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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여행 간 외교부 장관 배우자, 비행기 그림 그리는 아이

[그림책일기 33] 이일병 교수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이유가 있어요', '불만이 있어요'

등록 2020.10.16 09:04수정 2020.10.1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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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배우자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가 요트여행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갑론을박 논란이 뜨겁다. 공직자 가족의 책임은 어디까지며 이에 대해 강 장관이 책임을 져야 하는지 아닌지는 관점에 따라 의견이 다르다. 이와 달리 공직자의 배우자로서 자신의 행동이 배우자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지 않은 배려없는 행동이었다는 데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 교수의 출국은 공직자 배우자가 아니어도 국민들에게 박탈감을 준다. 고급 요트 여행을 할 수 있는 국민보다 할 수 없는 국민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이 사실만으로도 허망한데, 국민들에게 해외여행 취소와 연기를 권고하는 주무부처인 외교부 장관의 배우자가 출국했다. 왜 그랬을까? 기사를 보니 '평생 소원'이었다는 이유가 나왔다. 

이유를 알고 나니 이 교수가 요시타 신스케 그림책 <이유가 있어요>를 본 게 틀림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 교수는 엉뚱한 상상력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전하는 요시타 신스케식 유머를 구사하는 분이었을까.

요트 여행 떠난 외교부 장관의 배우자, 이런 이유라면
 

이유가 있어요, 요시타케 신스케(지은이) ⓒ 주니어김영사

 
코를 후비는 아이에게 엄마가 왜 코비를 후비냐고 핀잔을 하니 아이가 대답한다. 콧 속에 신바람 스위치가 있어서 이걸 누르면 주위 사람들이 즐거워지기 때문이라고. 다리를 떠는 건 두더지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해주려는 거고, 밥알을 흘리는 건 작은 생명들이 부탁해서라고 말하는 아이.

고약한 의자랑 놀아주기 위해 의자 위에서 몸을 움직이고, 트램펄린 같이 길바닥이 출렁 거려도 학교에 갈 수 있도록 침대에서 뛰는 연습을 하는 아이. 복도에서 뛰는 건 질주 벌레 때문이고, 빨대를 씹는 건 빨대 씹기 대회에서 1등해 세계여행을 하기 위해서란다.

자신의 행동에 온갖 이유를 대는 아이의 핑계를 다 들어준 엄마는 그래도 지저분 하거나, 예의에 어긋나는 건 되도록 삼가 달라고 한다. 알았다면서 아이는 엄마에게 묻는다. 어른들도 자기도 모르게 하는 버릇이 있지 않냐고. 엄마는 머리를 배배 꼬는 버릇이 있는데 왜 그러냐고 묻는다. 당황한 엄마는 머리카락 끝에 저녁 메뉴가 써져 있어서 그걸 보는 거라고 한다.

다양한 이유로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는 아이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웃게 되고, 잔소리 하던 아이의 행동을 조금은 받아들이게 되는 책 <이유가 있어요>의 내용이다. 코 파는 일에 열심인 8세 아이를 이해하려고 읽은 책인데, 이 교수를 이해하려고 요시타케 신스케식 답변을 만들어 봤다.

"왜 요트 여행을 가셨어요?"
"사실은 제가 미항공우주국 나사와 비밀리에 미 동부 해안에서 외계인과 접속하기로 했습니다. 전세계 팬데믹 현상을 겪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기 위해 지구 밖에서 가져온 바이러스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활동이지요."
 

그래도 이해가 안 됐다. <이유가 있어요> 마지막 장면에서 아이가 엄마에게 하는 것처럼 질문하고 싶다.

"(코로나때문에) 평생에 한 번뿐인 신혼여행도 못 간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요?"

"평생 소원"이라는 이유 들은 국민들 표정은 아마도
 

불만이 있어요, 요시타케 신스케(지은이) ⓒ 봄나무

 
더 생각해보니 이 교수에게는 <이유가 있어요>보다 이 책의 짝궁 책인 <불만이 있어요>가 더 어울리겠다. 아이가 엄마에게 자기 행동의 이유를 설명하는 책이 <이유가 있어요>라면, <불만이 있어요>는 아이가 아빠 행동에 불만을 토로하고 아빠가 이유를 대는 책이다.
 
아빠 불만이 있어요.
왜 어른들은 늦게까지 안 자면서 우린 일찍 자라고 해요?
왜 목욕 시간을 어른들이 정해요?
왜 아빠는 장아찌 안 먹으면서 나는 완두콩 먹으라고 해요?
왜 내 맘대로 하라면서 정작 맘대로 하면 화내요?
왜 아빠가 사고 싶은 물건은 바로 사면서 내가 사달라는 건 안 사줘요?
왜 나는 소시지 1개고 아빠는 2개에요. 어른이라고 너무 한 거 아니에요?

어른과 아이 사이의 불공평함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아이의 질문에 아빠는 엉뚱한 대답을 한다.

크리스마스 때 선물을 주려고 아이들이 자는지 조사원들이 조사를 해야 해서 일찍 자야 하고, 목욕탕에 뒤죽박죽 생물이 찾아와서 뜨거운 물을 다 쓰기 전에 목욕을 해야 하고, 목성에서는 완두콩을 밥으로 먹기 때문에 우주여행을 대비하는 거고, 아빠 속에는 아이가 있어서 소시지를 2개 먹는 거라고...

의심의 눈초리로 아빠의 대답을 듣는 아이의 모습은 이 교수의 요트 여행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국민들에겐 해외여행 연기와 취소를 권고하는 주부부처 장관 배우자가 요트 여행을 갔어야 했나요?" 
"사실은 제가 미항공우주국 나사와 비밀리에 미 동부 해안에서 외계인과 접속하기로..."


자신의 배우자가 받을 정치적 타격을 감수하고까지 감행한 여행이라면... 그 이유가 세계평화와 우주개척 정도는 되어야 국민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지 않을까?

한 사람의 평생 소원,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박탈감
 

올해 8살인 아이가 그린 비행기 ⓒ 서지은

 
며칠 전 아파트 단지에서 어린이 꿈그림 전시회를 했다. 코로나 이전 추억 혹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그림을 그려서 내면 모든 아이들의 그림을 전시하는 행사였다.

올해 8살인 아이가 그린 그림은 비행기였다. 코로나 이전에 비행기를 타고 할머니, 할아버지랑 가족이 모두 다녀온 여행이 생각난다며 비행기를 그렸다. 그림의 제목은 '그리운 비행기야 다시 만날 거야'다. 이외 다른 아이들은 '마스크 없이 놀고 싶어요, 마스크 없이 산책하던 날, 마스크 없이 학교 가고 싶어요'와 같은 내용이 많았다. 

이 교수에게 아이들의 그림과 <불만이 있어요>를 보여주고 싶다. 이 시기에 꼭 그랬어야만 했는지, 한 사람의 평생 소원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었는지 요시타 신스케식이 아닌, 아닌 궁서체로 묻고 싶다. 

불만이 있어요

요시타케 신스케 글.그림, 김정화 옮김,
봄나무, 2016


이유가 있어요

요시타케 신스케 (지은이), 권남희 (옮긴이),
주니어김영사,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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