 운도 좋고 컨디션이 좋아 찍을 수 있겠지. 근데 오더가 계속 폭발적인 것도 아니고, 변수가 많아요. 한 달에 어떤 땐 200 벌 때가 있고, 어떤 땐 500~600 넘어갈 때가 있고, 수입 폭이 커요.

그러다가 한 달 무슨 일 생겨서 쉬어버리면 완전히 바닥 쳐버리고. 꾸준하게 미래 계획을 세워보려고 해도 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쉬지 않고 일할 수밖에 없어요. 피곤해 죽겠어서 내일 쉬고 싶어도, 다음 날 눈 떠지면 또 나가게 돼요. 잘 되는 날 최대한 벌어야 해요. 내일을 모르니까. 내일은 오더가 많이 있을지, 회사가 프로모션을 줄지 안 줄지, 모르는 거예요."


(이병환씨 이야기 3편으로 이어집니다)
[다음 기사] 
"'배민'에게 라이더는 소모품에 불과... 방법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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