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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코로나 방역' 수능 책상 가림막 설치, 과연 최선일까

교육부, 수험생 안전 위해 설치 준비... '좁은 책상에 가림막 설치 시험에 지장' 반대 움직임도

등록 2020.10.13 14:42수정 2020.10.13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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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최근 수능을 준비하는 수험생들 사이에서 논란이 있는 '침방울(비말) 차단 책상용 가림막(칸막이) 설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부총리는 "수능생들이 수능 시험 당일만이 아니라 그 이후에도 계속 대학별 전형도 있기 때문에 수험생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며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여 수험생들이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사전에 대응책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감염병이 전파될 수 있는 경로 중 하나인 '비말(침방울)' 차단을 위해 '책상용 가림막'을 설치하는 것은 '신종 인플루엔자' 유행 당시 시행되었던 2010학년도 수능(2009년 시행)은 물론이고,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시행되었던 각종 채용 시험, 국가고시, 어학시험 그리고 수능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문제 유형 등에 적응하기 위하여 응시하는 수능 모의평가와 교육청 학력평가 등에도 없었던 강화된 시험장 방역 조치이다.

가림막 설치가 논란이 되는 이유
 

시·도 교육청이 '나라장터'에 공고한 책상용 가림막 예시 사진 ⓒ 교육청, 교육부



그렇다면, 수험생들 사이에서 시험장 책상에 가림막 설치를 두고 논란이 생기는 이유가 무엇일까?

수능 시험(고사)장으로 활용되는 고등학교 교실 책상 상판 크기(640×450㎜)가 수능 시험지(2단 접지, 272×394㎜)와 비슷하거나 조금 작아서 매년 수능마다 "시험지가 책상 밖으로 튀어나온다", "책상 크기가 좁아서 필기도구 등 소지품이 책상 밖으로 떨어진다"와 같은 수험생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그 좁은 책상 위에 가림막까지 설치가 될 경우 시험지를 올려놓을 공간이 예년보다 부족해진다는 우려다.

물론, 가림막 하단부에 시험지를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있지만 시험지가 접힌 상태에서만 활용할 수 있고, 펼친 상태로 문제를 풀게 된다면 책상 활용 공간이 더욱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2020학년도 수능 국어 영역 시험지 중 일부 ⓒ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접힌 상태에서 문제를 풀게 되면 수험생들이 가장 불편을 겪게 될 시간은 1교시 '국어 영역'이다.


독해력을 측정하는 문항들이 많은 국어 영역에서는 왼쪽 페이지의 긴 글(지문)을 읽고 오른쪽 페이지의 관련 문제를 풀어내야 하는데, 접힌 상태로 풀게 되면 시험지를 뒤집어가면서 풀어야 한다. 평소 시험지를 펼쳐서 푸는 것에 익숙한 수험생은 수능 당일 처음 겪는 상황에 당황할 수도 있다.
 

4교시 수능 답안지 ⓒ KBS뉴스 캡쳐



또한, 4교시 '한국사/탐구 영역'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지난해 수능에서 A양이 '탐구 영역' 시험 시간에 답안지(OMR 카드)를 마킹하다가 실수로 '한국사 영역'의 답안을 수정하여 부정행위로 처리된 사례가 있었는데, A양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책상이 좁기 때문에 시험지가 답안지를 가려서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한국사 영역의 답안을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2022학년도 수능부터는 한국사와 탐구 영역의 답안지가 분리되지만, 올해 시행되는 수능까지는 이전과 동일한 답안지가 제공되어 의도하지 않게 부정행위를 할 가능성이 높다.

가림막은 양면테이프로 책상에 부착될 예정인데, 접착력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입시 커뮤니티에서도 "영어 영역 듣기평가가 진행 중일 때는 비행기 이·착륙도 제한될 정도로 소음에 대해 민감한데, 책상 가림막이 떨어지면 소음에 대한 민원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조달청 '나라장터'에 서울시교육청이 공고한 내용에 따르면 '수능 시험장 가림막 설치'로 서울시에서만 20억 안팎(추정치)의 예산이 들어간다.

'수능시험날 책상앞 가림막 설치 반대' 청원도 등장 
 

청와대 국민청원 '책상앞 가림막 설치 반대' ⓒ 청와대


교육부는 수험생의 건강과 안전이 우선이라며 설치를 강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수험생과 학부모는 이러한 교육부의 방역 대책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13일 오전 11시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수능 당일 책상용 가림막 설치 반대' 게시글에 8000명 이상 동의했다.

그러나 교육부 차관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가림막 설치를 철회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가림막 설치를 피할 수 없다면,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 점심시간에만 설치해달라"는 요구를 계속 올리고 있다.
 

'수능 가림막'을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 화면 ⓒ 네이버쇼핑



한편, 주요 포털사이트에 '수능 칸막이' 또는 '수능 가림막'을 검색하면 아크릴판을 제작·납품하는 업체에서 교육부의 규격에 맞춰 제작된 '수능 시험장 책상용 가림막'을 개인 또는 단체에게 판매하고 있다.

일부 대형학원과 기숙학원에서도 수강생들이 수능 시험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문제 풀이를 연습해 볼 수 있도록 '수능 가림막'을 설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수험생들은 "가림막을 직접 구입하려고 하니 가격 부담도 있고, 수능 이후에는 활용하기 어렵다며 책상 앞에 장애물을 설치하고 연습하겠다"는 의견과 "사소한 것도 영향을 받는 수능에 적응하기 위해서 학교 책상과 의자 그리고 칸막이까지 구입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올해 수능을 보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학사 일정의 파행, 대입 전형과 일정의 변화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졸업생(N수생)들은 수도권 학원의 집합금지 등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상황에서 12월 3일 수능 날까지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답답함과 '수능 가림막'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 상황이다.
 
#수능 #대학수학능력시험 #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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