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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싫다" 통곡한 민원인... 전화받은 공무원의 선택

새벽 당직근무 중 생활고 호소하는 전화 받고 직접 도움의 손길 보내

등록 2020.10.16 10:32수정 2020.10.1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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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경기도청에 임용된 새내기 공무원이 생활고로 자살까지 생각했던 한 장애인에게 자비로 라면과 쌀로 도움을 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청 세정과 세무관리팀에 근무하는 전종훈 주무관 ⓒ 박정훈

 
지난해 9월 경기도청에 임용된 신임 공무원이 생활고로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한 한 주민에게 자비로 라면과 쌀을 보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경기도청 세정과 세무관리팀의 전종훈 주무관은 지난 달 20일 당직근무 중에 생활고를 호소하는 수원시에 거주하는 주민의 민원전화를 받았다. 경기 수원시에 거주 중인 민원인은 "뇌질환을 앓고 있어 3개월마다 검사를 받는데 검사비가 180만 원이나 한다. 최근에는 일자리를 잃어 생활에 어려움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전 주무관은 "새벽 2시가 넘어 전화를 받았는데, 민원인께서 '최근 일자리를 잃어 식사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등 생활고를 겪고 있다. 살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고 했다.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너무 당황스러웠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전 주무관은 침착하게 대응했다.
 
전 주무관은 "민원인에게 사람 대 사람으로 대화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이야기를 들어드리니 나중에는 울기까지 하셨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식사도 못 하셨다는 말에 주소를 여쭤보니 알려주지 않으셨다. 민원목록에 주소가 적혀 있어 휴대전화로 옮겨 적었다"라며 "당직이 끝나고 집에서도 민원인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곧 이어 전 주무관은 "끼니문제라도 당장 해결해 드려야겠다는 마음에" 자비로 라면과 쌀을 민원인 주소로 주문해 보냈다.

며칠 뒤 민원인은 도청을 찾아와 전 주무관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고, 전 주무관은 그 자리에서 민원인의 고충과 자세한 사연을 직접 들어줬다.

"도민 섬기는 게 제 직업... 해야 할 일을 한 것뿐"

전 주무관은 "저도 어릴 적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아 정부의 도움을 받았다"며 "어릴 때는 그런 도움을 받는다는 사실이 부끄러울 때도 있었다. 당시 감정이 떠올라 내가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다면 돕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도민을 섬기는 공무원이 제 직업이다. 해야 할 일을 한 것 뿐"이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세무관련 업무를 하면서 어려운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공무원으로서 법과 절차에 따라 일을 처리하고 있지만 돕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많은 것도 사실"이라며 "현장에서 사실관계를 세심히 살펴보고 도민들이 억울한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주무관은 "공무원이 되고 나서 도민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번 경험을 통해 이런 마음이 더 단단해졌다. 앞으로도 억울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경기도청 #전종훈 #민원인 #생활고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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