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자산어보'에 따끔한 의견 제시

[[김삼웅의 인물열전] 다시 찾는 다산 정약용 평전 / 57회] "몇몇 연구자가 필요로 할 것이고 그 씀씀이도 매우 절실합니다"

등록 2020.10.26 17:55수정 2020.10.26 17:55
0
원고료로 응원
 

한국최초의 어류학자 정약전 선생 우리나라 최초의 어류도감 <자산어보>를 쓴 정약전 선생은 홍어의 습성과 요리에 대해서 그림을 그리듯 소세하게 기록했다. 흑산도에는 자산어보 문화관이 있어 선생의 삶의 궤적을 한눈에 볼 수 있다. ⓒ 김대호

 
둘째 형 정약전은 절해고도 흑산도에 유배되어 힘겨운 귀양살이를 하고 있었다.

그런 중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연구하였다. 외진 낙도이다보니 섬사람들의 일상은 물고기 잡는 일이고, 어부들과의 대화는 물고기 문제가 중심이 되었다.

유랑객이라면 낚시를 하거나 잡아온 물고기 회쳐먹는 일이면 그만이겠지만, 그 집안의 DNA는 학문하는 혈통이었다. 다양한 해양생물을 관찰하고 그 생김새와 습성ㆍ분포, 나는 시기와 쓰임새 등을 연구하여 『자산어보』를 지었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인 반도국가이면서도 해양생물학에 관한 체계적인 조사ㆍ연구가 미비했었다. 정약전의 책이 이 분야 최초의 연구서에 속한다. 200여 종에 이르는 해양생물을 유학자가 탐구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정약용 연구가들이 흑산도를 자산도, 정약전의 저서를 『자산어보』라 일컫는데 반해 일부에서는 『현산어보(玆山魚譜)』라고 쓰기도 한다.
 
a

<현산어보를 찾아서>1,2,3권의 표지 <현산어보를 찾아서>1,2,3권의 표지 ⓒ 청어람미디어

 
「현산어보에 대하여」에서 책을 소개한다.

이전에도 『경상도지리지』, 『동국여지승람』,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 등 해양생물을 다룬 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현산어보』는 항목 수나 내용의 방대함에서 이들을 압도한다. 물고기뿐만 아니라 갯지렁이, 해삼, 말미잘, 갈매기, 물개, 고래, 미역에 이르기까지 총 226개의 표제 항목을 다루고 있으며, 각 항목마다 등장하는 근연종들까지 더한다면 그 수는 훨씬 많아진다.

항목 하나하나의 내용도 대단히 훌륭하다. 이제까지의 책들이 단순히 생물의 이름만을 나열하거나 기껏해야 중국 문헌에 나온 기록들을 그대로 옮기는 데 불과했던 것과는 달리 정약전은 직접 생물을 채집ㆍ관찰하고 해부까지 해가며 얻은 사실적이고 정확한 지식들을 아낌없이 책에 쏟아붓고 있다. 상어와 가오리의 발생 연구, 척추뼈 수를 세어 청어의 계군을 나눈 것에 이르면 오늘날의 생물학자들도 혀를 내두르게 된다.

정약전은 각 생물들의 식용 여부, 요리법, 양식법, 약성, 그 밖의 쓰임새에 대해서도 일일이 언급해놓고 있다. 이를 통해 선조들이 주변 생물을 실생활에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학문의 실용성을 강조하여 민중의 삶을 개선시키려 한 당시 실학자들의 이용후생 정신을 느껴볼 수 있다. (주석 2)

 
a

사리 해안가 풍경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어촌의 모습이다. 다산 정약용의 형인 정약전이 <자산어보>를 완성한 유배지가 이곳 사리마을이다. 사리 포구 앞에는 7개의 작은 섬들이 있는데 '칠형제바위'라고도 불린다. ⓒ 김종길

 
정약전은 수년 동안 200종이 넘은 해양생물을 일일이 조사 연구한 3권 1책의 원고를 동생에게 보냈고, 동생은 따끔한 의견을 제시하였다.

'자산어보'에 대하여

책을 저술하는 한 가지 일은 절대로 소홀히 해서는 안 되니 반드시 십분 유의하심이 어떻겠습니까? 『해족도설(海族圖說)』('해족도설'은 『자산어보』의 구상 당시의 이름이었던 것 같다)은 매우 뛰어난 책으로 이것은 또 하찮게 여길 것도 아닙니다. 그리는 것보다 나을 것입니다. 학문의 주요 내용에 대해 먼저 그 큰 강령을 정한 뒤 책을 저술하여야 쓸모 있는 책이 될 것입니다.

대체로 이 도리는 효제(孝悌)로 근본을 삼고 예악(禮樂)으로 꾸미고 감형(鑑衡)ㆍ재부(財賦)ㆍ군려(軍旅)ㆍ형옥(刑獄)을 포함하고, 농포(農圃)ㆍ의약(醫藥)ㆍ역상(曆象)ㆍ산수(算數)ㆍ공작(工作)의 기술을 씨줄로 삼아야 흠없는 완전한 덕일 것입니다.

무릇 저술할 때에는 항상 이 항목을 살펴야 하는데, 여기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면 저작할 필요도 없습니다. 『해족도설』은 이런 항목으로 살펴볼 때 몇몇 연구자가 필요로 할 것이고 그 씀씀이도 매우 절실합니다. (주석 3)


주석
2> 이태원, 『현산어보를 찾아서(1)』, 338쪽, 청어람미디어, 2002.
3> 『다산서간정선』, 80쪽.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다시 찾는 다산 정약용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AD

AD

인기기사

  1. 1 수백채 다주택자 '0원'... 깜짝놀랄 종부세의 진실
  2. 2 법원 "헬기사격 사실"... 밀가루·계란 뒤덮인 전두환 차량
  3. 3 박정희의 전화 "내가 점심 사면 안 되겠심니꺼?"
  4. 4 진정성 없어 보이는 '우리 이혼했어요'의 유일한 교훈
  5. 5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이낙연 20.6%, 윤석열 19.8%, 이재명 19.4%... 초접전
연도별 콘텐츠 보기