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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BTS 사건은 '시작'일지 모른다

[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 중국인들이 '한미 관계'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

등록 2020.10.14 15:28수정 2020.11.25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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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미국의 한미 친선 비영리재단인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온라인으로 진행한 밴 플리트 상 시상식에서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수상소감을 전하고 있다. '밴 플리트 상'은 매년 한미관계에 공헌한 인물 또는 단체에 주어지는 상으로 방탄소년단은 음악과 메시지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열풍을 일으키고 한미 관계 발전에 기여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 연합뉴스


중국 외교부의 개입으로 다소 잠잠해진 이번 BTS 사건은 해외 예술인에 대한 중국인들의 집단적 비난이라는 점에서 2016년 1월의 트와이스 쯔위 사건과 유사하지만, 사태의 본질은 상당히 다르다.

그룹 트와이스의 타이완(대만·중화민국) 출신 멤버인 쯔위가 2015년 11월 한국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타이완 국기를 흔든 일에 대해 2016년 1월에 중국인들이 공격을 가한 것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관련된 사건이었다. 타이완 국기를 흔드는 일이 중화인민공화국을 중심으로 하나의 중국을 이룬다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중국인들은 분개했다.

반면, 지난 7일 그룹 방탄소년단이 미국 비영리단체인 '코리아 소사이어티'로부터 밴플리트상을 받으면서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으로 양국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 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중국인들이 '한국전쟁으로 인한 중국인들의 희생을 무시한다'며 반발한 일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는 거리가 멀다.

중국인들이 볼 때 이번 사건은 미중관계 및 한미동맹과 관련돼 있다. 미중관계가 험악해지는 상황에서 한중관계보다 한미관계에 좀더 힘이 실리는 것에 대한 중국인들의 경계심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중국인들한테 이 역시 민감한 문제이지만, '하나의 중국' 원칙과 관련된 사안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인들이 쯔위 사건보다 BTS 사건에 더 큰 관심을 가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BTS를 매개로 분출된 것

하지만,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삼성전자 등이 BTS를 내세운 중국 내 광고를 내린 데서 알 수 있듯이, 이런 유형의 사건은 미·중 양국을 무대로 활동하는 한국 예술인과 기업들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쯔위 사건 같은 유형이 더 민감해도, 한국 입장에서는 BTS 사건 같은 유형이 더 민감할 수 있다.

한국이 당사자가 아닌 국제관계 중에서 한국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제1의 국제관계는 북미관계다. 현재까지 그래왔고, 앞으로 한동안도 북미관계가 제1위 국제관계가 될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경우에는 그 '제1'이 단독 제1일지 공동 제1일일지 장담할 수 없다. 미중관계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급속도로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미관계가 악화되면 한반도가 긴장에 휩싸이지만, 그로 인해 한국인들의 세계 활동이나 경제 활동이 당장에 크게 위축되지는 않는다. 한국인들의 활동이 북한과 깊이 연계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중관계가 악화되면 당장에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인들의 활동이 미·중 양국과 긴밀히 관련돼 있을 뿐 아니라, 미·중이 한국을 상대로 '우리야, 저쪽이야?'라며 택일을 강요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이 동맹관계로 얽혀 있고 한국이 중국보다 미국을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다는 점을 중국인들이 모를 리 없다. 한미관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미국에서 상을 받는 한국 예술인들이 미국을 배려하는 수상 소감을 발표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이해하지 못할 리 없다.

그럼에도 중국인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은 BTS가 가진 세계적 영향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국이 처한 지금의 다급한 상황 때문이기도 하다. 사상 최악의 미중관계로 인해 중국이 포위되고 이로 인해 중국인들이 이웃나라들의 태도에 예민해진 상황에서 '한·미 양국 공동의 고난'을 강조하는 수상 소감이 BTS에서 나왔기 때문에 특히 민감해졌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인들이 미국 쪽으로 더 기우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BTS의 수상 소감을 매개로 분출됐다고 볼 수 있다.

