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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소문없이 찾아와 깜짝 선물, 이런 사장님 또 없습니다

늘 지점 직원들을 챙겨주는 사장님의 따스한 마음

등록 2020.10.16 13:17수정 2020.10.16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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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 Pixabay

 
"지점장님 잠깐만 나와 보실래요?"
"사장님, 왜요? 무슨 일 있으세요?"
"아니, 그냥 잠깐만 나와봐요."
"저 바쁜데, 그냥 말씀하세요."
"거 되게 비싸게 그러시네."
"아, 그러지 말고 빨리 나와봐요."



목소리 톤이 높아지는 걸 보니 장난으로 부르는 것 같지 않았다. 밖으로 나가니 사장님이 선물 꾸러미를 들고 환하게 웃으시며 건넨다.

"참 귀찮게 하죠?"
"귀찮기는요. 그런데 이게 다 뭔가요?"
"추석이라고 직원들 거랑 준비했는데 별거 아니에요."
"저희는 안 챙겨 주셔도 되는데, 사장님 직원분들이나 챙겨 드리지 그러세요?"
"우리 직원들 다 챙겼어요. 직원분들 나눠드리고 추석 잘 쇠세요."
"감사합니다. 안 챙겨 주셔도 되는데 매번 이렇게 챙기고 그러세요."
"괜찮아요. 내가 좋아서 그러는 건데 뭐."


뉴스를 보면 온통 사건 사고들이 즐비하게 방송을 탄다. 언급하기도 싫을 만큼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세상에서 그래도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아직도 선한 삶을 통하여 소통하며 정을 나눌 수 있는 많은 이웃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의 이익을 바라기보다는 서로 나누는 관계의 소중함을 알고 실천해 나가는 참 좋은 사람들이다.

기억으로는 5년은 된 것 같다. 매번 돌아오는 명절이면 으레 우리 지점 직원들의 선물까지 챙겨주시는 사장님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특별히 뭔가를 배려해 드린 것도 없는데 항상 챙겨주시는 사장님 마음이 참 고맙고 감사하다. 사장님의 이런 모습 때문에 직원들도 명절 때마다 뭔가를 챙기고 싶어 하고, 음식을 먹을 때도 가능하면 사장님이 운영하는 식당을 찾는다. 그러면 사장님은 우리에게 또 다른 서비스를 제공해 주신다. 그러다 보니 정이 더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봄이면 겨우내 묵은 먼지를 씻어내려고 사무실 대청소를 한다. 수도에 호수를 연결해서 건물 외벽을 물청소하고 비누거품으로 씻어 내려갈 쯤이면 사장님이 소리소문없이 나타나신다.


"건물에 광이 나서 먼지도 미끄러지겠어요."
"안녕하세요?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쳐다보면 바로 보이니 모를 수 있나요?"
"막노동시키려면 참이라도 주고 직원들 부려야지요."


하시면서 뒤춤에 감춰오신 빵과 우유를 건네신다. 사실 사장님이 복어요리 전문가이기 때문에 주방을 비우지 않으신다. 식당에서 가장 바쁘게 움직이시는 분이 사장님이란 걸 모르지 않는데 참 신기할 따름이다. 처음에는 어쩌다 보고 찾아오셨겠지 생각했는데 매년 찾아오시는 걸 보면 어쩌다 본 건 절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참을 전해 주시니 직원들은 먹을 게 생겨 싱글벙글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사장님이 사 오신 빵과 우유를 직원들과 나누어 먹고 힘을 내 마무리를 한다. 체구도 작은데 어디서 그런 넓은 마음이 나오는지 참 신기하기만 하다.

하루를 행복하게 만들어준 점심 한 끼 
 

사진:Pixabay ⓒ Pixabay

 
한 번은 여름이 막 시작될 무렵이었다. 점심시간이 다 되어 갈 무렵 머리에 한 상이고 한 손에는 뭔가를 들고 사무실을 들어서는 사람이 보인다. 잡상인이 물건을 팔러 들어오나 싶었는데 낯익은 얼굴이다. 바로 그 사장님이 예고도 없이 뭔가 잔뜩 싸가지고 오셨던 것이다.

"열무 비빔국수 개시하기 전에 맛 좀 봐 달라고 가지고 왔어요."
"사장님 매번 이러시면 저희가 너무 죄송한데요."
"이건 진짜로 판매해도 될지 맛 좀 봐달라고 가져왔다니까요."


하시며 머리에 이고 온 커다란 쟁반을 내려놓고는 부리나케 돌아서 가버리신다. 잘 차려진 상위에는 열무로 비벼진 비빔국수와 복지리의 따끈한 국물이 있었고, 복튀김이 노랗게 물들어 눈으로만 봐도 바삭한 것이 허기진 배를 더욱 자극한다. 직원들은 하나같이 입을 다물 줄 모르고 침을 흘린다.

서둘러 직원들과 식사를 시작했다. 맛있게 비벼진 열무국수에 따끈한 복지리의 시원함이 멈출 수 없을 정도로 맛나다. 거기에 더해지는 복튀김의 바삭한 식감 안에 촉촉한 복어의 속살이 가져다주는 행복은 차마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한다. 맛있는 식사에 온통 정신을 다 빼앗기고 정신없이 먹다 보면 어느새 바닥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빈 그릇뿐이다.

시원하고 맛깔난 점심을 얻어먹은 그 날 하루가 너무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이 기분대로라면 진상 고객이 난동을 부려도 왠지 용서가 될 것 같은 잔잔한 감동이 입을 통해 온몸으로 전해진다. 그대로 그 순간을 만끽하고 싶어지는 순간이다. 음식을 먹어서가 아니라 이웃의 따뜻한 정(情)으로 배가 부른 기분 좋은 포만감이다. 창밖에는 따가운 햇살이 세상을 가마솥 달구는 듯하지만 마음속에는 시원한 청량감이 전해져 온다.

가을은 하늘 높이 걸린 구름 사이로 따사로운 햇살이 길게 펼쳐지는 계절이 익어가는 시간이다. 길어진 햇살이 나뭇잎에 색을 입히고, 바람 따라 살랑이는 나뭇잎은 햇살 찍어 바닥에 초상화를 그리고 있다. 문득, 사무실에서 바라보는 네모난 창문 속에는 시선을 유혹하는 간판의 각진 사연들이 줄지어 서 있다. 저마다 유혹의 미소를 흘리며 호객행위를 벌이지만 창백한 얼굴에는 지루함이 묻어난다.

초록색 신호등에 불이 들어오면 감정도 없는 네모난 상자들 사이로 먹이를 찾는 반짝이는 눈빛이 거리를 활보한다. 서둘러 맛집을 선점한 사람들은 기분 좋게 주문을 이어가지만 한발 늦은 사람들은 어김없이 줄 서기를 한다. 세상을 따뜻하게 물들이는 사장님의 식당에는 오늘도 줄지어 늘어선 손님들이 환하게 웃으면 기다린다.

생각만 해도 마음 따뜻해지는 사람. 이웃으로 있어 기분 좋고, 오고 가는 나눔이 있어 미소가 피어난다. 매일 방문해서 얼굴도장 찍고 가시는 사장님이 안 보이면 무슨 일 있나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런 마음을 아는 듯 조금 늦게 찾아오는 날이면 오히려 더 큰소리로 인사하시는 사장님이다. 환하게 치아를 드러내고 웃어주시는 사장님의 얼굴이 오늘도 따스한 가을 햇살처럼 다가온다.
#정을 파는 사람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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