지정학적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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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동북아역사문화재단 이사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이 제기한 그룹 BTS의 코리아소사이어티 밴 플리트상 시상식 수상소감에 대한 중국 네티즌 비난을 다룬 기사를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사드 배치 때도 그렇고, 최근 들어 특히 중국이 한미관계에 예민해지는 이유가 있다. 중국과 관련된 2개의 기운이 한반도를 매개로 움직일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 무제(한무제)의 대외팽창이 위만조선 멸망을 초래한 사실, 당나라 태종 및 고종의 팽창정책이 백제·고구려의 몰락을 가져온 사실 등에서 느낄 수 있듯이, 중국에서 대외팽창의 기운이 고조될 때마다 한민족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중국 수도가 베이징에 있건 황하 유역에 있건, 한민족은 항상 중국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정적학 위치에 있었다. 그래서 중국이 대외팽창을 도모하려면 어떻게든 한민족을 자기편으로 만들지 않으면 안 됐다. 이 때문에 대외팽창 기운이 고조될 때마다 중국인들은 한민족 동향에 특히 민감했다.

정반대 기운이 고조되는 경우에도 중국인들은 한민족을 예의주시했다. 외부세계의 기운이 중국을 압박할 때도 중국인들은 한민족의 움직임에 신경을 썼다. 1368년에 건국된 명나라는 여진족과 왜구로 인해 피해가 격심해지자 조선이 이들과 손을 잡지 않을까 염려했다. 그래서 조선을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해 신경을 썼다. 명나라 태조 주원장이 자주파 정도전을 견제하고 사대파 이방원을 지원한 것은 이방원 쪽에 힘이 실려 조선이 친(親)중국 노선을 걷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제2차 아편전쟁 뒤인 1860년대 및 1870년대에 서양열강과 일본이 청나라를 둘러싼 티베트-미얀마-베트남-타이완(청나라령)-오키나와-조선 라인을 압박하자, 청나라 정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신경을 쓴 곳은 조선이었다. 조선이 무너지면 중국 안보가 직접적 위협을 받는다는 판단에서였다. 1882년에 임오군란을 진압해준다며 출동한 청나라군이 내정간섭 군대로 돌변한 것 역시 조선을 자기편으로 묶어둠으로써 외세가 조선을 경유해 자국을 침략하지 못하도록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2020년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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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9년 4월 27일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폐막기자회견을 한 모습. ⓒ 연합뉴스

 
중국의 기운이 외부로 팽창하든 외부의 기운이 중국을 압박하든 중국이 항상 한민족을 우선적으로 주목했다는 사실은, 2020년 현재의 중국이 한국에 특히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지금 중국은 미국의 대공세에 직면해 있다. 동시에 중국 역시 외부로 뻗어나가기 위한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연계) 전략에 역량을 쏟고 있다. 외부를 향한 팽창의 기운과 외부에서 오는 압력의 기운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둘 중 어느 한 기운만 강해져도, 중국인들은 한민족부터 돌아본다. 그런데 지금은 두 개의 기운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중국이 두 눈에 불을 켜고 한민족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지금의 중국 입장에서는 한국뿐 아니라 북한도 주시 대상이다. 한국이 미국·일본과 연대해 중국을 압박할 가능성뿐 아니라 북한으로 인해 한·미·일 관계가 견고해질 가능성도 동시에 주시하고 있다.

지금처럼 미국이 한·일을 동맹관계로 묶어둔 상태에서 북한이 미·일을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계속 쏘면, 한·미·일 유대관계가 더 끈끈해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한미일 동맹이 공고해지면 이 동맹에 맞서 중국도 에너지를 많이 소모할 수밖에 없다. 중국이 남북한 양쪽을 다 경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래서 중국은 한국이 미·일과 더 가까워지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동시에, 북한이 한국 보수세력과 미·일을 자극해 한미일 동맹을 공고화시킬 가능성도 경계하고 있다. 이래저래 한반도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로 인해 중국인들이 남북한에 대해 더욱 예민해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 기업이나 한국 예술인의 활동에 대해 중국인들이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같은 과민 반응도 그런 이유로 나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사드 사태나 BTS 사건은 더 큰 현상의 시작인지도 모른다. 앞으로 있을 더 많은 일들의 예고판일 수도 있다. 조 바이든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된다 해도, 미국의 대(對)중국 압박 기조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미중관계와 한미동맹에 대해 중국인들이 앞으로도 예민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으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한국인들의 아무렇지도 않은 발언에 대해 중국인들이 과도하게 대응하는 일이 앞으로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일은 한국인들이 발언에 신경을 쓴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상대방이 극도로 예민해져 있기 때문에 한국인들이 조심한다 해도 문제가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발생할 유사한 상황에 대비해 국가적 대응 매뉴얼을 정비하는 편이 더 시급한 문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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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 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신라왕실의 비밀,왕의 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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